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을 위해 젯다 공항에서 낯선 경험을 한 후 두바이행 EK804 비즈니스석에 몸을 실었다.
이번에 휴가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A380 비즈니스석을 한번 이용해 보는 것이었다. 어차피 비즈니스석 차액은 개인 부담이라 평소에는 생각도 않하던 것이었는데 때마침 이를 부담할 수 있는 여유자금도 생긴데다, 최대 비행기라는 A380 비즈니스석 티켓을 왠지 질러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기에 한참을 고민한 후 그냥 질러버리게 되었다. 지금껏 수십여차례 해외를 나다녔지만 개인비용을 부담해 가며 비즈니스석을 끊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보딩패스 받을 때 운좋게 업그레이드 받아서 몇 번 이용해 본 적은 있었다. 최악으로 기록될 마닐라-리야드 노선 사우디 항공 퍼스트 클래스석 업그레이드나 나름 만족했던 이스탄불-서울 대한항공 비즈니스석 업그레이드가 기억에 남는다.
기왕에 지르는거 퍼스트 함 질러볼까...하는 생각은 여유자금을 한참 초월했기에 1초 생각하고는 그런 생각 자체를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렸고... 발권할 무렵에는 처음 예약 당시에는 없었던, 4,000리얄 정도 (한화로 약 120~130만원) 저렴한 저가 클래스 C가 추가되면서 부담도 확 줄어버렸기에 다행이었다... (그 덕에 때에 따라선 이코노미석보다 비즈니스석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개인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정인데다 "암만행 국제선" 및 "두바이 서울간 비즈니스석" 이란 항공임만 높일 건수들이 모였기에 좀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일정을 짜다보니 젯다->암만->두바이가 아닌 젯다->암만->젯다->두바이 일정을 짜게 된 것이고, 젯다-두바이 왕복은 이코노미석, 두바이-서울 왕복은 비즈니스석이 더 쌀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게 왠걸? 젯다-두바이-서울 왕복 비즈니스석으로 끊는 것이 몇 십만원 더 쌌기에 젯다-두바이 노선 마저도 비즈니스석을 이용하게 된 것이었다. 두바이-젯다 간도 현재 주4회 A380이 취항하고 있으나 휴가일정 상 오가는 날은 취항하지 않는 날이어서 젯다-두바이를 오가는 보잉 777-300ER 비즈니스석과 두바이-서울을 오가는 에어버스 A380-800 비즈니스석을 골고루 이용하는 일정으로 확정되었다.
젯다 공항의 라운지에서 기다리다 서비스 직원으로부터 보딩패스를 받았을 때, 당초 에미레이트 항공 홈페이지에서 지정했던 자리가 아닌 그 옆자리를 받아서 조금 아쉽기는 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전부 창가쪽을 지정해 놨었으니 말이다. 빈자리가 있으면 다른 창가쪽 좌석을 앉고 싶었으나 불행히도 42석의 비즈니스석이 모두 만석인 관계로 포기해야만 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비즈니스석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크게 영향을 안받나보다 싶었다.
(에미레이트 항공 보잉 777-300ER의 비즈니스석. 전체적으로 넓은 공간과 개인 스탠드가 눈에 띈다. 원래 앉고 싶었던 자리는 사진의 저 창가쪽이었다. 실제 자리는 그 옆이었지만.)
비즈니스석이니 이코노미석보다 훨씬 넓지만, 에미레이트 항공은 타항공사에 비하면 승객들에게 보다 넓고 여유로운 좌석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이코노미석의 경우는 대한항공이 보다 넓었던 기억이 난다. 이는 가능한 좌석수를 늘려 승객들을 보다 많이 태우기 위한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이러한 방침은 중동 지역 항공사 중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카타르 항공에게 또다른 마케팅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카타르 항공은 같은 비행기라도 좌석수를 줄이는 대신 승객에게 보다 여유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좌석수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으로만 이뤄진 보잉 777-300ER 기종인데, 같은 크기의 기종임에도 불구하고 에미레이트 항공이 427~442석을 가진데 비해 카타르 항공은 335석에 불과하다. 다른 기종들의 경우도 이정도 차이까지는 아니지만 에미레이트 항공의 좌석수가 몇 개라도 더 많은 편이고... 그런 차이를 생각해 보면 카타르 항공이 A380을 도입할 경우 어떨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창가가 아닌 복도석에 앉았기에 창 밖 풍경을 찍을 수 없어 좌석이나 찍을 수 밖에... 아무튼 좌석에 앉으면 좌석의 위치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스위치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주어지는 헤드폰도 노이즈 제거기능이 들어간 큼지막한 것이 제공된다.
