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출장을 떠나 저녁 늦게 도착한 제다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난 다음날 방으로 배달된 영자지 Arab News지의 1면에 사진과 함께 실린 기사 중 하나가 제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Rush at Jeddah Airport Causes Chaos (10/21) => 클릭!
그리고 그 다음 날에도 관련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Pilgrims Squat All Around as Airport Chaos Continues (10/22) => 클릭!
한마디로 제다에 있는 킹 압둘 아지즈 국제 공항 (King Abdul Aziz International Airport) 이 이드 휴가와 약식 성지순례인 우므라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비행기의 착륙이 지연되는 등의 혼란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제의 제다 공항 북쪽 터미날에서 바라본 성지 순례 전용 하지 터미널. 1년 중 하지 기간에만 문을 열어 성지 순례객들을 받아들인다.)
오래되고 낡은데다 유동 인구의 증가를 감안하지 않은 협소한 설계로 인해 안그래도 좁은 터미날에 증축공사를 이유로 하나의 게이트만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용객이 갑작스레 몰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틀 연속 그 기사를 보니 걱정이 되서 신문에서 공항상황을 들었다며 에미레이트 항공의 공항 사무소에 체크인 시간을 문의했습니다. 8시 45분 비행기인데, 공항이 난리니 4시쯤에 체크인 시작할 거라고 그때쯤 오면 된다더군요...
출발 당일 일찌감치 4시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보통 4시쯤이면 예배 시간도 있고해서 한가한 편이어야 하는데... 공항 밖에서부터 낌새가 이상하다 싶더니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몇십미터나 늘어선 사람들의 행렬이 눈 앞에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들 중의 대부분은 성지 순례객들...
일단 우리가 대충 자리를 잡고 있는 동안 바이어가 빨리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한 끝에 겨우 길을 찾았습니다.. 일등석 이용객 등 제한된 사람들만 이용하는 비교적 한가한 길을요...
다른 일반 이용객들이 따라오지 못하게끔 "빨리 지나가라!"는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악명높은 게이트를 바로 지나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시간 오후 4시 10분경...
비행기 체크인 카운터를 보니 난장판이 따로 없더군요...
무질서하게 줄 서 있는 사람들... 공항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자릴 차지하고 있는 성지 순례객들... 그 혼란 속에 4시에 문연다던 체크인 게이트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통화했던 내용과 달리 결국 5시에 문을 열더군요...
체크인 게이트에서도 한국인임을 알고 도와준 담당 직원 때문에 편하게 보딩패스를 발급 받았습니다... 그런데 보딩패스가 이상합니다... 탑승 시각은 나와있는데, 출발 시간은 안 나와 있더군요!!!! 예상치 못한 주변의 도움으로 출국 수속까지 마치고 3시간 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됐습니다...
좁은 대합실에 나름 잡고 자리를 기다리는데 비행기 출발시간은 현황판에 한참이나 지나서야 뜨더군요... 20:45 비행기가 delay가 아닌 on time 으로 21:30에 뜬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보딩타임만 적혀있는 보딩 패스가 이해될.........................................뻔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기웃거리던 7시 4~50분경.. 에미레이트 항공의 환승 손님들에게 제공되는 낯익은 보딩패스 보관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탑승을 위한 최종 수속을 밟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21:30분 비행기인데 벌써부터???
황당해서 담당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20:45에 예정대로 출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황판만 믿고있다 놓칠뻔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륙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20:45이 되었는데도 비행기는 이륙할 생각을 하지 않더군요...
그랬습니다~~~!!!!
일련의 성지 순례객 무리들이 좌석을 제대로 못찾고 해메고 있었던 겁니다....ㅠㅠ
평생 한번 온다는 각오로 왔을 어르신들과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서 좌석찾고 제대로 앉기 한마당을 펼치더군요...
니 자리 내 자리 따져가며 일행인데 합칠 수 있냐 없냐를 논하면서 제발제발 자리에 앉아달라는 항공 승무원들의 요구도 무시하며 온갖 쌩쇼를 다 벌입니다... 일부 승무원들은 열받아버렸는지 터져 나오는 흥분을 억제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이고, 다른 승무원들은 무관심, 또 다른 승무원들은 체념한 듯한 시선으로 예의없는 성지 순례객들의 자리찾아 앉기 난리 부르스에 대처하더군요...
이러한 쌩난리는 30여분이나 계속된 끝에 겨우 진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행기는 당초 이륙시간이 아닌 현황판에 나와있는 21:30에 맞게 제다 공항에서 이륙하여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결국 21:30이 on time이라던 현황판이 제대로 표시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유동인구가 훨씬 적을 것 같은 신식 리야드 공항에 비하면 고속버스 터미날만도 못한 수준의 제다 국제공항... 빨리 증축을 마치고 새정비가 이뤄져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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