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세면할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세면하고 난 후 얼마 안되어 사무실 건물에 물이 똑 떨어졌습니다. 저희 사무실 건물에는 세탁소 및 음식점 등이 있어 물 소모량이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젯다 시내 거주지역은 나름 배수시설이 구비되고 있는 중이어서 발라디야 (우리로 치면 구청 같은...) 같은 곳을 통해 지하 물탱크로 직접 물을 공급해 주는데 용수가 부족하다던가, 배수 설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용수 공급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발라디야에서의 용수 공급은 도통 감잡을 수가 없어서 어떨땐 문제없이 오다가, 어떨땐 공급이 끊기고, 또 어떨땐 물탱크가 넘치도록 물을 대책없이 공급하기도 합니다. 물탱크에 어느 정도 수위를 채워질 경우 자동으로 공급을 끊는 장치를 해놓지 않으면, 물탱크가 넘처 도로로 물이 흘러드는 건 순간입니다. 더군다나 대개의 물공급이 새벽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에, 자기 전에는 몰랐는데, 일어났더니 집 밖에 물이 넘쳐나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지요. 아무래도 물이 귀한 탓인지 도로로 물이 넘쳐 흐르는게 발라디야에 목격될 경우 물관리 소홀로 벌금이 부과되기도 합니다.
아침부터 회사 직원들을 통해 물차를 섭외해 보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갑작스런 물 부족에 물차 섭외가 쉽지 않다고 아우성입니다. 겨우 섭외하는가 싶더니, 12시간 내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그야말로 인샤알라 같은 대답만 들려온다는 군요. 두 시간 지나도 대답은 12시간 내에 아마도 도착??? 점심 때가 지나도 공급되지 않아 물이 말라버린 건물에 물을 채워넣기 위해 사우디 직원과 저, 그리고 네팔인, 인도인 직원이 함께 타흘리야로 물차를 구하러 갔습니다. 자기네들이 가는 것보다는 사우디인이나 한국인이 함께 가는게 큰 도움이 될 거라면서요.
타흘리야는 국립 용수회사 (National Water Company)에서 운영하는 용수 공급처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하기에 물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이 곳을 향해 몰려듭니다. 사설이나, 개인 물차를 통해 구할 수도 있지만, 그런 물들은 퀄터티가 보장되지 않기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거든요.
직원들과 함께 타흘리야에 가 일단 티켓을 끊습니다. 오후 두시쯤 갔더니 표를 끊는 사람들은 생각처럼 많지 않아보였습니다. 티켓을 끊을 때는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이는 한 사람이 여러 트럭을 구매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신청자 1인당 1트럭인 셈이지요. 가격은 트럭의 크기 등에 따라 정해져 있는데, 19톤 물차 티켓 (1트럭에 약 34,200원) 두 장을 구매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두 명의 신분증을 제출하고 티켓을 끊었다는 얘기입니다. 돈은 물 배달이 종료된 후 물차 기사에게 직접 줍니다. 돈주고 구매했다가 배달사고로 손해보는 일을 막기 위함이지요.
(티켓 구매처 대기실)
물차 티켓을 받았으니 이제 물차를 구하러 갑니다. 대기장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물을 받아 나오는 차를 잡는 방식입니다.
(라인이 여러번 꼬여있다는건 사람들이 많을 때는 엄청 많다는 얘기)
물을 구입할 때도 사우디인과 외국인의 차별이 존재하는데, 당연히 사우디인 우선입니다. 네팔인 직원이 사우디 직원을 함께 데려간 이유이기도 하구요. 지붕에 차단막이 쳐있기는 하지만 실외다 보니 나름 물도 뿌려주고 팬도 돌리긴 하지만 무더운 한여름엔 큰 도움이 될 것 같진 않기도 합니다.
물차 대기장에는 두 개의 라인이 있는데 저희가 선 쪽은 중대형 트럭용, 반대편 쪽은 소형 트럭용 대기줄입니다. 제가 갔을 땐 대형 물트럭 3대 정도 와야 소형 물트럭 1대가 들어오더군요. 이 대기장에도 관리직원들이 있어 트럭들이 원활하게 나가는 것을 돕고, 대기자들의 질서를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반대편은 소형 물트럭을 기다리는 줄)
대기선에서 기다리다 보면 물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안내직원에게 티켓을 보여주고 물차 기사와 접촉하게 합니다. 배달할 곳의 위치를 말로 설명해주던지, 아니면 조수석에 함께 타고 갈지를 말이죠.
(안녕? 물트럭! 만나서 반가워.....^^)
함께 데려간 네팔인, 인도인 직원을 트럭 1대에 한 명씩 함께 태워 보내고는 사우디인 직원과 저는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네 시쯤 되니 물트럭들이 사무실에 와 물을 채우고 갑니다. 아침에 주문해서 12시간 내에 오겠다던 물차는 오후 5시반쯤에나 도착했으니, 사우디인이 직접 가서 구하는 것과 외국인이 구하는 것 중 어느쪽에 우선권이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죠???
'GCC > 사우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운전] 헤지라력 새해(올해 11월중순)부터 새로운 교통벌칙제도 도입 예고 (0) | 2012.03.20 |
---|---|
[정치] 나이프 왕세제 건강검진 후 알제리로... (0) | 2012.03.15 |
[정치] 나이프 왕세제 건강검진차 미국행.... (0) | 2012.03.09 |
[리야드] 미션임파서블 4가 연상되는 살벌한 리야드의 모래폭풍 (0) | 2012.03.03 |
[국제] 사우디 정부, 시리아 사태에 개입? 압둘라 국왕, 시리아 정부에 최후통첩 (0) | 2012.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