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전세계에서 영화관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아마도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1970년대 급보수화되면서 영화를 "종교적 가치관을 뒤흔들 수 있는 악마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 보수적인 성직자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나라 전체에서 영화관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08년 경 30년만에 영화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기도 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문을 닫게 되면서 여전히 영화관을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러나 방송이나 2차 매체등을 통해 영화를 접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들어 이러한 정책이 많은 사우디인들을 해외로 나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하게 됩니다. 영화관람을 위해 인근 국가인 UAE로 여행을 떠나는 사우디인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기사가 있어 이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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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몰 내 멀티 플렉스 릴 씨네마)
포괄적인 관점에서, 특히 작년 한 해에 두바이 몰(에 대한 소개는 클릭!)만의 방문객 수가 50만명을 넘는다고 생각해보면, 25만명의 관광객은 UAE에게 있어서 많은 관광객의 수는 아니다. 하지만 이 25만명의 관광객들이 오로지 영화 관람을 위해 방문하는 사우디인들만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보다 인상적으로 보여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리야드 주지사 압둘 아지즈 빈 아이야프 왕자에 따르면 이 수치는 전혀 과장되지 않은 것이라 한다.
압둘 아지즈 리야드 주지사는 1970년대 이후 영화관이 금지된 왕국에서 보다 많은 자유를 요구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면서 "2010년 여름에만 약 23만명의 사우디 관광객들이 단지 영화를 보기 위해 UAE로 갔다."라고 올해 초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은 왕국 내에서의 영화관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단지 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UAE로 간 사우디인들의 공식적인 통계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사우디 영화제작자로 명성이 있는 압둘라 알 에야프는 리야드 주지사의 추정치가 맞을 것으로 믿고 있다. 설령 영화관람이 UAE 여행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사우디의 영화 제작자 겸 감독 압둘라 알 에야프. 그는 4편의 영화를 찍었다.)
"주지사의 추정치는 아마도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그들이 영화만을 보기위해 그 곳에 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화 관람"이 그들의 UAE 여행목적 중 상위 2순위 안에는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몇년 전 친구들과 함께 하루에 다섯 번 연속으로 영화를 관람했던 해외에서의 휴가를 떠올린다. "우리는 아주 멋진 계획을 세웠었고, 끝까지 이를 즐길 수 있었거든요."
올해 초 22살의 사우디 청년 오스만 아흐메드는 5일간의 두바이 여행 중 영화 세 편을 관람했었고 두바이를 떠나기 전 좀 더 많은 영화를 볼 의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제가 본 영화들은 3D와 Imax로 진일보한 것들이에요. 이건 즐길만한 흥미있는 경험이었죠". 젯다에 살고 있는 아흐메드는 그와 자신의 친구들이 그들의 영화관람의 갈증을 풀기 위해 젯다에서 가까운 이집트를 종종 가곤 했었지만, "지금은 그곳에 치안 등에 문제가 있어서 두바이를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집트의 정치적 불안이 일부 사우디 영화팬들을 이집트가 아닌 UAE로 향하게 했지만, 담맘 주위에 사는 영화팬들에게 있어 바레인은 몇 시간 운전해서 킹 파하드 다리를 건너가기만 하면 되는 여전히 인기있는 목적지이다. 자신을 "영화 행동가"라 칭하는 알 에야프는 이러한 사실을 자신의 다큐멘타리 영화 수상작 "Cinema 500km"의 모티브로 삼았다. 이 다큐멘타리 영화는 자신의 생애 최초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바레인으로 500km를 여행한 사우디 영화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압둘라 알 에야프의 다큐멘터리 영화 "Cinema 500km"의 포스터)
"저는 영화를 좋아하고 인터넷 포럼에 영화에 대한 글을 쓰곤 했지만, 실제 영화관람은 할 수 없었던 리야드의 한 청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청년이 자신의 첫 여권을 만들어서 단지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바레인으로 간 그의 행적을 쫓았던 거죠."라고 자신의 영화 "Six Blind Eyes"를 지난해 두바이 국제 영화제에 출품한 알 에야프는 말했다. "이 영화에서 전 자신의 고객 중 90퍼센트가 사우디인이었다고 말하는 바레인 영화감독과 인터뷰했었습니다. 저는 또한 가장 큰 사업의 수익원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다고 저에게 말한 Showtime (현 OSN)의 마케팅 매니저와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둘라 방의 홈씨어터. 아쉬운 대로 이렇게 보지만, 영화관에 보는 것과는 아무래도 비교가 안되는....)
