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지잔] 추억여행 (1) 6년만의 지잔 방문

둘뱅 2008. 12. 15. 21:01

지난 주 이곳에서의 이드 연휴의 첫 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해서 당일치기로 사우디 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지잔-아르다 지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뭐... 말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거리상으로는 800km가 넘었던 긴 여정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정도 달려봤자 사우디 남서쪽 구석이라는 점입니다만...)

 

긴 여정을 위해 이 곳에 온 이후 처음으로 새벽 4:30에 일어났습니다. 대충 옷을 입고 나왔더니 이게 왠걸??? 영하는 아닐 것 같은데 정말 무진장 추웠습니다... 평소에 일어나는 6시 50분대에 비할 수 없이 춥더군요... 이드 당일이라 그런지 무슬림애들이 사원으로 예배를 드리러 간다고 분주한 아침이었습니다...

 

해도 뜨지 않은 오전 5시 20분경, 히터도 나오지 않는 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후덜덜한 추위에 벌벌 떨며 카미스와 아브하를 거쳐 지잔-아브하 산악도로를 탈 때까지만 해도 밖은 어두깜깜했습니다. 산악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점점 세상이 밝아졌습니다.

 

이 시간에 산악도로를 타고 내려가보기는 처음인데 길에 로등은 없지만, 도로의 라인을 따라 반짝이는 표지판?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지만.)을 쭈욱 깔아놔서 길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더 멋진 산길 사진은 돌아올 때 이용했기에 간단하게 사진으로 정리...^^)

 

(사진은 흔들렸지만 중앙선과 센터에 길을 알려주는 야광 표지석이 있다.)

 

 

(산길을 내려가는 도중에 지나친 터널... 터널 안에 조명이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왜냐구???)

 

 

(산을 타고 쭈욱 내려가니 날이 환해졌다.)

 

 

날이 본격적으로 개기 시작하면서 산길을 벗어나 평지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볼 것도 없고 단조로운 직선도로가 많기에 주행 중 졸기에 딱 좋은 그런 도로입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리던 길가의 풍경)

 

 

그렇게 한참을 달려 지잔 인근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길을 달리면 달릴수록 과거의 기억도 새록새록 나는 반면, 6년반 동안 변한 것이 있어 되려 낯선 곳도 있더군요.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경기장의 모습)

 

 

(지잔 지역 최고의 병원이라 할 수 있는 킹 파하드 병원. 지잔 지역에 거의 없다시피 한 엘리베이터가 운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낯익은 길을 달려 첫번째 목적지인 지잔에 도착했습니다. 지잔 지역은 원래 예멘 땅으로 사우디가 30년인가 주기로 빌려서 쓰고 있는 사우디 땅입니다. 과거에는 최고로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악명이 높았는데, 지잔 경제도시 계획이 수립되면서 예전과는 다른 발전상을 보여주기 시작한 도시입니다. 킹 압둘라 경제 도시와 함께 4곳의 신도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그 중 한 도시로 지잔이 결정된 것이죠.

 

(지잔 경제 도시의 푯말이 세워진 지잔의 입구, 중국 자본이 투입되었는지 아랍에서 보기드물게 표지판에 중국어로도 쓰여져 있다.)

 

 

(낯설었지만 인상적이었던 분홍빛 가로등) 

 

 

사실 지잔을 찾은 이유는 바닷가를 오랜만에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닷가로 향하는 길인 탓인지 가로등도 푸른색으로 바뀌어져 있다.)

 

 

다들 한참 먹고 명절 분위기에 빠져있을 이드 당일 아침이라 그런지 안그래도 썰렁한 바닷가는 더더욱 썰렁했습니다. 물론 분주하다고 해서 우리네 해수욕장을 떠올릴 수는 없지만 말이죠... 차 밖을 나와 잠시 거닐면서 오랜만에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산골 동네인 카미스에서는 땀을 흘릴 일이 거의 없었지만, 해안도시인 이곳에 나오니 너무나도 쉽게 얼굴에서 땀이 흐르더군요.

 

 

(지잔은 지역 항구도시로 유명하다.)

 

 

(개발 중인 곳에 나와 바다를 바라보다.)

 

 

그러나 사람의 이용이 적은 탓에 오히려 수질은 더 좋아서 육안으로도 쉽게 놀고 있는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나게 물살을 헤치고 있는 이름모를 물고기 떼)

 

 

지잔의 모습과 크기도 바뀌어 제가 떠났던 6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발전상을 보이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떠났을 당시 한참 증축 중이었던 지잔 지역공항의 확장공사가 그 시작이었다고나 할까요.

 

(저 너머가 앞으로는 대형 건물이 들어설 자리)

 

 

낯익은 건물들과 낯선 건물들 속에 시간의 변화를 느껴가며 지잔 시내를 둘러보았습니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지만 동네에선 제법 모양이 특이했던 건물)

 

 

(예전과 같은 자리에 있으나 새로 바꿨는지 훨씬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보트. 항구도시임을 나타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지잔시를 가볍게 둘러본 후 사우디 생활의 첫 시작지였던 캠프를 향해 떠났습니다. 지잔시에서 옛 캠프까지의 거리는 대략 70여km.

 

(지잔 인근의 전시장. 유혈 총격사태로 인해 폐관되었으며 황폐화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봄-여름 사이에는 아스팔트 위를 모래 알갱이들이 넘쳐 흘렀던 지잔-아르다 길)

 

 

왔던 길을 다시 돌아 목적지인 아르다 지역을 향해 무더운 길을 달려갑니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