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도하 파문에 대한 궁색한 수원시청의 성명서를 보면서...

둘뱅 2006. 12. 6. 02:08

어제 노컷뉴스에서 [수원시 공무원, 도하서 추태]라는 기사를 내보낸 후 수원시청 홈페이지가 몸살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홈피접속이 힘들 정도로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다급하게 성명서란 형식의 해명서를 내더니, 집에 다시 돌아와서 보니 일부 내용이 수정된 내용들이 있더군요...

 

가장 문제가 되는 궁색한 변명은 "카타르에서 인천 직항이 없어서..."였는데, 사실 토파스 같은 사이트만 접속해봐도 그 말에 어패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정된 해명서에는 이에 대한 비난이 많았는지 "일정상..."으로 바뀌었더군요...

 

 

카타르 항공은 두바이의 에미레이트 항공과 함께 한국 직항편을 개설한 중동지역 항공사입니다. 카타르 항공 역시 에미레이트 항공처럼 한국인 승무원을 정기적으로 뽑습니다. 단, 차이가 있다면 에미레이트 항공은 매일 운항하고 non-stop이지만, 카타르 항공은 상해 푸동공항에서 1시간 정도 stop-over를 한 번하고 주3회 운항합니다... 이번 AG선수단이 도하에 가는 길에 푸동공항에서 황당한 이유로 7시간을 비행기 안에 갇혀있었던 해프닝이 있었죠...

 

비행시간을 놓고 따져보면 카타르에서 상해를 거쳐 인천에 오는 시간(Stop-over 포함 11시간 35분)이나, 카타르에서 두바이 거쳐 바로 인천에 오는 시간(가장 짧은 트랜짓 시간을 잡았을 때 11시간 55분)이나 별반 차이없습니다... 오히려 날짜로 따지면 카타르 항공 직항은 하루, 카타르-에미레이트 항공 환승은 빨리와야 이틀이죠..

 

수원시청의 성명서를 토대로 이들의 동선을 추정해 봅니다...
2일 경기를 보고 9일까지 소속시청 선수들의 경기가 없어서 돌아온다고 했었는데, 카타르 항공의 직항편을 이용했을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3일과 5일에 비행기가 있습니다...

1) 12월 3일 01:00 도하 출발, 14:05-15:10 상해 경유, 12월3일 18:35 인천 도착.

2) 12월 5일 01:00 도하 출발, 14:05-15:10 상해 경유, 12월5일 18:35 인천 도착  

2일 경기가 언제 끝났는지는 모르겠지만, 2일 밤에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 3일 스케줄은 사실 빡빡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3일과 4일을 도하에서 보내야 한다는 얘긴데, 다른 종목도 응원하고 좀더 보고 다니면 좋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르신들이 놀고 즐길만한 곳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항공 스케줄과 일정을 핑계로 두바이로 갔다는 거죠... 자기경비로 갔다는 민간인 6명도 함께 동행했다고 하니, 현지에서 해야 할 업무나 많이 준비했을까요?

 

성명서대로 4일 도하 출발 6일 인천 도착이면 아래와 같은 스케줄이 나올 수 있습니다...
1) 도하에서 두바이로 가는 12월 4일 스케줄은

1-1) 카타르 항공: 00:45, 07:40, 13:30, 15:00, 18:00, 19:00, 20:45 도하 출발 (총 7편) 

1-2) 에미레이트 항공: 03:45, 09:45, 15:10, 23:15 도하 출발 (총 4편)
등 총 11편 정도가 있는데 아무리 일정을 타이트하게 잡았어도 꼭두새벽부터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 같고, 저녁시간 비행기면 좀더 기다렸다 위에서 얘기한대로 카타르 직항편을 이용하는게 더 나을테니, 굵은 글씨대의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만약 13:30 이전의 아침 비행기를 탔다면, 열심히 출장 다니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설마...)

 

2) 두바이서 서울 오는 스케줄은... 