사실 숏다리라 큰 의미는 없지만 그냥 앞뒤 좌석간 공간을 확인하기 위해 발뻗고 찍어 보았다.
(숏다리로는 뻗어봐야 닿지 않는 공간의 여유...)
(앞에다 베개를 넣고 개인 화면을 꺼내도 공간은 충분하다.)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의 차이는 공간의 차이 외에도 기내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메뉴판 표지)
(저녁 시간대 단거리 비행이라 1끼의 식사가 제공되는데... 에피타이저 부터 나름 선택의 폭이 넓다. 하지만 사우디 출발편이라 주류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중 애피타이저로는 Arabic Mezze를 메인 메뉴로는 Mixed Prawns in Tamarined Sauce를 시켜 보았다.
(순차적으로 제공되는 메인 메뉴, 빵, 음료를 제외하고 펼쳐진 밥상. 나름 식탁보까지 깔아놓고 음식이 나온다. 밥상 테이블도 당연히 넓다. 이코노미석 처럼 앞좌석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애피타이저로 시킨 Arabic Mezze. 멧째는 지중해와 인접한 일부 유럽 및 아랍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전채 요리로 아랍국가들 중에는 30여가지의 차고 뜨거운 요리가 나오는 레바논식 멧쩨가 전세계에 레바논 음식을 유명하게 만들 정도의 독보적인 스타일과 규모를 자랑한다. 레바논은 국토면적은 매우 작지만 바다, 평야, 산악 및 사막지대가 한데 모여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육해공의 모든 식자재를 갖추고 있으며, 그 옛날부터 당대 패권을 가졌던 세력들로부터 잦은 침략을 받으면서 거쳐 지나간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유럽의 프랑스와 같은, 아랍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메인 메뉴로 시킨 Mixed Prawns in Tamarined Sauce)
(커피잔도 다르다...)
두 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이다 보니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내리기 전 승무원이 비즈니스 승객들에게 아래와 같은 Fast Track 종이를 주었다. 이는 입국 심사대에 퍼스트-비즈니스석 승객 전용 카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입국 심사대의 전용 카운터에 도착해서 입구의 직원에게 이 티켓을 보여줘야 이용할 수 있다. 혹시라도 좌석에 두고오면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이용하는 카운터에서 보다 오랜 시간을 거쳐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야만 하고...
젯다 공항에서 다소 늦게 출발하여 새벽 1시경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서 후배가 잡아준 노보텔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갔다.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나를 태운 인도인가 방글라데시 택시 기사는 내가 한국인임을 알자 "씨발라마"를 외치며 나름 유창한 한국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 놓았다. (아무래도 건설 현장 및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한국어는 바로 욕이다.) 두바이에 오기 전 대림동에서 한국 생활을 했다는 그는 "한국에는 50만원이면 방을 구할 수 있지만, 두바이에서는 그 돈으론 어림도 없어요!"라면서 두바이보다 집세 등 전체적인 물가도 싸고 즐기기도 좋은 한국이 그리워서 두바이 생활을 마치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에 가고 싶다고 한다. 정작 한국인인 나는 해외 생활을 더 편하게 느끼고 있으니 뭐라 말하기도 그래서 그냥 들어주고 있었지만...
이래저래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잘 준비를 하니 어느덧 새벽 3시. 몇 년만에 찾아온 두바이 구경을 위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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