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뉴스/외부기고&협조

[대홍기획] 범아랍적이면서 글로벌한 두.바.이. 광.고. (2008.09-10)

둘뱅 2008. 10. 13. 04:16

사우디로 나오기 전 광고 대행사인 대홍기획의 사보 편집팀의 요청으로 Daehong Communications 2008. 09~10호의 외부 칼럼인 WORLD AD FILE 코너에 두바이 광고를 소재로 한 칼럼을 투고한 바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외부 칼럼으로, 실제 사보에 소개된 연재본을 링크로 소개하고, 제 블로그에서는 투고본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잡지명: Daehong Communications 2008. 09~10

실제 연재된 편집본: http://www.daehong.com/admin/webzine.dev/pdf.file/2008-09/8.pdf

===========================================================================================================

 

WORLD AD FILE

written by 이중한 (아랍 관련 홈페이지 www.dullahbank.com 운영)

 

작지만, 무한한

범아랍적이면서 글로벌한 두.바.이. 광.고.

 

척박한 환경을 누비는 베두윈들과 진주를 캐는 어민들만이 살던 작은 동네가 있었다. 이 동네의 지도자는 석유를 통해 막대한 부를 얻었음에도 다른 이웃 지도자들과 달리 거대한 항구를 건설하며 국가의 미래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의 유지를 이은 자식들은 세계 건설사를 새로 써나가는 메가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물류 뿐 아니라 전세계의 돈과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이 발전사의 주인공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게 된 두바이다.

 

아랍의 방송&광고 환경

두바이 (UAE)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은 왕국이던, 공화국이던 정치 형태에 상관없이 사실상의 독재국가다. 대부분의 늙은 통치자들은 장기 집권했거나 늘그막에 정권을 잡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지도자들조차도 그의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았으니까 말이다. 이로 인해 공중파 국영방송에서는 반정부적인 내용을 다루기가 불가능하다. 아울러 이슬람을 믿는 종교 국가이니만큼 수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종교적인 표현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제약들로 인해 예전의 광고는 발전하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상당히 평범했다.

하지만, 위성방송과 인터넷 등이 아랍 세계에 유입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금기시했던 정부와 종교를 비판하는 “알 자지라”와 같은 방송이 태어났고, 위성과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서구적인 사상과 문화는 적극적인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재미없는 국영방송들보다 위성방송을 사람들이 많이 볼 수밖에 없고 위성방송의 특성상 특정 국가가 아닌 범아랍적, 혹은 글로벌한 광고가 가장 큰 시장을 갖게 되는 이유다. (사실 아랍국가에서 나오는 통계수치의 신뢰성은 높지 않다.)

 

특유의 국민성을 찾기 힘든 두바이의 인구구조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두바이는 외국의 물자와 자금, 인력을 흡수해가며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 허브로서의 장점을 잘 살려 중개무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았고, 투자자의 신분을 철저하게 보장하면서 검은 돈과 외국의 자본을 끌어모았으며, 물자와 자본의 확보만으로는 한계에 부딪치자 세계 최초, 최대, 최고의 건설 프로젝트를 잇달아 내놓으며 외국의 기술과 사람들도 흡수해가고 있다. 두바이가 메가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이유는 황량한 자연환경과 보여줄 것 없는 역사만으로는 외국인들을 유치할 수도, 체류기간을 늘릴 수도 없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노력은 오늘날의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만들어냈다. 주요 걸프 산유국들의 내외국인 비율이 4:6 정도인데 비해, 두바이의 내외국인 비율은 1:9로 지나치게 외국인들의 비율이 높다. (그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의 이주민들은 두바이의 화려함 속에 소외되고 있는 서남아 노동자들이다.) 한 때 원하는 외국인들은 돈을 내고 시민권을 취득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UAE 시민과 결혼하지 않는 이상 시민권을 주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은 어디까지나 이주민에 불과하다.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진 자국민을 갖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와도 다른 구조이며, 위성방송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물류의 중심지면서, 전세계 회사, 방송, 사람들이 모여있는 만큼 두바이의 광고는 극소수의 UAE인들만을 위한 내수시장용이라기 보다는 범아랍적이거나 글로벌한 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기본적으로 아랍 광고는 우리처럼 유명 연예인 보다는 대체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나 꽁트, 혹은 사람 없이 배경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광고가 많다. 사실 연예인이 광고의 중심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랍권에서 레바논과 이집트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문화 자체가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탓도 크다.

 

글로벌한 이미지의 광고들

 

 

(에미레이트 항공의 TV 광고)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한 소녀의 성장기를 소재로 한 이 TV광고는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두바이의 국영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의 이미지 광고이다. 상파울루에서 태어난 소녀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에 익숙해지고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에미레이트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다양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어울려 일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네슬레의 KitKat 지면 광고)

 

평온한 들판에서 새끼를 육아 주머니가 아닌 유모차에 태운 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캥거루의 모습을 담은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초콜릿 브랜드 “KitKat"의 지면 광고이다.

