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험담] 한국을 방문했던 아랍 바이어와의 먹거리 에피소드...

둘뱅 2007. 4. 5. 10:54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사우디 바이어를 몇 일동안 따라다녔었습니다... 새삼 느끼게 되는 거지만 아랍 바이어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업무와는 상관없지만 중요한 일로 두 개의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어디서 뭘 먹여야 하나...? 그리고 또 하나는 대체 어딜 데리고 가야 하나...?

 

   오늘은 뭘 먹여야 하나?에 대한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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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는 육류를 좋아라 하는 그들이지만 그네들이 얘기하는 할랄 미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되어 있는 등 먹을 수 있는 것보단 먹기 힘들거나 못 먹는 것들 투성이지만, 같은 무슬림이라도 해외에 출장을 나가 지내는 방법이나 식성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선에서 대접해야 될지는 그때 그때 다릅니다...

 

   그나마 이미 소개한 바대로 몇년전부터 아랍(이집트/요르단), 터키 식당 등 할랄 고기를 취급하는 곳들이 생겨서 고민은 줄어들었지만요...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오는 바이어는 그다지 없기 때문에 여러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동안의 제 경험담입니다...

 

   

[에피소드 1] 외국에선 (눈치볼 것 없으니) 막 나갈래! (1999년)

   대학교 때 일이었습니다... 아는 여선배로부터 급통역 요청을 받았습니다. 원래가 자기가 맡던 시리아 바이어였는데, 이상한 사람이라 더 이상 자신이 맡으면 위험한 상황에 빠질지도 모른다면서 대타 의뢰를 하더군요...

 

   알고보니... 전날 밤 경찰서에서 갑작스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낮에 추근덕 거리던 바이어가 밤에 호텔방에 있는 냉장고에서 양주를 마신 후 난동을 피워 신원확인차 전화를 했던 것이었습니다..

 

 

[에피소드 2] 지킬 건 지킨다... (1999년)

   대학교 때 모 대기업의 통역 알바로 나갔다 만난 사우디 바이어는 자신들의 식습관을 지키면서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나름 신경쓴다고 일식집에 데려가서 도시락을 시켰더니 그냥 생선구이에 야채 샐러드, 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거나, 피자집에 가서 야채 피자만으로 만족했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데리고 갈 식당은 없었지만 그래도 식사문제를 해결하긴 편했습니다...

 

 

[에피소드 3] 같은 할랄 고기를 먹더라도 아랍 식당이 좋아! (2003년)

   몇 년전 전시회를 찾아왔던 레바논 바이어는 처음 하루이틀은 먹는 걸로 고민하다 이태원에 있는 이집트 식당으로 데리고 갔더니, 며칠 못 먹었던 한을 풀 듯 그야말로 게걸스레 먹더군요...! 

 

   그리곤 돌아가는 그 날까지 저녁은 그 곳에서 먹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식당에 며칠 연속으로 가기 싫어 터키 식당(요르단 식당이 생기기 전입니다..)을 추천했지만, 자기 입맛에 안맞는다고 거절하니 별 수 없더군요...

 

 

[에피소드 4] 아침 한 끼로 하루를 채운다!!! (2005년)

   재작년에 온 이집트 바이어는 지금껏 봤던 바이어 중에 특이한 경우였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만 먹고 하루를 버티더군요!!!!

 

  이번엔 내가 배고파서라도 이집트 식당을 추천해봤지만, 생각없다고 그냥 건너뛰더군요... 바이어랑 일대일로 붙어 다니던 전 그 덕에 굶으며 다녀야했습니다... 정말 악몽이었습니다...!!!

 

 

[에피소드 5] 먹을 건 먹고, 챙겨올 건 다 챙겨오고... (2007년)

   지난 달 방문한 사우디 바이어 얘기입니다... 이집트 식당도, 터키 식당도 다 잘 갔는데, 한 사람은 새우 요리만 먹고, 다른 한 사람은 간단하게만 먹는 거였습니다... 자신에겐 이집트 식당에서 나오는 새우요리가 맛있다고 하더니, 두 번째 갔던 날은 이집트인 주방장과 친해져서 생선 요리를 서비스로 받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간단하게 먹던 사람은 안 먹더군요... 아랍인들이 생선 구이류는 먹는다는 걸 아는 저로서도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물었더니, 대답은....

 

 

 

 

   오른손에 낚여있는 생선들 보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자신은 직접 물 속에 들어가 잡은 생선들만 요리해 먹는다는 겁니다....!!! (친구들과 요트를 공동 소유하고 있는 다이버이기도 하다는군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인천에서 직접 픽업해오질 않아 몰랐는데, 제주도 여행을 간다고 김포공항에 데려다줬을 때 놀라고야 말았습니다... 가져 올 업무상 짐도 거의 없는 남자 두 사람의 가방 무게가 무려 70kg을 가볍게 상회했거든요...!!! 여행용 가방 두 개와 용도를 알 수 없던 녹색가방, 가방은 총 3개 뿐이었는데 말이죠... 

 

   그 녹색 가방의 정체는 배웅해주러 갔던 인천공항에서 밝혀지고야 말았습니다...

 

   공항에 내려주려는데 가져가봤자 짐만 된다며 사우디에서 가지고 온 먹거릴 저에게 준다고 가방을 열어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는데....

 

   그렇습니다... 그 가방의 역할은 그야말로 식량 창고였던 겁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사우디에서부터 먹거릴 잔뜩 싸들고 왔더군요... 그 속에서 다양한 먹거리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선 보기 힘든 특이한 참치캔 20여개, 야채 샐러드 몇 캔, 치즈 몇 통, 크래커 한 박스, 비스킷류 몇 개, 올리브 몇 캔, 집에서 직접만든 대추야자열매와 판매용 열매 등등등등....

 

   일주일 체류를 생각하면서 너무나 많이 싸가지고 온 덕에 먹지도 못했던 겁니다...!!!! 저야말로 뜻밖의 횡재를 하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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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개인적으로 워낙 잡식성이라 어딜가도 음식 때문에 고생하지는 않습니다만, 외국에 나가면 음식때문에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나마 우리는 김치, 고추장 같은 것들만 있어도 어떻게 대충 끼니를 떼우실 수 있는 분들이 많지만, 아랍만 벗어나면 먹거리가 극도로 적어지는 그들에겐 그야말로 끼니해결이 낭패일 수도 있거든요....

 

   그나마 아랍인들을 데리고 갈만한 식당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그간의 기억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덧붙여 트랙백한 글은 예전에 포스팅한 것으로 아랍인들의 기본적인 음식 취향과 국내 아랍 식당들의 정보가 소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