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정치] 압둘라 국왕, 칼리드 빈 반다르 국방차관을 지명 6주만에 전격 경질, 그리고 그 배경

둘뱅 2014. 6. 30. 01:10

(전 국방차관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토요일 발표한 칙령을 통해 국방차관 칼리드 빈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를 국방차관직에서 경질했다고 사우디 관영통신 SPA가 보도했습니다.


그 왕실칙령에 따르면 6월 26일에 만들어진 이번 결정은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왕세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경질 사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으며, 후임도 따로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는 압둘라 국왕의 이복형이자 생존해있는 압둘아지즈 국왕의 아들 중 살아있는 최고 연장자인 반다르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의 셋째 아들로 걸프전에 참전하는 등 사우디 육군에서 경력을 쌓아왔으며, 차세대 왕자들에게 권력 이양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3년 2월 14일 압둘아지즈 국왕의 손자세대 중 최초로 사우디 내 요직 중 하나인 수도 리야드주 주지사에 지명되면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습니다. ([정치] 무타입 왕자의 장관 승격으로 본 유력 차기 승계후보들... 참조)


하지만, 리야드주 주지사가 된지 1년 3개월 만인 2014년 5월 14일에 압둘라 국왕은 부분 개편을 통해 국방차관 살만 빈 술탄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를 경질하고 후임으로 리야드주 주지사에서 경질한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를, 그의 경질로 공석이 된 리야드주 주지사에는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가 주지사에 지명되었을 때 부지사로 함께 지명되었던 압둘라 국왕의 일곱번째 아들 투르키 빈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자를 승진 지명한 바 있습니다. 


그를 국방차관에 앉힌 것은 1963년부터 고 술탄 왕세제, 살만 왕세제가 국방장관을 맡아오면서 국방부를 장악해 온 압둘라 국왕의 이복형제들이자 사우디 왕가 내 최다 파벌인 수다이리 세븐을 견제하고 궁방부 내에 자신의 우호세력을 심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전 국방차관인 살만 빈 술탄 왕자는 술탄 왕세제의 아들이었고, 이에 비해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는 "압둘라 국왕이 좋아하는 왕자 중 하나"로 알려질 정도로 압둘라 국왕의 우호세력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국방부 내 영향력을 놓고 빚은 갈등이 전격 경질의 배경

그의 경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사우디 왕실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에 의하면 갑작스러운 이번 경질은 살만 왕세제의 아들이자 왕세제실 법원장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와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


국방차관이 된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는 왕세제실 법원장으로서의 역할이 왕세제실 법원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국방부 내에도 일정한 역할이 있다고 믿고 국방부 일에도 개입하려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으며, 참다 못한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가 압둘라 국왕의 최측근인 칼리드 알투와이지리 왕실법원장 ([인물] 사우디를 움직이는 권좌 뒤의 실세, 압둘라 국왕의 최측근이자 왕실법원장 칼리드 알 투와이지리 참조)에게 모로코로 휴가를 떠났던 압둘라 국왕이 복귀하는대로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갈등이 심화된 끝에 휴가에서 복귀한 압둘라 국왕은 결국 살만 왕세제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신이 좋아하는 칼리드 빈 반다르 왕자를 일단 경질하는 것으로 봉합시켰습니다.


자신의 측근들에게 요직을 맡기며 최근 친권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압둘라 국왕의 이번 결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살만 왕세제를 존중해줘야 할 필요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왕실 내 대표적 파벌이자 국방부를 장악하고 있는 수다이리 세븐의 좌장이라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그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무끄린 부왕세제 지명과정에서의 합의도출 등 큰 사안에서 많이 협조해주고 있기 때문에 압둘라 국왕으로서도 양보할 사안은 양보하며 그에 대한 감사와 존중하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압둘라 국왕으로서는 왕실 내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세대교체를 위한 권력구도 개편도 중요하지만, 시리아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내에서 태동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 (ISIS)의 급성장으로 인한 역내 위협요인에 맞서 테러와 맞설 것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의 반발을 사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테니까요.



친권체제 강화를 노린 압둘라 국왕의 왕실 내 권력 개편

최근 몇년 간 사우디 정부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부분 개편은 90대에 접어든 고령의 압둘라 국왕이 중요 자리를 아들세대에서 손자세대로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과정 속에 자신의 아들 및 우호세력들을 심어놓아 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 자신이 소수 파벌이고 국가방위군을 권력기반으로 삼아 지금의 왕위에까지 오르게 되었지만, 세대교체라는 명분 속에 아들세대의 수다이리 세븐처럼 손자세대의 확실한 대세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자리잡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니까요. 


국가방위부를 국가방위군으로 격상시켜 자신의 아들 무타입 빈 압둘라 왕자 (1952년생)를 신설 국가방위부 장관 (2013년 5월 27일/ [정치] 압둘라 국왕, 사우디국가방위군을 국가방위부로 격상시키고 아들을 장관에 임명! 참조)으로, 압둘아지즈 빈 압둘라 왕자 (1963년생)를 외교차관 (2011년 7월 22일)으로, 미슈알 빈 압둘라 왕자 (1970년생)를 성지가 있는 메카주 주지사 (2013년 12월 22일)로, 투르키 빈 압둘라 왕자 (1971년생)를 수도가 있는 리야드주 주지사 (2014년 5월 14일)로 앉힌 것들이나, 자신의 우호세력인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왕자 (1945년생)를 공식적으로 없었던 부왕세제 자리를 새로 만들면서까지 왕실 승계서열 2위인 부왕세제로 지명 (2014년 3월 27일/ [정치] 사우디, 제2부총리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왕자를 부왕세제로 지명! 참조)한 것이 대표적인 조치들입니다.



참조: "Saudi deputy defence minister sacked six weeks after appointment" (Meddle East Monitor)

        "Saudi internal politics blamed for sacking of minister" (Gulf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