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의료] 사우디 병원에서 2박 3일 입원 체험기

둘뱅 2012. 4. 16. 18:01

예전에 약 11년전 사우디 남부 변경 지역 촌병원에서 다른 분의 맹장수술을 시켜봤던 체험기를 소개한 바 있었습니다. ([의료] 사우디 촌병원에서 맹장수술 체험기 클릭!) 그때 병원 체험기에 이은 두번째 병원 체험기입니다. 2001년경 사우디 변경지방에서 있었던 다른 사람의 체험기를 소개했던 바와 달리 이번엔 2012년 사우디 제2의 도시 젯다, 그리고 체험기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해외 생활할 때마다 한번씩 크게 앓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입원까지 해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네요...

------------------------------------------------------------------------------

 

제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은 4월 7일 새벽 2시였습니다. 새벽 1시에 잠들었는데, 잠든지 1시간 만에 갑작스런 복통이 찾아와 잠을 청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잠들려고 엎치럭뒤치럭거리다 새벽 3시에 다시 눈을 떠서는 혹시나 싶어 체했나 싶어 혼자 손가락을 따보았습니다. 예전 요르단 생활을 할 때도 한번 그래본 적이 있었거든요. 따봤는데 피도 멀쩡한 선홍색이어서 체한 것도 아니라는 건 대충 알았는데, 너무나도 견디기 힘든 복통 때문에 잠을 다시 청할 수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복통이었거든요. 계속 억지로 버티다버티다 결국 못버티고 새벽 5시반에 기사를 깨워 의료소로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확한 문제의 원인이 모를 때였기에 의료소에서는 세가지 주사와 약을 처방해 주면서 일단 이걸로 버텨보고 그래도 계속 아프면 정상 영업을 하는 9시 이후에 다시 와서 피검사나 기타 검사를 받아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엉덩이에 주사 3방을 한꺼번에 맞아보고 처방해준 약을 먹었더니 통증이 사라졌기에 다시 방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4월 9일 새벽 2시쯤 다시 똑같은 복통이 찾아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처음 처방받았던 약으로 통증을 억누를 수 있었기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며칠을 잘 넘어가나 했더니 4월 12일 저녁 9시반경부터 다시 통증이 제발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약을 먹어보곤 했는데 전혀 효과가 없이 밤을 새고 20시간이 넘도록 통증이 계속될 뿐이었습니다. 결국 참다못해 전부터 담석이 문제일 거라고 얘기해주시던 사장님께 진통제 주사를 한 방 맞고, 친한 교민분에게 도움을 받아 가면 도와줄 거라며 담당자를 소개해 준 진료소로 향했습니다. 옷만 대충 걸쳐입고 지갑과 휴대폰만 챙긴채 말이죠.

 

교민분이 소개시켜 준 진료소 담당자는 컨설턴트였습니다. 주말 저녁이라 환자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 분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었던 의료보험 카드에 문제가 있었는데, 그 문제도 커버해주시더군요. (사우디 의료보험에 대한 간략적인 이해는 [의료] 정부가 강매(?)하는 민간 의료보험 클릭!

 

아무튼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자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하여 두 가지 검사를 함께 받았습니다. 혈액검사는 금방 받았는데, 복부 초음파검사 받는 데는 제법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저를 도와주던 담당자가 기다리는 동안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물을 다섯 잔 정도 마시는 게 좋겠다고 하여 오후 2시에 늦은 점심을 먹은 이후 처음으로 물을 다섯잔 마셨습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담낭에 염증이 발견되었다는 소견이 나왔습니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 검색했던 바 담낭염은 담석이 원인이란 이야기를 들었던게 생각나서 담석이 있는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일단 두 가지 검사결과를 받고 의사에게 돌아갔더니 의사는 여기보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서 최소한 2~3일 입원하는 게 좋겠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곧 사우디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갈 예정이었기에 추가 진료는 한국에서 받을테니 약으로 어떻게 안되겠냐고 묻자, 의사는 현재 염증이 이미 발생한 상황이기에 지금 염증을 없애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으니 그런 소리하지 말고 일단 염증부터 없애고 정확한 문제의 원인을 아는 것이 우선이라더군요.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나왔다가 바로 입원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의사의 최종 소견과 함께 컨설턴트에게 돌아갔더니 컨설턴트는 제가 가지고 있는 의료보험과 연관해서 갈 수 있는 병원을 물색해 주었습니다. 제 의료보험 카드가 저가의 의보비를 납부한 기본적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갈 수 있는 병원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좋은 병원들은 제껴두고 자기네 진료소와 제휴관계가 있는 조그만 병원으로 수속을 밟아주고 병원으로 가는 차량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무려 앰뷸런스였습니다.....!!!

