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UAE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개장식, 더 이상의 부르즈 두바이는 없다!

둘뱅 2010. 1. 5. 04:57

셰이크 무함마드의 취임 4주년에 개장식을 갖기로 예정된 부르즈 두바이가 예정대로 두바이 시간 1월 4일 저녁 8시에 개장식을 가졌다. 이 개장식에서는 그동안 비밀리에 붙여졌던 최종 높이가 공개되었는데, 최종 높이는 그동안 개장 전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818m가 아니고 828m가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충격적인 소식은 개장식 시작과 동시에 나왔다. 그동안 전세계에 익히 알려진 부르즈 두바이라는 이름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가 개장식에서 "오늘 UAE는 인류 최고 높이의 건물을 갖게 됐다. 이 위대한 프로젝트는 위대한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에 덧붙여 "오늘 난 부르즈 칼리파 빈 자이드 (Burj Khalifa bin Zayed)의 개장을 선포한다" 말하면서 새로운 이름을 깜짝 공개했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에마르(Emaar)사는 이날 오전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할 당시에도 모든 문서에 건물 이름을 부르즈 두바이로 표기했을 정도로 새로운 이름인 "부르즈 칼리파 (Burj Khalifa)"는 개장식 직전까지도 극비 사안으로 다뤄졌다고 한다. "부르즈 칼리파"라는 새로운 이름은 그가 얘기한 "부르즈 칼리파 빈 자이드"를 줄여서 부르게 된 공식 명칭인데, 이 이름이 충격적인 이유는 칼리파 빈 자이드가 아부다비 통치자이자 UAE 대통령의 이름으로 위기에 몰린 두바이를 도와준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두바이 타워라는 뜻으로 두바이의 자존심을 걸고 지은 세계 최고층 건물의 이름이 개장식날 갑자기 두바이 통치자 무함마드의 이름도 아닌, 아부다비 통치자이자 UAE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게 되다니!!! 그동안 국토 면적이나 석유 보유량 등에서 비교도 안되게 열세였던 두바이가 무역, 금융, 건설 및 관광산업의 눈부실만한 발전 아래 아부다비가 갖고 있는 UAE 맹주 자리에 도전해왔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공식명칭의 변경 발표가 얼마나 전격적이었는지 아직 공식 홈페이지는 수정되지도 않은 상태다.

 

걸프지역에 급격한 변화를 주도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가 외국 인력과 자본의 유입이 없으면 언제든지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두바이 월드의 모라토리움 선언으로 위기를 겪게 된 두바이를 구해 준 것이 아부다비 밖에 없고, 실제로 아부다비 정부는 지난해 3차례에 걸쳐 두바이에 250억달러를 지원한 바 있었는데 역시 공짜 거래는 없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한참 기세를 올리던 두바이의 현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건물의 화려함 만큼이나 UAE 내 역학관계에선 충격과 놀라움의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

 

국내외 많은 이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장식을 수차례 연기해가며 자신의 취임 4주년을 기념하면서 두바이의 위상과 자존심을 보여주기 위해 한층 분위기를 띄워놓고는 바로 자신의 입을 통해 자신의 나라가 아닌 다른 이름, 그것도 도전 상대인 아부다비 통치자의 이름으로 바꿔버린 건물의 개장을 선포하는 기분은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좋게 말하면 어려울 때 도와준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 혹은 필요할 땐 자존심도 버리고 굽힐 줄 아는 실용적인 태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는 두바이의 위상과 굴욕, 사실상 아부다비에 대한 도전에 실패했음을 동시에 보여준 날로 기록되지 않을까... 화려한 빛과 불꽃놀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던 부르즈 칼리파 개장식을 의자에 앉아서 지켜보는 셰이크 무하메드의 표정이 왠지 떨떠름해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