2-1) 12월 5일 17:30 두바이 출발, 12월 6일 07:20 인천 도착 (대한항공), 또는
2-2) 12월 6일 03:00 두바이 출발, 12월 6일 16:45 인천 도착 (에미레이트항공)


장시간 비행에 짧은 체류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호소했으니 여유있게 2-2)의 일정을 잡을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2-2)의 항공편을 통해 입국해서 사고치셨습니다만...)

예상대로 4일 오후 비행기로 두바이를 갔다면, 체류기간 중 대충 추측해 볼  수 있는 일정은...
1) 4일: 도착 후 주요 명소 구경 및 휴식(과 음주가무의 뜨거운 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을 감안하면 방문할 수 있는 관공서는 이미 문닫았고, 벤치마킹을 핑계로 몇몇 명소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고 나왔을텐데... 교통체증이 극심한 두바이인지라, 얼마나 많은 곳을 보고 오셨을 지 궁금해집니다... 기사대로 음주가무를 즐겼는지 여부는 상관없다고 해도 말이죠..


2) 5일: 오전 휴식 (뭔가를 했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후 출국 (2-1의 경우), 혹은 사막투어나, 아니면 명소 구경 및 쇼핑 (2-2의 경우) 이겠네요... 2-2의 스케줄인 경우 두바이까지 와서 시간도 남는데 사막투어를 계획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사막투어란게 보통 오후 3~4시에 출발해서 저녁먹고 10시경에 끝납니다.. 쇼핑으로도 유명한 두바이니 쇼핑을 즐겼을 수도 있겠죠...


그나마 체류기간 중 공무원들이 일하는 시간은 12월 5일 하루 08:00~15:00 정도일텐데, 저런 예상 스케줄이 나오는거 보니 어딜 방문하겠다고 선약한 곳도 없을꺼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12시~4시 사이에는 오침시간이라 쉬는 곳도 많구요... 잘해야 현장 몇 군데 눈으로 보고 오는게 전부였을 것 같은데요... 그나마도 교통체증이 심해서 흐름 잘못 타면 다니기도 쉽지 않은게 두바이이기도 하구요..
 

일정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하는데 위에서 보듯이 한국 귀국일정은 카타르 항공을 이용하는 편이 하루 더 빨리 도착합니다... 카타르에서 지루한 이틀을 더 보내더라도 (일정 잡기에 따라 다른 소속 선수단을 격려하거나, 두바이 벤치마킹과 아시아 게임 유치로 인해 급속도로 개발에 열올리고 있는 카타르를 벤치마킹한다던가 등으로 알차게 보냈을 수도 있을텐데...) 시정을 하루라도 더 챙기실 수가 있다는 거죠... 그게 아니더라도 두바이를 경유해도 5일 비행기가 있으니 하루 먼저 도착했을 수도 있는데요..

 

벤치마킹 어쩌고 하는데... 언제부터 두바이가 해상 신도시로 불렸는지 모르겠지만, 참 궁색해 보일 뿐입니다... 인공섬 몇 개 띄운다고 해상 신도시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륙지방도 그 이상으로 개발하고 있는 곳입니다... 수원시에 인공섬을 띄울까요? 아니면 고속 건물군들을 잔뜩 지어 스카이 라인을 새롭게 만들까요? 아니면 대규모의 위락, 혹은 쇼핑 신설 유치?

 

두바이는 한 나라의 일개 지차제가 아니라 UAE 소속의 한 국가입니다... 두바이의 성공요인, 발전 원동력을 보면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지자체처럼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부분의 소스가 정부 지원이나 시민들의 세금 밖에 없어서는 불가능하죠... 이를 벤치마킹하려면, 특별 자치구 이런게 아닌 이상 지자체보다는 정부쪽 인사들이 보고 배워야 할텐데요... 진정한 벤치마킹을 노리고자 했다면 이런 식의 일정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 후에 재수정한 해명서를 보면서 참 궁색한 변명이란 생각 밖에 안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