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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선수는 리그가 아닌 플레이로 말한다! C급 이하 걸프리그 소속 선수들의 브라질 월드컵 기록은?

둘뱅 2014. 7. 11. 14:48

"K리그서 최고의 선수들이라면 유럽에서는 B급일 수밖에 없다. A급 선수가 유럽에 가서 경기를 못 뛰고 K리거는 경기는 뛰지만 그보다 수준이 떨어진다고 했을 때 어떻게 구성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했다."라는 홍명보 전 국가대표 감독의 발언이 화제입니다. 자신이 으리로 뽑은 경기 못뛰는 A급 선수들이 월드컵을 말아먹고 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에서 뛰는 K리거들이 그나마 제활약을 해주었던 것을 기억하면 얼마나 비겁한 변명인지, 선수선발을 얼마나 엉터리로 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관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그의 수준이 선수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선수 스타일과 소속팀, 그리고 리그 스타일 간의 상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홍감독의 표현대로 B급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A급 리그에서 S급 선수로 활약할 수도 있고, A급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B급이나 C급 리그에서 뛴다고 다 S급 선수가 되지는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C급 리그에서 뛰는 S급 선수라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월드컵 직전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홍 감독이 그렇게 자랑하던 A급 선수들을 탈탈 털었던 아사모아 기안을 통해서 말이죠. 그 아사모아 기안은 우리가 C급 이하로 깔보는 UAE리그에서 득점왕 3연패를 달성한 리그 S급 선수였죠. 더욱 뼈저리게 아팠던 점은 자신이 그렇게 아끼던 A급 리그 선수와 C급 이하 리그 선수 사이에 리그를 뛰어넘는 엄청난 격차를 보였었다는 점이고, 불행히도 그 격차는 평가전 뿐만이 아닌 월드컵 본선무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두 선수가 한 팀에서 뛸 뻔했던 인연을 생각해보면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큐] 같은 상황에서 알아인의 오퍼를 받았던 아사모아 기안과 박주영, 다른 선택의 결과가 오늘 평가전에서도 드러나다. 참조)


아사모아 기안와 곽태휘처럼 우리가 C급 이하라고 평가하는 걸프리그에서 활약 중인 일부 선수들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 무대를 밟았습니다. 그들은 월드컵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요?  



1. 사우디 리그

사우디 리그에서는 곽태휘와 세군도 카스티뉴, 두 명의 알힐랄 선수들이 대표팀에 선발되었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본선무대를 밟는데는 실패했습니다.


1) 세군도 카스티뉴 (에콰도르/ 1982년생/ 국가대표 통산 81경기 출전 9골/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낙마)

세군도 카스티뉴는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루이스 몬테스의 거친 태클에 무릎이 나가는 부상을 당해 결국 브라질에 가보지도 못하고 재활 중으로 국대에서도 뛰지 못하고 소속팀에서도 뛰지 못하게 된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알힐랄은 새 감독의 요청으로 루마니아 리그에서 뛰던 미하이 핀틸리를 영입하여 그의 자리를 메꾸었으며, 그는 라마단이 끝난 후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자리가 없다는 얘기만을 들어야 했습니다. 



2) 곽태휘 (대한민국/ 1981년생/ 국가대표 통산 35경기 출전 5골/ 브라질 월드컵 출전기록 없음)

지난 1월 알샤밥에서 알힐랄로 이적 후 출전한 두번째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4달간을 쉰 후 복귀하여 아챔 조별예선 5차전부터 16강 2차전까지 네 경기를 연속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알힐랄의 8강 진출에 기여한 그는 국대 최고참으로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하여 브라질땅을 밟았지만 단 1분도 출전하지 못하고 "몸만 만들다" 돌아와서 휴가를 보낸 후 알힐랄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 합류했습니다.



2. UAE 리그

UAE리그에서 득점왕 3연패를 달성한 리그 S급 선수 아사모아 기안이 참가하였으며, 조별예선에서의 꾸준한 활약으로 월드컵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1) 아사모아 기안 (가나 주장/ 1985년생/ 국가대표 통산 81경기 출전 41골/ 브라질 월드컵 3경기 풀타임 출전 2골 1어시스트)

월드컵 직전 우리나라와의 평가전에서 국대 수비진들을 탈탈털며 클래스를 과시했던 아사모아 기안은 16강 진출에는 아깝게 실패했지만 매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습니다. 독일전과 포르투갈전에서 기록한 골로 그는 월드컵에서 통산 6골을 넣어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아프리카 선수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현재 가나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그는 지난 주말 호수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던 중 두 명의 친한 친구를 익사 사고로 잃었습니다. 다행히 친구들과 동승하지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곧 알아인에 합류하여 새로 가세한 이명주와 함께 리그 득점왕 4연패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3. 카타르 리그

지난 세시즌 동안 레퀴야에서 활약하며 두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던 리그 A급 선수 마지드 부게라가 참가하여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1) 마지드 부게라 (알제리 주장/ 1982년생/ 국가대표 통산 65경기 출전 4골/ 브라질 월드컵 3경기 202분 출전 1경고)

우리나라와의 경기에서 당한 부상으로 막판 교체당한 후 러시아와의 마지막 경기에 결장하고 독일과의 16강전 연장전에 교체투입하면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팀의 주장으로 상대적으로 네임벨류가 떨어지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과 함께 알제리의 사상 첫 16강 진출과 32년만의 월드컵 첫 승 및 아프리카팀 최다골 승리를 이끌며 과소평가당했던 알제리가 본선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데 기여했습니다. 특히 브라질을 농락한 독일을 상대로 벌였던 연장 120분의 혈투와 전세가 결정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알제리의 투혼은 그들을 과소평가해서 제대로 전력분석조차 하지 않았던 대한민국 국대에게 주었던 개망신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레퀴야와의 계약이 종료된 그는 현재 프리 에이전트로 이적할 팀을 알아보고 있으며, 현재 더비 카운티, 크리스탈 팰리스, 레세스터 시티 등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국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