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발동하는 귀차니즘에 혼자 멀리 나가긴 귀찮고 휴일 저녁 뭘 먹을까 고민하다 근처 식당에서 파는 닭과 밥을 사먹기로 했습니다. (정확한 음식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닭 반마리 줘! 했더니 밥도 같이 싸갈래? 이러면서 사온 거라...^^) 어제 저녁에는 옆 식당에서 밥 없이 양고기 구이를 먹었던 터라 밥 생각도 나서 사들고 온 것이죠. 구이를 파는 식당의 밥은 뻑뻑한 흰밥인데 비해 이 식당에서 파는 건 나름 볶음밥이라 더 맛도 있기도 하구요. 우리네 밥도 맛있긴 하지만, 적당히 간이 되어 있으면서 나풀거리는 밥은 입맛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가끔씩 먹게 됩니다.
직원은 밥과 닭을 한 봉지에 담은 뒤 매콤한 소스와 약간의 샐러드를 다른 비닐 봉지에 담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비닐을 함께 담아줍니다. 펼쳐서 쓰게 되어 있으니 봉지는 아니고 그냥 비닐입니다. 이 비닐의 용도는 바로 밥상입니다...^^ 방에 들어와 저녁먹을 준비를 합니다...
두둥!!!!
(오늘 사온 저녁 식대는 12리얄 (약 3,895원). 몇 달전까지만 해도 콜라값이 1리얄이었는데 갑자기 1.5리얄로 기습인상되어 식당에서 파는 가격도 따라서 올라버렸다. 우리로 치면 원화의 "전" (예/ 3원 50전)과 같은 개념의 "할랄라"가 잘 쓰이지 않고 있어서 돈을 거슬러주는 곳에 따라 50할랄라 동전을 거슬러 주거나, 아니면 작은 물 패트병이나 껌 등을 현물로 주곤 한다.)
(메인인 닭 반마리와 밥, 소스, 그리고 샐러드. 양파와 레몬 조각은 다른 곳에서 먹어도 거의 기본으로 딸려 온다.)
(이중으로 만들어진 봉지 안엔 밥이 담겨져 있다...)
(그냥 봉지에 있는 밥을 덜어서 먹으면 될 뿐이고~)
바닥에서 먹든 식탁에서 먹든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면 항상 비닐을 먼저 깔아줍니다. 사우디인들에겐 식탁보단 바닥이 더 편하죠. 바닥에 앉아 몸을 뒤척이기도 좋고 편하기도 하지만, 물이 귀한 곳에서 유목생활을 해온 사람들이다 보니 많아 들고 다녀봐야 짐만 되고, 세척하기도 힘든 식기류와 가구를 가능한 최소화할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어디서 먹던 비닐을 깔아놓고 먹는 이유는 손으로 먹어 음식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그들의 먹는 습관을 고려했을 때 식후 뒷처리가 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일부 식당에는 비누 대신 세제가루를 화장실에 놓을 정도로 기본적으로 기름기 많은 그들의 음식을 생각해 보면, 바닥에 떨어진 기름기를 머금은 음식 찌꺼기들은 치우기도 번거로울 수 밖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흘리고 먹어도.... 사실, 비닐 위에 밥을 부어 먹었으니 흘렸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밥상 그대로 싸버리면 휴지통행 직행 완료!!!)
우리에겐 낯설기도 하지만, 그들의 풍습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생활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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