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영자 일간지 아랍뉴스는 자신의 신분확인서류를 등록시킨 사람들에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어 사우디 내 트윗 유저들에 대한 사실상의 실명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지난 주 사우디 CITC가 STC 등 이동통신사들에게 스카이프, 바이버, 왓츠앱 등의 무료 인터넷 폰, 혹은 메신저 서비스를 감시할 수 있는 기술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접속자체를 차단시켜버릴 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도에 이은 것입니다.
트위터는 사우디 내에서 사우디인들 사이에 페이스북보다 더욱 많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이슬람에서부터 사우디 정치까지 폭넓은 주제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 각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이런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토론의 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사우디 내에서는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토론하는 것은 매우 꼴사납게 보이는 것으로 간주되는데다 때로는 불법으로 잡혀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주어진 것이죠.
사우디 정부가 껄끄러워 할 주제에 대한 다양한 트윗으로 사우디 트윗 유저들 사이에 대표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무즈타히드 (@mujtahidd)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유롭게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트위터가 최고라고 말한 바 있을 정도입니다. ([사회] 사우디의 불편한 진실을 논하는 파워 트위터리안 "무즈타히드" 참고!)
2012년 한 해 동안에만 3,000% 이상의 급증세를 보이며 트위터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우디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사우디 정권을 중심으로 이러한 국민들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지난 아랍의 봄 당시에 트위터가 사람들을 움직이는데 어떠한 위력을 발휘했는지 지켜보았으니까요. 이집트 정부가 이집트 전체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켰을 때도, 시리아 정부 역시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을 때도 일부 업체들이 전화통화를 이용하여 트윗을 날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준 바 있기 때문에 다른 사이트들과 달리 트위터만큼은 인터넷 접속차단 만으로도 막을 수 없는 사이트라는 사실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던 바 있습니다.
사우디 현지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3월초 사우디 내무부의 보안 대변인은 트위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가 사우디 내 사회적 불안과 동요를 야기시키려는 불순한 자들에 의해 사용되는 도구라고 묘사했으며, 사우디 내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무프티는 지난 주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경솔한데다 심지어는 유해한 토론을 나누며 시간을 낭비하는 "어릿 광대"라 칭한 바 있었습니다.
지난 3월 8일 내무부의 안보 대변인인 만수르 투르키 소장은 한 기자회견을 통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잘못 사용하고, 거짓 정보와 사우디 내 상황을 오판하게 만드는 트윗을 날리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로이터와의 별도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 내 소수파인 시아파들 중 알 까에다와 그들을 위해 움직이는 세력들을 지원하는 소수의 지지자들이 그들의 목표를 이루고 사회적 동요를 야기하기 위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펼친 만수르 투르키 소장조차도 사이트 차단조치에 대해서만큼은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아랍뉴스는 CITC 내 소식통의 표현을 빌어 이러한 움직임이 트윗을 남길 때 핸드폰 인증창을 띄워 사용자의 인증번호를 추가로 입력하게 만드려는 통신당국의 결정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설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용자의 인증정보를 다른 트위터 유저에게 보이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는 하지만, 사실항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결국 개개인의 트윗을 감시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사우디 소유의 범아랍 일간지인 앗샤르낄 아우싸뜨의 자매지이기도 한 영자 일간지 아랍뉴스는 트위터를 통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만 했을 뿐, 어떻게 통신당국이 트위터를 통해 트윗을 날리는 것을 통제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뉴스를 보도한 두 신문은 사우디 왕실이 소유하고 살만 왕세제의 아들이 운영하는 사우디 리서치출판사 (Saudi Research & Publishing Company- SRPC)의 계열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사우디 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인터넷 도입 초기부터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포르노로 간주되는 컨텐츠를 보여주는 웹사이트들을 합법적으로 차단할 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 사우디 생활을 했던 11년 전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없어진 네띠앙이 블랙 리스트에 올라 접속조차 할 수 없었던 기억이 새삼스레 생각나네요.
정부의 우려섞인 시각과 맞물려 최근 일부 트위터리안이 화제의 중심에 오른 바 있습니다. 2주 전 사우디의 가장 유명한 성직자 중 한 명이자 24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파워 트위터리안인 살만 알 아오다는 정부의 안보 정책이 또다른 "폭력의 불꽃"을 유발할 수 잇을 정도로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하며 보다 낳은 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는 트윗을 날렸습니다. 한편 두 명의 유명한 사우디 인권 활동가들이 트위터와 다른 사이트들을 활용하여 "인터넷 범죄"를 포함한 정부에 대한 공격적인 활동을 펼친 혐의로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하였습니다.
사우디 내 통신규제기관인 CITC는 이러한 아랍뉴스의 보도와 지난주 스카이프 등의 서비스를 차단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는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통신당국의 움직임이 계획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과 달리 트위터의 급성장을 우려하는 왕실 내 일부 최고위층 로열 패밀리들이 직간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만 왕세제의 공식 트윗계정. 트윗 하나에 트위터로부터 인증마크를 받았다. 통신당국 의도대로라면 왕세제도 본인 인증제를 거쳐야 트윗을 날릴 수 있다는 얘긴데...)
첫째, 투자자로서 트위터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왕자가 있습니다. 압둘라 국왕의 조카이자 자신이 소유한 킹덤 홀딩을 통해 미국의 시티그룹, 뉴스 코퍼레이션과 애플사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아랍최고의 갑부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지난 2011년 3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트위터사의 일부 지분을 매입한 거대 투자자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투자에 대한 손실을 끼칠 수도 있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알왈리드 왕자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킹덤 홀딩의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둘째, 유저로서 트위터를 이용하는 왕자와 공주들이 있습니다. 높은 서열을 가지고 있는 일부 공주들이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압둘라 국왕에 뒤를 잇는 차기 왕위 계승자이자 왕실 내 서열 2위이자 국방부 장관을 겸임하고 있는 살만 왕세제가 지난 2월말 트위터에 공식 계정 (@HRHPSalman)을 오픈한 바 있습니다. ([사회] 살만 왕세제 공식 트위터 계정 개설로 본 사우디의 SNS 이용현황 참조) 통신당국의 계획대로라면 왕세제 역시 자신의 트윗을 날리기 위해서는 번거롭게 인증절차를 거쳐야만 할텐데, 왕세제가 그걸 용인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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