 

 

아랍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광고들

 

(LG전자의 홈시어터 지면 광고)

  

국내 대기업 중 오래전부터 해외 시장 토착화에 많은 관심을 보여 온 LG전자의 홈씨어터 시스템 광고 속에서 아랍 문화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첫째로 볼 수 있는 것은 거실이 강조되고 부엌 등이 잘 드러나지 않는 아랍식 주택구조. 아랍식 주택 구조는 기본적으로 손님을 맞이할 거실이나 사랑방으로 쓰이는 건물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방이나 여성들이 묵는 방은 잘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위치한다. 외간 남자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여성들과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들의 정서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 손님들이 없을 때는 다같이 모여서 즐길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두 번째로 볼 수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아랍인들에게 홈씨어터가 어필할 수 있는 매력. 바로 대중적인 극장 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영화가 비교적 친숙한 다른 아랍국가들과 달리 비교적 보수적인 걸프국가에서의 영화관람은 그다지 익숙한 풍경은 아니다. 아예 나라 전체에 영화관이라는 것 자체가 없는 사우디도 있지만, 일부다처제의 대가족을 거느린 가장이 식구들을 데리고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성능의 홈씨어터를 집에 둘 수 있는 경제력을 지녔다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맘껏 볼륨을 높여 홈씨어터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Time Out! 저작권 보호 공익 지면 광고)

 

우리나라만큼이나 아랍의 대중들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둔감하다. 적극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 저작권 문제는 민감할 수 밖에 없기에 노골적이고 충격적인 이미지 광고를 내보냈다. 아랍에서는 성적인 표현은 통제받지만, 잔인하고 충격적인 표현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그렇기에 대중들에게 혐오감과 반발을 살 수 있는 이러한 공익광고들이 종종 나온다. 작년 보건복지부의 절주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로 서울과 같은 도시에 삼성건물이 짓고 있는 부르주 두바이로 보이는 건물이 무너지는 광고와 술먹으면 개가 된다고 사람 얼굴을 개의 얼굴로 바꿔 논란이 된 광고가 있었다.

 

 

섹스 어필, 그리고 적극적인 제품 홍보 광고들

 

(티에리 앙리와 하이파 웨흐베가 손잡고 있는 펩시 TV광고)

 

아랍지역에서 물보다 더 흔한 것이 콜라다. 미네랄 워터가 품절되는 일은 있어도 콜라가 품절되는 일은 없을 정도이고, 시장의 양대 산맥인 서양의 펩시콜라와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린다고 아랍풍의 잠잠콜라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펩시콜라는 보기 드물게 최근 몇 년간 범아랍계의 섹시 아이콘인 레바논 여가수 하이파 웨흐베를 지역 대변인 겸 광고모델로 앞세워 홍보하고 있다. (그녀에 대한 소개는 http://blog.daum.net/dullahbank/14625776를 참조할 것). 이 광고를 포함하여 그녀가 출연하는 일련의 광고들은 섹시 아이콘이라는 그녀의 특징을 살려 은근한 섹스 어필이 일관된 컨셉이다. 파티장에서 단 하나 남은 펩시를 집으려다 서로 손을 잡게 된 이성간의 미묘한 심리전 속에 정작 펩시는 다른 사람이 먹게 된다는 위 광고처럼 말이다.

그녀의 파트너로 FC바르셀로나의 티에리 앙리 선수가 모델이 된 것은 우리나라 이상으로 축구에 열광하는 그들의 스포츠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자국의 축구실력과 상관없이 월드컵이나 UEFA컵, 챔피언스 리그 같은 유럽의 중요한 시합들은 오래전부터 거의 전경기를 중계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니 유명 축구 선수를 모델로 쓰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6. 랩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Sony-Ericsson의 휴대폰 광고)

 

아랍 광고시장을 키우는 것이 바로 휴대폰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아랍 시장에서 휴대폰 시장은 지속적으로 큰 폭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인프라 구축 미비로 유선전화 시장 자체가 발달하지 못했고 장시간 통화가 많은 그들에게 여러 가지로 불편한 공중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며, 무엇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계속적인 외부인의 유입과 많은 젊은 세대들이 여기에 친숙하다는 것도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광고는 지금까지 소개했던 이미지 위주의 광고와 달리 휴대폰의 음악에 맞추어 랩을 하면서 제품의 기능을 직접 소개하고 있다. 아랍어도 랩을 소화하기 힘든 언어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입지를 조금씩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몇 편의 광고를 통해 두바이로 대표되는 아랍의 광고와 문화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경계없는 위성방송을 주무대로 하고, 내국인보다 전세계에서 온 다양한 이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에서 이 지역 광고의 특성을 꼬집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좁은 공간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란 나라는 작지만, 그 시장의 무대는 무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