 

(그래서 입원할 병원으로 보내준 앰뷸런스. 사우디 생활 막판에 앰뷸런스를 타보다.)

 

진료소로 오기 전 맞았던 진통제 주사 덕에 통증도 많이 가신 상태여서 앰뷸런스 뒷칸이 아닌 조수석에 앉아 연결시켜 준 병원으로 갔습니다. 안그래도 밤중인데다 골목을 이곳저곳 누비며 주택가에 위치한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저 앰뷸런스를 쫓아왔던 기사는 길을 몰라 다시 병원에 오지 못했단.....)

 

병원에 도착하여 입원수속을 밟기 시작했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의료보험에 문제가 있어 수속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경우 입원비는 무상으로 처리되는데, 제가 가지고 있던 의료보험증에 문제가 있어 의료보험사에서 수속을 거절할 경우 발생하는 입원비 납부가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입원비가 보통 막노동꾼들 급여의 반달치 이상이거든요. 아무튼 컨설턴트 소개로 넘어온 것도 있고, 한국인 환자라는 점이 반영되어 일단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의료보험증에 문제가 있는 걸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청구하는 비용은 다 납부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었지만요. 입원수속이 끝난 후 어떤 병실에 넣을까 고민하던 병원 사람들은 저를 개인병실에 입원시켰습니다. 개인병실에 넣은 이유는 한국인이니까.....라더군요. 

 

(입원했던 병실의 모습. 샤워까지 할 수 있는 화장실이 붙어 있었다.)

 

(방에 걸려있는 작은 아날로그 티비. 삼성꺼였다.)

 

병실이 결정되자 환복으로 갈아입히는 것도 없이 입고 갔던 옷 그래도 바로 링겔을 놓기 시작합니다. 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링겔 걸이가 침대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었기에 화장실을 가거나 침대 밖을 벗어나야 할 때마다 간호사를 호출해야 한다는 것이 안습이었습니다. 저 화장실 가요~~~! 보고하는 것도 아니고, 참 불편하더군요. 나중에 결국 이동식 걸이는 없냐고 물었더니 없다고만 할 뿐.... 환복도 역시 없다고만 할 뿐....

 

 

 

그렇게 갑작스레 입원을 시작해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밤을 샜습니다. 링겔약 떨어지면 갈아끼고, 청소부 아줌마들이 와서 청소해주고, 화장실 가고 싶을때마다 간호사를 호출하며 하루밤을 자다보니 은근 배가 고파졌습니다. 전날 오후 2시에 점심을 먹은 이후로 물 다섯컵 밖에 먹은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먹을건 없냐고 물었더니 간호사는 특별한 설명없이 의사가 오후 6시까지는 아무것도 주지 말랬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금있다 병실을 찾은 의사에게도 물어보니 정 배고프면 오후 6시 이후에 물과 쥬스를 마시라고 이야기하는군요. 그리고 저녁 6시에 처음 팩쥬스 하나와 작은 물병 하나가 제 병실로 전해졌습니다.

 

(전날 식사 후 28시간만에 처음 본 먹거리.... 오렌지 쥬스 이름이 무려 호프!)

 

오후 6시에 쥬스와 물이 나온 이후 쥬스와 물은 계속 제공되었습니다. 자정에 새로운 약을 투입할 것이니 몸에 수분이라도 공급해야 한다면서... 병실에서 볼 수 있는 TV에서는 사우디 스포츠 채널 1 밖에 나오지 않아 채널 2에서 중계해 준 알 힐랄 대 알 잇티파끄전을 보지 못하고 우승의 향방을 결정짓는 메인 경기인 알 아흘리대 알 샤밥전을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병수의 리그 6호골은 핸드폰을 통해 유튜브 동영상으로 볼 수 밖에 없었구요.

 

문제는 새로운 약을 투입하기 위해 링겔을 지금까지 끼어왔던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바꿔주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처음 왼손에 링겔을 꽂을 때는 찌를 곳을 한 번에 잘 찾았는데, 오른손으로 꽂으려고 하니 찌를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제 팔은 혈관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간호사가 3명이나 와서 오른손등, 왼쪽 손목, 팔뚝 등 여러곳을 찔러보고 찌른 상태에서 혈관 찾아 휘저어보기를 30여분이나 한 끝에 겨우 찾아내는데 성공하더군요.

 

(저기 찾는데 30분 걸렸어요....)

 

그래서 링겔과 함께 병실에서의 두번째 밤을 보냈습니다. 일과는 전날 밤과 동일... 배는 고프고....

