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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울산의 철퇴축구에 침몰한 알 힐랄의 탈락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

둘뱅 2012. 10. 4. 22:06

 

이미 많은 분들이 SBS-ESPN의 중계를 보셨을테니 평소 경기 포스팅과는 다르게 정리해 볼까 합니다.

 

리그에서는 여전히 강팀이지만, 아챔에서는 작아지기만 하는 알 힐랄의 아챔 징크스는 올해도 어김없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4강까지 진출했다가 이란의 조바한에게 2패 (1-0, 0-1/이영표는 2차전에서 퇴장)를 당하며 결승진출에 실패하더니, 작년에는 16강에서 영원한 라이벌 알 잇티하드에게 패해 (3-1) 8강 진출에 실패했고, 올해에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8강에서 울산 현대에게 2패 (1-0, 0-4)로 참패를 당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같은 사우디 리그의 알 아흘리와 알 잇티하드가 4강 진출에 성공한 반면, 알 힐랄로써는 이례적인 대패까지 보이는 졸전 끝에 탈락했으니 아챔 우승을 매시즌 최우선 목표로 세우고 있는 알 힐랄 구단 수뇌부와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멘붕을 일으킬만한 대사건이었습니다. 그만큼 후폭풍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구요.

 

 

1. 경기 리뷰- 알 힐랄은 스스로 정신줄을 놓아버리다.

한줄로 요약하면 울산은 울산의 경기를 펼쳤고, 알 힐랄은 알 힐랄의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경기였습니다. 1, 2차전 사이에 펼쳐진 리그 2경기에서 고전하던 울산과 역시 리그 2경기에서 맹폭을 벌이며 리그 4연승을 질주하던 알 힐랄의 재대결은 안그래도 홈구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0대 4 참패를 당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없었겠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으니 말이죠.

 

이상한 조짐은 알 힐랄의 출전선수 명단에서부터 보였습니다. 야세르 알 까흐따니가 근육부상으로 1달 정도 아웃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교체선수 명단에 공격수를 단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오직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만 있었죠. 압박이 강한 울산 수비진을 맘껏 농락했던 1차전 후반 막판에 보여준 경기력을 봐도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결장은 아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팀의 창의적인 미드필더인 무함마드 알 샤흘룹도 부상으로 결장으로 인한 상황에서 야세르 알 까흐따니마저 빠진 것은 알 힐랄로는 악재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해도 선발 스쿼드가 의아했던 점은 최소한 2점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던 알 힐랄에게는 경기 초반 득점을 위해 울산의 압박을 이겨낼 창의적이거나 빠른, 그리고 골결정력도 갖춘 미드필더들이 필요했는데, 이런 요건을 충족시킬만한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와 나와프 알 아비드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미드필더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울산 수비진에 고전했던 1차전만 복기해봐도 대안이 필요했는데 말이죠. 알 힐랄로써는 초반부터 총력을 기울여 2골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선발 스쿼드는 그런 의지를 보이기엔 좀 애매했달까요?

 

어제 스쿼드상으로는 경기 초반 가능한 공격자원을 많이 투입하여 다득점을 하고 잠궜어야 했는데 그러기 위한 선발진을 꾸리지 않은 것은 콤부아레 감독이 울산에겐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담이 올 수 밖에 없는 후반을 노리지 않았나 싶은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이번 시즌 알 힐랄의 리그 8경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찾을 수 있는데, 알 힐랄은 리그 25득점 중 전반에는 겨우 5득점에 그친 반면, 후반에는 20득점을 넣었을 정도로 후반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이는 투톱 중 한 명이 상대 수비진을 맘껏 휘저으며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사이에 교체로 공격수와 빠른 미드필더들을 투입해서 골을 넣는 패턴이 적중해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울산과의 1차전에서도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경기흐름을 가져왔던 것처럼요. 그러기 위해서는 교체명단에 공격수가 있어야 했는데 야세르 알 까흐따니의 결장 등으로 교체진에 공격수가 없는 상황. 차라리 두 미드필더를 선발출전시켰으면 어땠을까...싶은 아쉬움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 본부석에서 본 경기장 풍경)

 

전체적으로 보면 전반 시작하자마자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마지드 알 마르샤디가 날린 헤딩슛이 에스티벤의 선방에 막히고, 전반 23분과 26분에 연속으로 하피냐가 골을 성공시킨 순간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얼어잇던 지난 1차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낳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알 힐랄이 극복해내야 할 점수차에 대한 부담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으니까요.

 

까데르 망간이 부상을 당한 후에야 겨우 하프타임에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를 투입시켰지만, 이미 기세가 꺾인 알 힐랄이 살아나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1~2차전 내내 울산의 빠른 공격진에 밀려 겨우 막아내기에 급급했던 까데르 망간이었지만, 그의 빈자리는 결국 후반 9분 김신욱의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크게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까데르 망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작아진 알 힐랄 수비진이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 축구를 막기는 힘들었으니까요. 수비수가 빠지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잃은 상황에서의 집중력 저하는 결국 이근호에게 쐐기골을 허용하며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4실점 후 알 힐랄의 경기력은 그야말로 비참했습니다. 체력부담이 올 것으로 예상했던 울산이 골폭죽 속에 기세가 완전히 살아나 알 힐랄을 압도해 버렸고, 결국 의지가 꺾여버린 알 힐랄의 미드필더진과 후위로 내려간 웨슬리 로페스마저 울산 수비진에 꽁꽁 막혀버리면서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던 유병수가 완전히 고립되면서 결국 0패를 면하는데 실패하고 프린스 파이살 빈 파하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홈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습니다. 일찌감치 좌석이 완전 매진되어 일부 팬들은 20리얄 (6,000원)짜리 티켓을 20배나 웃돈을 얹은 400리얄 (120,000원)을 주고 들어올 정도로 응원했던 팬들 앞에서 말이죠.    

