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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흘리] 포르투갈 리그로 복귀한 석현준, 입국 순간부터 다사다난했던 사우디 리그에서의 한 시즌!

둘뱅 2014. 6. 30. 16:27



지난 시즌 포르투갈 1부 리그 프리메이라 리가 5위팀인 CD 나시오날이 30일(이하 한국시각)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석현준과 4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하면서 알아흘리의 아시아 쿼터 공격수로 한 시즌간 활약했던 석현준은 결국 포르투갈 무대로 복귀했습니다. 알아흘리는 시즌이 종료되자마자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를 경질하고 그를 대체할 아시아 쿼터 선수로 쿠웨이트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오마르 수마를 영입하면서 석현준을 일찌감치 이적시장에 내놓은 상황이었습니다.


비토르 페레이라가 알아흘리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오만 공격수 이마드 호스니의 장기 부상 공백을 대체할 아시아 쿼터 선수로 포르투갈 리그 CS 마리티모에서 사우디 리그 알아흘리로 전격 이적했던 석현준의 사우디 생활은 사우디 입국 순간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급박스럽게 진행된 이적이었던 탓에 포르투갈과 사우디 대사관 휴일이 맞물려 비자 정보가 사우디 여권국 전산망에 제대로 업데이트되지 않아 젯다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데만 무려 9시간이나 걸리는 한바탕 소동 끝에 젯다 공항 밖을 나설 수 있었으니까요.


(젯다 공항에서 비자 수속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며 녹초가 된 석현준의 모습)


"황제 대접을 받는 것 같았다."라는 모 선수가 표현했듯 전세계 어디를 가도 받기 힘든 팬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사우디에 입국하는 선수들과는 달리 석현준의 사우디 생활은 시작부터 험난한 생활을 예고한 것이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팬들의 영향을 받고 구단은 SNS를 통해 입국현장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하거든요.


(석현준의 뒤를 이어 알아흘리의 아시아 쿼터 선수로 영입된 오마르 소마의 입국 현장. 위의 사진과 비교되죠?)


여러 시즌 팀의 핵심 공격수였던 이마드 호스니의 이탈과 주포 빅토르 시모에스의 부상 공백을 메울 핵심 공격수로 프리시즌 첫 출전에서 45분간 1골 1어시스트를 성공시키며 좋은 모습을 보였고 리그 개막전에서 골을 기록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알나스르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중족골 골절상으로 발목수술을 받고 전반기를 통째로 날려먹으면서 시즌 나머지 기간은 그야말로 괴로운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발목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석현준.)


사우디 언론과 팬들은 입국 순간부터 화끈한 관심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뜨거운 관심 때문에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치리만큼 감정을 이입하는 성향이 있어서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플레이할 때는 덜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하던가 부상으로 오랫동안 결장하게 될 경우 온갖 소식과 루머가 돌고돌아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공격하곤 합니다. 이는 마땅한 오락거리가 없는 사우디의 현실에서 최고의 오락거리인 축구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선수들에게는 가뜩이나 쉽지 않은 사우디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는 한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현재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병수도 알힐랄에서 뛰던 시절 부상으로 잠시 쉬었을 때 이런저런 뒷얘기들이 힘들게 했었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말이죠.


가뜩이나 석현준에게 상황이 더 안 좋게 돌아갔던 이유는 장기 부상으로 공배기를 가졌던 빅토르 시모에스의 복귀를 놓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과의 갈등 속에 알아흘리를 떠나게 되면서 빅토르 시모에스에게 우호적이었던 언론과 여론의 화살이 그가 데리고 온 석현준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12월에 왕세제컵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하는 등 최악의 성적을 거두는 것과 맞물려 부상 공백기였던 석현준이 비토르 페레이라와 구단을 비난하고 싶었던 그들의 희생양이자 먹잇감이 된 셈이었죠.


부상 공백을 딛고 복귀하기 바로 직전 구단 공식 트위터 홍보계정조차 팀훈련 도중 동료선수와 충돌한 석현준의 발목부상이 재발하여 계약해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할 정도로 그에 대한 곱지않은 언론과 여론의 시선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알아흘리를 떠난 후 포트루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알아흘리 감독 생활에는 후회가 없지만,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젊은 선수인 석현준이 더 발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치 위에서 이겨내기 힘든 언론과 여론의 지나친 압박으로 인해 위축되어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말이죠.  


이러한 경기외적인 요소와 맞물려 부상에서 복귀한 석현준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리그 후반기에는 이적 직후 당한 부상을 딛고 득점포를 가동한 루이스 레알에 밀려 후반에 조커로 투입되는 등 부상당하기 전만큼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하며 2골 2어시스트로 사우디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리그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순간에 알잇티파끄의 역사적인 사상 첫 강등을 이끈 후반 자책골을 유도하면서 주목을 받긴 했지만요. 


 

석현준의 13/14시즌 공격 포인트 영상- http://tvpot.daum.net/mypot/View.do?ownerid=hk6-VCLydAU0&playlistid=3936978


그야말로 입국순간부터 시즌을 마감할 때까지 그 어느때보다도 다사다난하고 다이나믹했던 사우디에서의 한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서 휴식을 즐겼던 석현준은 자신의 생일날 새로 이적하게 된 CD 나시오날로 가기 위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익숙한 포르투갈 리그로 다시 복귀하는 만큼 다가오는 시즌에는 멋진 활약을 펼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