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오만

[대사관] 도심 속의 작은 아랍 궁전, 주한 오만대사관 방문기

둘뱅 2014. 4. 25. 01:33


오만 대사관에서 하는 행사에 참가할 일이 있어 처음으로 오만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국제 관광전 같은 행사를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아랍 대사관은 여타 아랍 대사관들과 달리 평소에도 각종 행사에 열심히 참석하여 한국에 오만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대사관 중 하나입니다. (사실, 오만에 대한 제 관심이 적었을 뿐;;;;;) 현재 오만을 통치하고 있는 술탄 까부스가 정권을 잡고난 후 1974년 우리나라와 국교를 체결하여 올해는 한국-오만 수교 40주년이 되는 해로 오만 대사관은 여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한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이었죠.




오만 대사관은 대로에서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처 몰랐던 곳이었습니다. 광화문 근처를 종종 가면서도 몰랐었으니 말이죠.




보통 건물을 임대해서 쓰는 다른 대사관들과 달리 오만 대사관은 독특한 외관에서도 볼 수 있듯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아랍건축양식으로 지은 건물입니다. 2012년 5월 25일 문을 연 현재의 대사관 건물은 793m2의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국내 유일한 아랍풍 대사관입니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는 프랑스인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디피제이파트너즈 대표가 설계를 맡았으며, 한국과 오만이 합작으로 시공한 건물입니다. 건물 외관의 핵심 자재인 대리석은 오만에서 직접 공수했고, 유리와 창호 등은 한국에서 조달했다고 합니다. 오만에 수주간 머물며 건축물을 둘러봤고, 건물 설계에 오만 전통 구조와 문양을 담았다는 설계자 잘리콩 대표는 대사관 건물에 대해 오만의 전통과 서울의 현대성을 조화시켜 '오만 궁전'을 시현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비록 큰 규모는 아닐지언정 자신들의 양식에 따라 대사관 건물을 신축한 것은 자신들의 전통과 유산을 자랑스러워하는 오만인들의 자부심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다른 GCC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자연환경과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항구로서의 지리적 잇점을 살려 이슬람을 받아들이기 이전부터 아프리카, 혹은 서남 아시아와 가까웠을 정도로 타지역과의 많은 교류 속에 다양한 문물을 받아들인 차별화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도파르 지역 내 아이부트 알 아우왈 유적지에서 발견된 10만 6천년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누비아족의 유물이 발견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유적이 발견되기 전까지 누비아족의 유물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과 아프리카의 뿔 지역 등 아프리카 대륙에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의 유적이 아라비아 반도 남서부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에서 문명의 태동기였던 홍적세 (Pleistocene)에 아프리카 대륙에 있었던 초기 인류가 타대륙으로 거주영역을 이주하면서 넓혀갔다는 학설을 지지해주는 물증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의 오만 왕가인 알 사이드 (Al-Said) 가문은 1744년부터 이 지역을 통치해 온 알 부사이드 (Al-Busaid) 씨족의 대표적인 분파로 알려져 있으며, 알 부사이드 씨족은 2세기 경 예멘에서 한 때 오만의 수도이기도 했던 소하르 북부에 위치한 딥바 지역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알 아즈드 (Al-Azd) 씨족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744년 이맘 아흐메드 빈 사이드 알 부사이드가 세운 알 사이드 왕조는 통치자의 호칭을 이맘 (1744~1783)에서 술탄 (1783~현재)으로 바꾼 바 있으며 1970년부터 현재의 오만을 통치하고 있는 술탄 까부스 빈 사이드 알 사이드는 알 사이드 가문에서 나온 14번째 통치자입니다. 공교롭게도 알 사이드 왕조와 같은 해인 1744년 나라를 세운 알 사우드 가문의 사우디가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이 되기까지 2번이나 무너졌던 흥망성쇠를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부침은 있었어도 훨씬 안정적으로 한 지역을 통치해 온 셈이죠.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시리즈] 참조)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삼국 시대에 우리나라와 교역을 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로 해상 무역을 통해 받아들인 다양한 문화와의 교류 속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역사적인 유산과 한 때 오만과 잔지바르 술탄국 (1856~1964)로 갈라질 뻔도 했지만 몰락없이 성공적으로 잘 봉합해내며 하나의 국가로 오만을 다스리고 있는 정통성이 결부된 자부심은 오만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슬람 국가면서 우리에게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수니파나 시아파가 아닌 이바디파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분파 구조, 이러한 구조 속에 여느 GCC 국가보다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유연성이 자신들만의 자부심과 결부되어 이웃 GCC국가들로부터 "경제 원조나 받는 주제에..."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독자적인 행보를 걷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GU] 오만은 왜 걸프연합 결성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는가? 참조)




(입구에서부터 오만의 향기를 느껴보세요!)



외부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내부도 전통적인 아랍건축양식에 따라 입구에 손님을 맞이하는 접견홀 및 오만의 전통문물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을 마련해 두고 사무공간 등 대사관 사무실 등 본연의 공간들은 지하나 위에 배치하여 넓지 않은 부지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사관 건물이 지상 5층까지 있는 이유이기도 할테구요.


외부인들에게 공개된 이 작은 공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은 사진으로 소개해드립니다.



1. 외부인들이 방문할 수 있는 내부 공간 구조







(자연 채광과 인공 조명의 조화가 어우러진 접견홀의 상부)




2. 오만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 물품











(손님 접대를 위한 차와 아랍식 과자)








(오만은 신밧드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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