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은행] 아부 캄씬? 은행에서 돈바꿀 때 알아두면 좋은 표현...

둘뱅 2010. 8. 6. 18:04

작년 회사 일로 55만 리얄 (약 1억 8천만원), 60만 리얄 (약 1억 9천만원) 찾기 위해 리야드 뱅크를 찾았을 때, 은행 직원들은 큰 돈이 없다며 두 번 연속으로 50리얄 짜리로만 11,000장과 12,000장을 주었습니다. 창구의 팀장은 돈을 찾아가는 나를 보면서 계속 이런 규모의 큰 돈을 찾으러 올꺼면 전액을 1리얄짜리로 주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과 함께 말이죠... (가뜩이나 돈을 세는 속도가 빠른 편이 아니라 손으로 일일이 금액확인을 위해 12,000장을 세는 것도 끔찍했는데.... 1리얄짜리로 60만장을 받으면 정말 미쳐버리지 않을까 싶네요!!!! 액수도 액수지만 1리얄짜리는 사우디 권종들 중 크기도 작을 뿐더러 가장 상태가 안 좋거든요...)

 

이런 일을 겪은 후 그 정도의 금액을 인출하러 갈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얼굴이 익숙해졌다고 창구 앞에 설 때마다 "아부 캄씬이 왔다"는 직원들의 얘기를 종종 듣게 되었습니다... "아부 캄씬"이란 어떤 표현일까요?

 

 

(권종별 사우디 화폐. 200리얄, 50리얄, 50할랄라가 빠져 있다...)

 

 

아랍어로 "아부 (Abu / أبو)"는 원래 "아버지"란 뜻입니다. (내 아버지는 "아비" 라고 하지요) 아랍사람들의 이름들을 듣다보면 아부 후세인이니 아부 압둘 아지즈라는 등의 별칭을 듣게 되는데, 이는 말 그대로 후세인 아빠, 압둘 아지즈 아빠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네들이 상대방의 이름 대신 철수 아빠, 진표 아빠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물론 "~네 아들"이란 의미로 쓰이는 "이븐"이란 표현도 있어서 본명 외에 후세인 아들, 압둘 아지즈 아들이라는 의미의 이븐 후세인, 이븐 압둘 아지즈로도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네와 차이가 있다면, 워낙에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사회다 보니 아들에 대해선 이런 별칭들을 사용하지만, 딸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정도? 

 

"아부"가 사람 이름 앞에 붙어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아버지란 의미 외에 사물이나 다른 것 앞에 붙어서 또다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많은 사람/것"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아부 플루스...이러면 돈 많은 사람이란 뜻을 갖게되는 거죠...

 

이 "아부"란 표현이 은행에서는 "~리얄짜리 묶음"이란 의미의 은어로 사용됩니다. "아부 미아"는 100리얄짜리 묶음, "아부 캄씬"은 50리얄짜리 묶음, "아부 아샤라"는 10리얄짜리 묶음, "아부 캄싸"는 5리얄짜리 묶음, "아부 와히드"는 1리얄짜리 묶음이란 뜻이지요. (지폐 한 묶음은 100장입니다.)  

 

이 표현을 알아두면 좋을 때가 언제일까요??? 은행에서 큰 돈을 작은 단위의 화폐로 바꿀 때입니다... 가령 500리얄 짜리로 받은 큰 돈을 100리얄이나, 50리얄, 10리얄, 1리얄 묶음으로 바꾸고 싶을 때 말이죠... 창구 직원이 영어가 잘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설명하기가 참 난해해집니다... 영어가 안 통하는 직원들에게 10000리얄을 50리얄짜리와 10리얄짜리로 섞어서 바꿔달라고 하던가, 100리얄 짜리로만 바꿔달라던가...라는 설명을 이해시키기가 쉽지는 않으니까요... 

 

이럴 때 정확하게 얼마 짜리 몇 장 이 필요한게 아니라면, 위에서 언급한 아부란 표현을 써보면 그네들도 쉽게 이해합니다. 예를 들면...

 

나    : "뭄킨 무샤킬 아부 아샤라와 아부 캄싸?" (10리얄짜리 묶음과 5리얄짜리 묶음으로 섞어서 줄 수 있어?)

원 : "라. 무쉬 뭄킨.... 왈라히 마피..." (아니, 안되는데... 정말 없어...)   

나    : "마피?. 마피 무쉬킬라" (없어? 그럼 할 수 없지 머...)  

         ** 은행에서도 잔돈 묶음으로 바꾸는게 의외로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10리얄 아래로는 말이죠... 그럴 때는 주유소나 바깔라 (매점)으로...!

 

또는,

 

직원 : "뭄킨" (섞어서 바꿔줄 수 있는데...)

나    : "꾸와이스. 하블리 마아 바아드" (쫗았어... 같이 섞어서 줘...)

 

라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식으로 몇 번 돈을 바꾸다보니 결국 통장을 개설할 때 아랍어로 된 통장 카드를 주더군요... 아랍쪽은 우리와 달리 종이로 된 통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계좌번호 및 계좌주 정보가 적힌 카드를 발급해줍니다. 보통 외국인의 경우는 영어로 된 카드로 줍니다만, 은행직원이 작정하고 아랍어로 된 통장 카드를 주더군요. 지금까지 통장을 3번 (요르단에서 1번, 사우디에서 2번) 개설해봤는데 처음입니다. 

 

 

이 카드를 전해주면서 은행 직원이 그러더군요. "너 아랍어 할 줄 아는 거 같아서 영어로 주려다 일부러 아랍어로 된 걸로 줬어. 보는데 문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