DVD, 블루레이 등의 보급과 위성 방송채널을 통한 영화 방영이 널리 확대되고, 유튜브 (사우디에서 두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웹사이트)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우디 영화팬들의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12월의 한 레포트에서는 통신사업자 STC에 의해 제공되는 홈 시네마 서비스의 확대로 인해 사우디 내 인터넷 TV가입자수가 올해 네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STC의 홈 시네마 서비스는 최신 헐리웃 영화를 극장 상영과 거의 동시에 인터넷 TV를 통해 방영하는 서비스지만, 진정한 영화관람의 체험은 오직 해외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아흐마드가 자신의 친구 중 한 명이 "특별한 의자"와 함께 집에 영화관을 세웠다고는 말할지라도 말이죠.)
하지만, 이런 상황이 멀지 않은 미래에 변할 것이라는 정치인들이 있다. 리야드 주지사 압둘 아지즈 빈 아이야프 왕자와 사우디 문화정보부 장관은 "그 과정"이 진행 중에 있고 언제 현실화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왕국 내 영화관 재개를 위한 지원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은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알 에야프는 설명한다. "200년 첫번째 영화제가 젯다에서 열렸고, 2008년에는 문화정보부 장관 자신이 수상의 영예를 안은 사우디 문화정보부 후원으로 사우디 영화제도 열렸거든요."
알 에야프는 문화정보부 장관을 만나 영화 상영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장관님이 이를 행동에 옮겼습니다. 몇 달 뒤 사우디 영화제작을 주제로 한 첫번째 TV프로그램과 단편 영화들이 사우디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되었거든요."
2006년 아부다비에서 열린 에미레이츠 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그의 영화 Cinema 500km는 2년 후 젯다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영화를 주제로 논의하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9년 사우디 최고의 갑부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제작한 "Menahi"라는 코미디 영화를 보기 위해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리야드에 있는 킹 파하드 문화센터에 모여들었다. 이 상영회에 참가했던 한 명에 따르면 "이것은 평화적인 혁명을 위한 첫번째 단계"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악화되었다. 보수적인 종교단체들의 압력에 의해 젯다 영화제가 11시간만에 취소되면서 생긴 일입니다. 사우디 작가인 압둘라 알 알라미는 이러한 움직임을 "우리의 현대사에서 예술과 문학의 암흑기"라 묘사한 바 있다.
알 에야프는 사우디 사회 내에는 영화를 무슬림으로서는 금기시해야 할 하람으로 간주하고 영화의 주요 목적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붕괴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이러한 견해들이 천천히 변하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기있는 보수 이슬람 TV채널인 알 마즈드를 예로 들어 "불과 몇 년전부터 알 마즈드조차 TV 드라마와 단편 영화들을 방영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한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는 더 이상 낯선 매체가 아닙니다. 10년전만 해도 성직자들에게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때마다 그들은 영화는 "악마와 같은" 것이라고 얘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의 성직자들은 "그것은 당신이 보려는 것이 무엇이냐에 달렸다."라고 이야기 할 정도니까요.
(에미레이츠몰 내 멀티플렉스 씨네스타)
알 에야프는 향후 2년이 사우디 영화관 재개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는 동안에도 UAE 내에 있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수천명의 사우디 영화팬들을 계속해서 맞이할 것이다. 심지어 "헝거 게임"이 UAE 전역에서 동시 개봉하는 이번 주조차 말이다. 당신이 영화를 사랑하는 사우디인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 본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극장을 찾는 그들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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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에서 영화를 즐기는 방법
1. 영화관: 없음. 영화관 가고 싶으면 UAE나 바레인, 이집트로 고고!
2. IPTV
1) STC의 Home Cinema: 헐리우드 최신 영화와 거의 동시 방영이라 하나 가입해보지 않아 미확인, 검열 수준 미확인이나 충분하게 있을 것으로 예상.
인터넷 상황을 고려하면 시청범위는 제한될 것으로 보임.
3. 위성방송 영화채널
1) 유료: OSN Network: 최신작은 블루레이와 DVD 발매시기에 첫 방영, 음모 노출을 제외한 야한 장면 무삭제, 중간 광고 없음
2) 무료: Fox Movies, MBC 등: OSN Network로 방영 후 한참 뒤, 야할뻔한 장면부터 적당히 삭제, 중간 광고 무수히 많음.
4. 2차 매체
1) 블루레이와 DVD: 블루레이 타이틀의 경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되는 것들을 종종 볼 수 있음.
2) 짝퉁 DVD
4. 유튜브: 저퀄러티 영화나 각종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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