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바이 발전에 대한 단상...

요즘들어 확실히 두바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쉐이크 무함마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각종 건설 프로젝트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것이고, 그와 연계된 산업의 발전이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것이겠죠.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두바이의 발전에 대한 단상을 적어봅니다…

==================================================================================================

 

(두바이의 건축물에는 화려함이 있다... UAE의 이통사인 Etisalat사의 사옥)

  

1.

오늘날 두바이의 모습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은 “21세기판 우리나라의 70년대식 경제 발전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그 당시의 박정희 대통령, 지금의 쉐이크 무함마드라는 강력한 지도자의 리더쉽을 전면에 내세워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이라는 거죠… 물론 그 배경과 과정은 다르지만요… 출신 배경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력에는 큰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관학교를 나온 군 사령관 출신이고, 둘째는 정상적인 단계를 건너뛰고 최고 지도자의 길에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도울 길이 없던 무능한 가정에서 태어난 박 전 대통령과 토후국 두바이의 로열 패밀리 출신인 그들의 시작과 배경은 달랐지만, 사관학교를 거치면서 군에 장교로 입문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제2군 부사령관을 역임했고, 셰이크 무함마드는 22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 국방장관이 되었으니까요. 두 사람 모두 중요한 전쟁에 참전 경험도 있어 한국 전쟁과 제1차 걸프 전쟁에 참전했었구요. 군사정변이라는 무력행사를 통해 정권을 잡은 박 전 대통령과 월등한 실력을 인정받아 정상적인 승계구조를 뛰어넘어 둘째형을 제치고 왕세제, 국왕이 된 셰이크 무함마드 모두 실력으로 양국의 수반이 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차이점이라면 박 전 대통령은 아무 것도 없던 환경에서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었고, 셰이크 무함마드는 아버지 때부터 준비되어 있던 환경에서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루는 중이라는 거겠죠.

 

(두바이 사막투어 중... 두바이의 자연환경은 바다를 끼고 있다는 점만 빼면 그다지...)

 

2.

본격적인 발전사가 시작될 당시의 두 나라에는 별볼일 없는 곳이었다는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자원은 없었지만 많은 국민들이 있었고, 두바이에는 국민들은 적었지만 1964년에 발견된 석유가 있었다는 차이가 있었으니까요.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기에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에 집중을 하고 적극적으로 해외로 내보냈던 반면에, 두바이가 경제 허브 구축에 관심을 기울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했지만, 두바이는 척박한 환경과 적은 자국민들로 인해 다른 산업을 발전시키기는 힘든 상황임에도 외국의 기업과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본적인 재원은 마련된 상황이었으니까요. 자국민의 수가 95%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와 20% 정도에 불과한 두바이. 같은 방식의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힘든 큰 이유 중 하나겠지요.

 

발전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국내외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도자의 결단으로 물류이동의 거점을 마련하여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부고속도로 (건설기간: 1968~1970)와 두바이의 라시드항 (건설기간: 1958~1972)이 바로 대표적인 예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국내외 각계각층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한 신념으로 이를 추진한 박 전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의 아버지인 셰이크 라시드의 선견지명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묶고 생산자 중심의 이용체계로 바꾸면서 국가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경부고속도로와 석유가 없었으면 절대 완성되지 못할 뻔했으나 진주잡이로 연명하던 작은 마을을 세계 경제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 라시드항이야말로 두 나라의 경제 발전사에서 빠질 수 없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바이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아브라와 부르주(버즈) 알-아랍)

  

3.

앞서도 언급했지만 당대에 아무 것도 없던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셰이크 무함마드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기적과도 같은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급발전의 기적이 아닌, 준비된 기적이라는 거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을 자급자족시키고 국가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핸디캡이 있었던 우리와 그에 비하면 제한적인 양일지라도 매장된 석유와 책임질 사람들이 적어 여유가 있었던 두바이와의 차이랄까요… 아버지인 셰이크 라시드와 형인 셰이크 마크툼의 뒤를 이은 셰이크 무함마드는 아버지가 꿈꿔왔던 비전을 적극적으로 현실화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고 석유의 도움으로 항만, 공항 등 물류기지를 확보한 후에 혼란스럽던 국제정세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연스레 물류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존재가치를 알리고, 9.11 등으로 서구 국가들에서 제자리를 찾기 힘든 중동 각국 부호들의 돈과 암흑의 돈들을 금융권으로 끌어들여 자연스레 금융 허브로 도약하여 충분한 준비를 갖추며, 세계 최초, 최고를 지향하는 파격적인 건설 프로젝트들을 통해 사람과 돈을 모아 바다로 사막으로 국토를 재개발하면서 동시에 이렇게 끌어들인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을 수 있도록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관광과 쇼핑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는 두바이의 발전사는 결코 단기간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는 그 중 기적과도 같은 발전기만을 보고 있는 중이지만요…

 

(새벽에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밤새 북적거리는 두바이 국제공항)

 

4.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을 발전의 근간으로 삼아 단기간의 급도약에 성공했지만, 그 부작용으로 고속 성장기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회 전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비전 개발에 소홀해 경제 구조와 사회가 바뀌면서 과도기를 겪고 있는 우리와 달리 오랫동안 준비해 온 두바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발전을 이루고 화려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자국민을 어떻게 만족시키며 잘 먹여 살릴 수 있느냐?”인데요…

새로운 사업이나 비전개발에 힘을 쏟지 않고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고임금이나 여타 기업환경 악화로 노동력 시장이 급속하게 줄어들면서 일보다 사람이 많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반면에, 두바이는 사회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노동력은 다수의 외국인들에게서 착취하고, 소수의 자국민들에겐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되기에 자국민의 경제적인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우리보다 훨씬 쉬운 상황입니다… 자국민들은 풍족한 삶을 살고 있기에 지금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셰이크 무함마드를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슬람권에서도 크리스마스가? 종교적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는 창의성이 두바이의 발전을 이루는 밑거름이다...)

 

5.

두바이의 급발전에 자극을 받아 많은 곳에서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의 두바이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기엔 큰 차이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두바이는 UAE에 속해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토후국이기에 추진하려는 모든 산업에 국가적인 역량을 집적시킬 수 있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각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한 곳에 몰아주기가 불가능합니다. 이미 중심지가 되어버린 지역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선뜻 넘겨주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고 그 기능을 나누면 오히려 효율성 면에서 떨어지는 역기능을 동반할 수 밖에 없을 테구요.

 

그리고 자국민 수가 적어 외국인을 쉽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두바이와 자국민들도 실업률이 높아지고 있는 우리의 인구 구성비도 큰 차이입니다. 저임금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면 천상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야 하지만, 외국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자국민들에게 관리권한을 갖게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이들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같은 스타일의 모델을 따라하기가 힘들 수 밖에요…

 

두바이를 벤치마킹하겠다는 많은 움직임들이 있지만, 두바이는 단순히 석유 부국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현실에서 화려하다 못해 기적과도 같은 지금의 눈부신 모습만 보다가는 결국 낭패를 보기 쉬울 것입니다… 사회자체의 성격이 바뀐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같은 강력한 지도자의 리더쉽에 대한 환상만 쫓는 것도 한계가 있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눈 앞의 가시적인 성과물에만 급급하는 자세로는 더더욱 힘들거라고 봅니다. 시대는 21세기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반의 인식 속에는 지난 7~80년대의 환상에 젖어 고쳐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잔재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이 고비를 넘기고 다시 도약하려면 다같이 노력해야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