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경제] 슈라 위원회, 외국인 거주자의 부동산 소유권 인정에 동의!

둘뱅 2011. 2. 2. 00:19

 

 

 

지난 일요일 슈라 위원회는 부동산 투자법에 외국인 거주자들이 사우디 왕국 내에서 그들의 자산 소유를 허가하는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 결정은 슈라 위원회장 압둘라 알 알 셰이크, 위원회 사무총장 무함마드 알 감디가 주최한 슈라 위원회의 77차 회기 중에 이뤄진 것으로 사우디 왕국 내 살고있는 비 사우디인에게 부동산을 구입할 것을 허가하는 슈라 위원회 내 경제 및 에너지 위원회에서 내놓은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습니다.

 

도이체 방크 AG의 조사에 의하면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경제력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까지 120만채의 신규 주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리야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회사는 최근 외국인 거주자들을 상대로 한 모기지론을 제공하는 계획을 런칭했습니다. 도이체 걸프 금융 CEO 사미르 파르후드는 최장 30년의 상환 기간을 가지고 있는 이 모기지론 프로그램이 자신들의 집을 갖기 희망하는 왕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거주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려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실질적인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외국인들을 통제하고 사우디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인 거주자들의 자산 소유에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습니다. 일체 개인 소유를 허가하지 않는 한편 회사의 대주주는 반드시 사우디인, 혹은 사우디 회사여야만 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시티뱅크나, HSBC 같은 외국계 은행들이 SAMBA (사우디 아메리칸 뱅크), SABB (사우디 브리티쉬 뱅크) 등의 해괴한 이름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입니다.

 

외국계 회사의 활동에 제한을 거는 폐쇄적인 정책은 2천년대 중반까지 계속되었다가 SAGIA를 통해 투자 라이센스를 받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우디인, 혹은 사우디회사의 지분 없이 100% 외국계 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 바로 몇 년전의 일입니다. WTO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점으로 지적되어 온 악법들이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자유와 혜택을 주지는 않습니다. 라이센스 취득과 설립 과정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법인세 부과정책도 사우디 회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세금을 많이 뗄 수 있도록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디 회사는 자카트세를 적용받아 연1회 약 2.5%의 세금만 납부하면 되지만, 외국계 회사는 법인세 명목으로 영업이익의 20%를 세금으로 납부하게 되어 있으니 말이죠. 또한 부동산 소유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 명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싶어도 공식적으로는 회사이름을 걸고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회사가 이용하더라도 서류상 건물이나 토지주인은 사우디인, 혹은 회사여만 하니까 말이죠.

 

회사가 이 정도 제약을 받고 있으니 개인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 사우디에 나왔던 2000년에는 심지어 휴대폰도 자기 명의로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선불제 핸드폰이 보급되기 전이기도 했지만 후불제 헨드폰의 경우에는 스폰서의 동의서를 첨부해서 스폰서 이름으로만 신청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은 외국인들도 주소지만 있으면 자기 이름으로 후불제 핸드폰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되었지만요. 개인 명의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도 몇 년전의 일이니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허가하는 정책이 도입된다는 것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부여하는 정책의 도입은 결과적으론 외국인 거주자들을 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입니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부려먹는 노예 정도로 간주했기에 자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자기 나라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원동력이라는 동반자 의식이 생겨나게 된 것이죠. 언제 도입될지는 모르지만 장기 거주자들에게 영주권이나 스폰서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까마 갱신 등의 정책이 고려되는 것도 사우디에 애착을 갖고 거주하게끔 유도하려는 것이지요. (이전 글 [사회] 장기 거주 외국인 인력들에게도 영주권을??? 참조-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511)뭔가 애착을 갖게 만들어야 오래 거주하게 될테니까요.

 

이러한 정책이 도입된 것은 사우디인, 사우디 회사만으로는 경제력 확장에 한계를 느끼게 된 탓도 있습니다. 두바이처럼은 아니지만 나름 이 곳도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풀리게 되는 부동산들을 다 감당하기는 힘들거든요. 과거와는 달리 지금의 대다수 사우디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 세대만큼이나 여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소화할만한 충분한 경제력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사우디 세대들이 일부칠처제, 자식을 많이 낳지 않는 등 핵가족화되어가는 것이 결국은 경제력 때문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개발해봐야 수요가 공급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오는 것은 필연일테니까요.

 

결국 이러한 정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닌 고연봉의 고급인력을 오래 붙잡아두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을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한 다양한 개발정책을 벌였다가 세계경제 위축과 함께 타격을 받은 두바이에서 반면교사로 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우디가 두바이보다 유리한 점은 두바이는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오래 체류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사람을 끌어모으고 오래 있도록 하는 두가지 면을 고려해야 하는 반면, 사우디는 이미 외국인들이 오래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더 오래 거주할 수 있는 당근만 제시하면 되니까요. 자산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우디에서 번 돈의 상당수가 외화로 빠져나가기만 해서는 사우디 정부가 어떤 경제 부양책을 내놓아도 핸디캡을 안을 수 밖에 없으니 사우디에서 돈을 쓰게 만들려면 남아있는 하나의 장벽인 부동산 소유를 인정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사우디 정부의 정책으로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 내려진 셈인데, 다음 슈라 위원회 안건 중에는 보다 파격적인 제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사우디 내 여성들의 운전허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군요. 몇 년전부터 있어왔던 여성계의 요구가 드디어 위원히 안건으로 채택이 된 것입니다. (이전 글 [사회] 사우디 여성계의 오랜 숙원, 운전하고 싶다! 참조-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492) 비록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부유층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외국에서 면허를 취득하여 운전할 수 있는 사우디 여성들의 수가 매년 몇천명씩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모국에서는 운전할 수 없는 부조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도시가 아닌 한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사우디에서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는 것은 결국 그동안 제약해왔던 여성들의 이동과 사회활동을 좀더 자유롭게 하기 위한 것이니 그 어느 정책보다 격렬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해 봅니다. 이런 논의도 결국 개혁적인 압둘라 현 국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요. 좋은 결과가 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