 

그렇게 아침이 되니 아침에는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이 제공됩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그때까지 섭취한 거라곤...

   주식: 열 몇통의 링겔
   부식: 250ml 팩 과일쥬스 6개
            0.5l 짜리 생수 3 병
   그리고 따뜻한 밀크티 1잔

인체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볼 일을 보니 쥬스색으로 나오더군요;;;;

 

그렇게 뒹굴거리고 있다가 두번째 복부 초음파 검사를 받았습니다. 별다른 설명없이 이틀 가까이 수분만 제공했던 것은 결국 복부를 깨끗하게 비워 좀더 정확한 원인파악을 위해서라는 걸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초음파검사에서는 염증만 발견되었는데, 두번째 검사에서는 염증은 사라졌지만 담낭에 2mm 이하의 작은 담석들이 여러개가 발견되었다는군요. 초음파 검사하시는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고 한달 정도 추이를 지켜보다가 더 발전할 경우 제거하면 될 거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아직은 작으니 간단한 시술로 처리가 될 거라면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나서야 식사가 나옵니다. 마실 것이 아닌 먹거리는 45시간만에 처음 봅니다. 허기진 위장을 달래주기 위한 가벼운 식사가 제공되더군요.

 

(입원기간 중 병원에서 제공받은 유일한 식사)

 

문제도 알았고, 식사도 간단하게 하고나니 할 일이 없습니다. 퇴원하기 전에 의사와 상담하고 가는게 좋겠다며 저녁 5시까지 기다리라고 합니다. 링겔도 빼고 최종 마무리 될때까지 손등에 꽂은 바늘을 빼지않고 기다립니다. 아.. 중간에 주사 한방 놔주더군요. 어차피 입원비용을 내야했기에 간호사에게 얼마나 청구될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갑작스런 입원으로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터라 입원비용이 많이 청구될 것 같으면 회사에 부탁하려고 말이죠. 입원비와 인건비를 포함해서 간호사가 알려준 입원비용은 1,100리얄 (약 33만원)이었습니다.

 

(퇴원할 때까지 꽂혀있던....)

 

저녁 5시가 넘어 의사와의 마지막 상담. 담낭에서 담석이 발견되었다며, 어떻게 할 것인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지를 묻습니다. 혼자살고 있다고 대답하며, 어차피 1~2주내로 한국에 갈 것 예정이라 추가 진료는 한국에서 받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아까 초음파 검사할 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서 말이죠...) 그렇게 대답하니 의사는 혼자 지내면서 타향에서 수술받고 있음 서럽다면서 시급을 요하는 것도 아니니 음식 조심하고 처방해 준 약 잘 먹다가 계속 아프면 바로 오라고 이야기해 주면서 병가 1주일 레포트를 작성해 줍니다. (어차피 놀고있는 중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그리고 진료소에서부터 따라온 각종 검사결과지와 이 곳 병원에서 받은 검사결과지, 그리고 초음파 테스트 결과지 사본 등을 함께 받은 후 퇴원수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퇴원수속. 처음 간호사에게 들었을 때는 이틀치 입원비 1,100리얄이 청구되었다고 들었는데, 원무과 담당직원이 오더니 최종 청구비용은 500리얄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간호사에게 1,100리얄이라 들었는데 어떻게 된거냐고 재차 물어보니, 원무과 직원은 다시 가서 확인해 본 후 원래 1,100리얄이긴 한데 좀더 디스카운트해줬다며 500리얄만 내면 된다고 하네요. (의료보험증만 정상이었어도 다 공짜!) 입원비 반값 할인 이런게 또 있군요.... 그리고 의료보험증 때문에 20% 할인된 가격에 처방해 준 약을 사고 48시간의 입원 체험투어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소 갈 때 입고 나갔던 옷 그대로 환복없이 병실에서 뒹굴뒹굴...)

 

예전에는 의료보험 따위 없이 무료로 가능한 부분이 있었는데, 의료보험이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의료보험을 찾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대도시여서 그렇겠지만 아주 큰 병원은 아니래도 설비는 제대로 갖추고 있구나...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그런 기회였습니다. 큰 일로 병원을 찾을 일이 있으면 어떻게 수소문해서라도 병원 컨설턴트나 의사를 알면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입원비도 네고가 가능할 수 있겠다는 사실은 덤으로.....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 병장도 아니고 3년 7개월간의 사우디 생활 (시즌 1을 포함하면 5년반) 말년에 별 것 다 해보네요.... (이러는 바람에 사우디 리그 소식을 제때 전달해 드리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