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라의 아랍 이야기를 통해 걸프리그 소식이나 제가 직접 관전한 직관기를 소개해오고 있습니다만, 이번 글은 조금 색다르게 다른 분의 직관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지난 1월 17일 제 트위터 계정으로 받은 아래와 같은 한 통의 멘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dullahbank 알자지라 경기 보러 가고 싶은데~ 경기 일정 알수 없나요!! 두바이에 25일부터 2/1일까지 가는데~ 신형민선수 경기 볼수 없을까요!? 도와주세요^^"
걸프지역 축구소식을 전해드리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받아본 적 없던 다소 특이한 트윗을 보낸 이는 황영조님이었습니다. 우리에겐 그 이름을 들으면 딱하니 떠오르는 마라톤 선수 황영조가 아닌, 개그맨 황영조님. (전 사실 모르는 개그맨이었어요;;;;)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보니 자신이 속해있는 개그팀 4륜구동과 함께 포항에서 소극장 공연도 하고 포항스틸러스의 서포터즈이자 포항 선수들과도 친분이 있으시더군요. 두바이 일정이 있어 방문기간 중 알 자지라에서 뛰고 있는 신형민 선수의 경기를 보려고 알아보는데 관련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려다 우연찮게 제 트윗 계정을 보게 되었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경기 일정이라던가 교통정보를 알려드렸습니다. 아부다비나 두바이에 있었으면 좀더 도움이 되어드릴 수도 있었을텐데 저도 서울에 있으니까요...^^
두바이에 있는 동안 예정된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더니 다행히 신형민 선수가 오랜만에 국대 합류하기 전 출전했던 두 경기를 모두 봤다고 하시네요. 두 경기 모두 알 자지라의 홈경기로 리그 경기는 걸프컵 휴지기로 쉬었다가 재개되는 첫 경기인데다 UAE로 깜짝이적했던 콰레스마의 데뷔전이자 리그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알 아흘리와의 빅매치였고 ([UPL 15R] UAE리그 데뷔전을 치룬 콰레스마와 맞대결한 신형민, 승부를 가리지 못해!), 다음 경기는 신형민 선수가 알 자지라로 이적한 후 첫 데뷔골을 기록하고 팀 역시 조별예선 통과를 확정지었던 잇티하드 칼바와의 컵대회 경기 ([에티살라트컵 9R] 신형민, 중거리슛으로 UAE이적 후 첫 골! 알 자지라는 조1위를 확정지어!) 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요청해드린대로 직관하며 찍은 사진들을 카톡으로 보내주셨기에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저도 아부다비 경기장은 가보지 못한데다 사우디나 카타르와 달리 UAE 리그나 컵 경기는 보기 힘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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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1시간 반정도 소요되는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넘어가는 방법은 택시를 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갑니다. 두바이에 살고 있거나 살았던 후배들을 통해 알아보니 경기장까지 택시타고 가면 가장 편하긴 하지만 편도 차비만 200~300디르함 정도 들 것이고, 버스는 싼대신 조금 번거로울 것다고 전해드렸는데 결국 버스를 타고 아부다비로 넘어가서 아부다비 버스 정류장에서 경기장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고 하네요.
(아부다비행 버스를 탈 수 있는 두바이 버스 정류장)
(아부다비행 편도 티켓값은 25디르함!)
(아부다비행 버스 안 풍경)
(아부다비로 가는 길)
(아부다비 버스 정류장)
아부다비 버스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택시를 타고 목적지이자 알 아흘리와의 홈경기가 펼쳐지는 알 자지라의 홈구장 무함마드 빈 자이드 스타디움으로 향했습니다.
(챔피언의 홈이자, 아부다비의 자존심!!! 좋네요!!!!)
(경기장 내 좌석 배치도. 본부석쪽을 다른 구역처럼 South Stand가 아니라 Ground Stand라 부르는 것이 특이하네요.)
(알 자지라 구단 버스)
경기장 내에는 구단주를 위시한 인물들의 사진이 세워져 있습니다. 알 자지라의 구단주는 유럽 축구팬들에겐 현실세계에서 FM과 Simcity를 구현 중인 맨시티 구단주로 잘 알려져 있는 만수르 알 나하얀입니다!
(가장 왼쪽부터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알 자지라 구단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UAE군 총부사령관,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겸 UAE 대통령겸 아부다비 수장, 마지막은 누구시더라.....?)
물론 멀리서 온 지인을 위해 제공받았다고 합니다만, 일등석 티켓값은 50디르함 (약 14,000원)입니다. 아래 티켓 사진을 보니 자유석인 것 같네요.
알 아흘리와의 경기가 도착한 당일 저녁 경기였던터라 두바이에 도착하자마자 잠시 여독을 풀고 아부다비로 넘어간 황영조님은 경기 시작 두시간 전에 경기장에 입장했다고 하네요. 정말 썰렁해 보이죠???^^
그리고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해서 둘러본 경기장 내부의 모습들....