 

 

2. 참패 후의 후폭풍?

울산 현대에게 당한 기록적인 참패 이후 후폭풍이 알 힐랄 구단을 강타하기 시작했습니다. 구단측의 정식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압둘라흐만 빈 무사아드 왕자의 거취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소식이 전해지고 있으니까요.

 

1) 압둘라흐만 구단주 사임?

구단주 압둘라흐만 빈 무사아드 왕자가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미 한국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것처럼요.

 

압둘라흐만 구단주는 재작년 10월 아챔 4강에서 탈락한 후 에릭 게레츠 감독을 경질하면서 에릭 게레츠 감독을 경질하면서부터 명망있는 세계적인 명장을 감독으로 모셔오는데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실직 상태였던 마틴 오닐 현 선덜랜드 감독에게 거액의 오퍼를 날리며 적극적으로 대시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팀의 레전드이기도 한 축구 기술 고문인 사미 알 자베르가 사견을 밝히며, 시즌 중 리그에서의 빠른 적응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으로 내세웠던 가브리엘 칼데론을 감독으로 영입했었구요.

 

그의 경질 후 토마스 돌 감독으로 지난 시즌을 시작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그를 경질하고 리그 후반기에는 단기 계약한 이반 하섹 감독체제로 운영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압둘라흐만 구단주는 리그 종료와 동시에 이반 하섹 감독의 재계약 대신 콤부아레 전 PSG 감독을 영입하면서 유럽축구에서 명망있는 감독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는 듯 했으나 팀이 염원하는 아챔 우승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다음 기회로 미루면서 그에 대한 책임을 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데는 지난 시즌 감독 교체로 홍역을 치뤘던 영원한 라이벌 알 잇티하드의 행보와 확연히 비교되기 때문입니다.

 

알 잇티하드는 자신들에게 우승 청부사나 다름없었던 디미트리 다비도비치 감독을 5번째로 다시 부르며 리그와 아챔에서의 우승 탈환을 노렸지만 리그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아챔 4강전에서 전북 현대에게 져 탈락하면서 그를 경질한 후 마트야즈 켁 감독을 영입했지만, 도리어 그는 알 잇티하드의 굴욕적인 흑역사로 기록될 최악의 두 달 (8전 1승 2무 5패)을 보내면서 팀으로서는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알 잇티하드는 의외로 스페인에서 단 한번의 수석코치 경험이 전부인, 감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라울 카네다를 후임 감독으로 임명했고, 현재까지 그 결과는 알 잇티하드 구단 수뇌부의 "신의 한수"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어수선한 상태에서 좋게 마무리 한 지난 시즌 종료 후에도 그를 재신임한 구단 수뇌부의 신뢰에 보답하듯 부임 후부터 시작된 공식경기 무패 행진을 그저께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아챔 8강 2차전에서 2대 1로 질 때까지 22경기인가 23경기를 이어왔고, 첫 패배에도 불과하고 팀을 아챔 4강 진출시키는데 성공했으니까요. 반면 성적 좋았던 이반 하섹 감독을 재신임하지 않고 명망있는 감독을 영입했지만, 미션 달성에 실패한 알 힐랄의 행보와는 비교가 될 수 밖에요.

 

2) 압둘라흐만 구단주의 유임, 그리고 팀의 개혁?

압둘라흐만 구단주의 사표제출설과 함께 나오고 있는 또다른 소식은 압둘라흐만 구단주가 계속 자리를 지키는 대신 팀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4년 임기를 이미 마친바 있는 압둘라흐만 구단주는 몇달 전 재신임을 받고 부임 2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팀 개혁에 대해서는 대표적으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것입니다. 이미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팀과의 재계약을 거부한 아흐마드 알 프라이디가 알 나스르로 떠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울산과의 경기에서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아딜 헤르마치와 까데르 망간을 떠나보내겠다는 것입니다. 아딜 헤르마치는 1차전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2차전에서도 제 역할을 보이지 못했고, 까데르 망간은 안더레흐트로 떠난 오사마 하우사위의 빈자리를 메꾸는데 실패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죠. 반면 유병수는 이적 가능성을 검토해 보고 웨슬리 로페스는 잔류시킬 것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미션 실패에도 불구하고 콤부아레 감독을 재신임하여 새로 바꿀 외국선수 영입에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챔에서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는 막강 공격력과 수비력을 선보이며 리그에서 순항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기도 합니다. 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8라운드를 제대로 소화한 8팀 중에서는 최고 득점과 최저 실점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리그마저 부진했다면 바로 조치를 취했을것 같습니다만... 

  

 

두 가지 소식이 돌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확인되는 소식으로는 참패에도 불구하고 구단 수뇌부는 압둘라흐만 구단주와 콤부아레 감독체제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군요. 어떻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