Grand Stand라 불리는 본부석에서 봤을 때 경기장 양쪽 구석에 세워진 두 개의 타워에 각각 아부다비 권력 서열 1, 2위인 칼리파 UAE 대통령겸 아부다비 수장과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제겸 UAE군 총부사령과의 초상화가 보이는게 눈에 띕니다. 칼리파 UAE대통령 이름이 세상에 더욱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두바이가 세운 세계 최고층 건물의 이름을 그에게 헌정했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는 당초 부르즈 두바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졌으나 리먼 쇼크로 경제위기에 휘청이던 두바이를 도와준 그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이름을 바꾸었거든요. 아부다비 수장인 칼리파의 이름을 자신들이 세운 세계 최고층 건물의 이름으로 바쳤던 두바이는 올해 초 "에미레이트 로드"의 이름을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로드"로 바꾸며 아부다비 왕세제에게 헌정했습니다. 아부다비를 이겨보고 싶었던 두바이로서는 헌정은 했으나 썩 달갑지 않은 이름일 것 같네요.
(좌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겸 UAE군 총부사령관)
(우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대통령겸 아부다비 수장)
경기시간이 다가오면서 관중석에도 사람들이 차기 시작하고 선수들도 몸을 풀기 시작합니다.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선수가 바로!!!!)
(서포터즈석에도...)
이 날 경기에서는 울산현대의 우승으로 끝난 지난 시즌 아챔에서 12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리카르도 올리베이라의 시상식도 같이 행해졌습니다. 팀은 비록 16강전에서 탈락했지만, 5경기를 더 치룬 1~2위팀들의 선수를 제치고 득점왕을 먹었으니 ㅎㄷㄷ할 뿐이죠...
(이 사진은 직찍이 아니구요~^^)
(뒤에 보이는 등번호 37번의 주인공은 바로 알 아흘리로 이적한 콰레스마!)
본부석쪽의 풍경은 어떨까요? 본부석쪽에는 많은 관중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관중수가 적어보이지만, 경기가 경기이니만큼 그나마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입니다. 직관하지 않으면 생방송으로 경기를 보기 힘든 우리나라와 달리 걸프쪽은 전경기를 생중계해주는 등 워낙 중계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기에 (물론 국기와 다를 바 없는 축구에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려는 정부의 의지가 있지만요...) 알 자지라의 홈구장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스타디움은 증축을 한번 거치면서 재단장을 한 터라 시설은 정말 훌륭했다고 합니다. 훌륭한 축구장이 있지만 축구팬들은 굳이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경기를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요. 티켓값을 싸게 책정해도 집에서 보는 걸 더 즐긴달까요.
황영조님이 두번째로 봤던 잇티하드 칼바와의 에티살라트컵 조별예선 경기장 풍경을 보면 알 아흘리와의 경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컵대회에 UAE 국대선수들이 차출되서 많이 빠진데다 상대팀이 약체팀인 탓이 컸겠지만요. 경기수준은 먼저 본 경기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신형민의 UAE 이적 후 첫 데뷔골을 터뜨린 경기였기에 뿌듯해했을 것 같습니다. 저지를 입고 간터라 현지 방송과 인터뷰까지 했다고 하네요!
(알 자지라와 잇티하드 칼바와의 에티살라트컵 조별예선 경기 중...)
이미 소개해드린대로 양팀의 경기는 알 자지라가 알 아흘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지만, 후반 종료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1위 알 아인과의 승점차를 좀더 줄일 수 있었던 알 자지라로서는 그야말로 아쉬운 결과였습니다만...
(알 아흘리 구단버스)
알 자지라로 이적한 후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신형민의 플레이를 현지에서 직접 두 경기를 지켜보니 그야말로 열심히 뛰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네요. 포항에선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면서 종종 골을 선보인 그였지만, 지금 뛰고 있는 알 자지라에서는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의 두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중입니다. 보통 수미면 수미, 센터백이면 센터백으로 출전합니다만 경기에 따라서는 전반에 수미로 뛰다가 경기 도중 수비수를 교체아웃시키고 신형민을 센터백으로 내리는 신형민 쉬프트를 가동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골소식은 더 드물어졌습니다만... 현지 팬들에게도 제법 인기가 있는지 신형민 저지를 입고 경기장에 간 황영조님은 신형민 저지를 벗어달래며 잡아땡기는 꼬마팬들의 성화에 짜증도 났었다고 하네요~^^
(신형민에게 받은 알 자지라 홈 저지와 축구화 인증샷!)
지금은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을 위해 국대에 합류했겠지만, UAE리그에서 유일하게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로서 앞으로도 멋진 활약 기대합니다!
(신형민과 함께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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