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SGH-E250의 성공으로 보는 삼성 휴대폰의 중-아시장 전략 분석

둘뱅 2007. 10. 11. 16:03

약 한달 전 두바이의 미디어 시티에서 중동-아프리카 법인 개소식을 가진 노키아의 티모 토이카넨 중동·아프리카 지역 담당 부사장은 아래와 같이 중동-아프리카 시장을 얘기했으며,

 

“지난해 노키아는 중동·아프리카 지역 61개국에서 1억600만대를 판매했다”며 “향후 4년간 이를 두 배로 늘릴 계획”

“이 지역이 전 세계 휴대폰 판매량의 17%를 차지한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며 2010년엔 비중이 25%까지 증가할 것”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기존 12개 지사 외에 요르단·쿠웨이트·우간다·알제리 등 8개 국가에 지사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의 휴대폰 사업이 급성장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출산률과 다산으로 잠재적인 고객층 확보가 용이한 점도 있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당초부터 유선 전화망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가입 조건이나 전화비용 문제 때문에 일반 유선전화에 가입하기 힘들었던 잠재 고객들을 손쉬운 가입 조건으로 바로 끌어들일수 있었으니까요. 

 

예를 들자면,

1) 제가 요르단에서 체류하던 1998년에 살면서 겪었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카드식 공중전화의 도입이었습니다. (가장 큰 생활의 변화는 인터넷의 활성화입니다만...) 그전까지만 해도 요르단 사람들 조차도 유선전화 가입자가 적었던 탓에 전화를 걸기 위해서 가게나 독립된 전화부스업체를 찾아 비용을 지불하며 통화해야만 했는데, 카드식 공중전화는 사람들에게 큰 편리함을 제공한 것이었죠... 그런 탓인지 우리한테 익숙했던 "통화는 간단히!"란 말이 무색하게 집전화 쓰듯이 공중전화를 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그러는 사람들 보면 정말 때리고 싶을 정도였죠~~)

2) 사우디나 걸프 지역 국가 등에서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유선전화는 그림의 떡입니다. 나라에 따라선 가입자체가 불가한 경우도 있고 (제가 사우디에 있었을 때는 일반 휴대폰을 구하기 위해선 스폰서의 동의를 구해야할 정도였으니까요...), 불확실한 신분과 열악한 급여조건 (그래도 자국에서의 수입보다 많아서 온다고는 합니다만...)을 고려해 본다면, 대부분의 통화가 될 국제전화비용을 감당하는데 유선전화는 아무래도 통제할 수 없는 수단이 되겠죠.

 

이런 이들에게 휴대폰이야 말로 그전에 느꼈던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니, 시장은 급팽창할 수 밖에요... 우리와 같은 후불식은 번거롭더라도 간단한 서류 작성만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선불제 휴대폰이 통화비 조정도 되면서 편하게 받아들여지게 되거든요. 대부분의 국가들이 우리와 달리 GSM 방식이기에 휴대폰 기기 하나만 장만하면 별도의 휴대폰 구입없이 sim카드 교체만으로 자유로운 통화도 가능하니까요.

 

서론에서 눈치채셨겠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본 삼성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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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서는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는 단연 노키아입니다. 중동-아프리카 시장만으로 놓고 한정 시켜도 시장 내 인기상품 Top 10에 8개의 제품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죠. 위에서 시장 규모에 대해 나와 있지만, 중동-아프리카 시장은 주목은 덜 받을 지언정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그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소비자층까지 감안해 본다면 사실상의 잠재시장은 더 클 수 밖에 없구요... 그들에겐 한국처럼 자국의 제조업체가 없는 이상 자기가 일하면서 사용했던 휴대폰, 혹은 그 브랜드의 제품을 자국에 돌아가서도 사용하고 싶은건 당연할 테니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동-아프리카 시장 인기 휴대폰 Top 10에 올라온 비 노키아 제품 중 하나가 아래 사진에 나와 있는 삼성의 SGH-E250입니다.

 

올해 삼성 휴대폰 수출의 효자상품, SGH-E250 (자세한 제품 소개는 클릭!)

 

SGH-E250은 유럽의 엔트리 프리미엄 모델 시장과 동남아, 중국,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올 상반기에만 790만대가 팔린 히트상품으로,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도 판매순위 1~2위를 다투는 모델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세계 1위를 노린다는 삼성 휴대폰이  올 한 해 왜 1개 모델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해외를 나가봐도 삼성 휴대폰의 입간판은 많이 볼 수 있을 텐데요... 이제부터 중동-아프리카 시장에서 삼성이 극복하지 못한 몇 가지의 한계와, SGH-E250의 성공이 갖는 나름의 의미를 고찰해보려고 합니다.

 

 

** 한계

1. 선점하지 못한 시장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기는 더욱 힘든 시장구조.

새로운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제품 출시 사이클 자체가 짧은우리와 달리 이쪽 시장은 대체적으로 제품 사용연혁이 비교적 긴 편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기존에 사용해오던 제품을 오래 사용하고, 바꾸더라도 오랫동안 익숙해왔던 제품이나 브랜드에서 벗어나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브랜드/제품을 선점하는 건 많은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여기에서 노키아는 다양한 소비자층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면이 있습니다.

 

2. 차별화된 소비자층 사이에 어중간하게 포지셔닝 된 삼성 휴대폰의 제품 라인업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대체적으로 부익부빈익빈이 심한 지역입니다. 자국민과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도 그렇고, 자국민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면 명품들의 세상이라 할 수 있는 초고가 시장과 100불 미만의 초저가 시장이 공존합니다. 당연히 마진은 박하지만 물량면에서는 더많은 고객이 분포되어 있는 초저가 시장이 더 큽니다.

이런 시장에서 삼성의 제품 라인업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군을 표방해왔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어중간한 가격대에 걸쳐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확실한 초고가 시장에 들어가기엔 뭔가 부족하고, 저가 시장의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데는 확실히 비쌌으니까요. 지금이야 명품업체와 손잡고 명품 폰이나 저가폰들을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다양화시키고 있지만, 그것 역시 타사에서 선점한 시장이기에 인식을 바꾸는 데 시간은 걸리겠지요.

 

3. 개성이 부족한 디자인

국내 시장에서야 유통되는 브랜드가 뻔해서 그렇게 드러나진 않습니다만, 다국적의 다양한 업체가 시장 쟁탈전에 뛰어든 GSM 시장의 제품군들을 보면 다양한 디자인의 개성있는 제품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속에서 애니콜의 디자인은 대체로 단순한 편이고, (개인적으로는 요즘 LG폰들의 디자인이 더 낫다고 봅니다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LG의 금장 PDP나 모토롤라의 금장 레이저처럼 똑같은 PDP나 핸드폰에 금장만 입혔을 뿐인데, 비싼 가격에도 만족하며 팔리는 시장이 있다는 걸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올해의 제품들 디자인이 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합니다만, 여젼히 개선의 여지는 있지요.

 

4. 마케팅은 화려한데, 정작 소비자층은 고려하지 않는 언밸런스함

1) 2000년대 초반 삼성이 사우디 시장에 진출했을 때는 나름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었습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한 광고가 많지 않았던 시장에 이라크의 국민가수 카젬 사히르 (->가수 소개는 클릭)를 모델로 내세운 것이었죠. 그 당시의 신문 지면광고를 별도의 이미지로 보관하고 있진 않지만,  "이 휴대폰을 사면 카젬 사히르의 노래를 벨소리로 드려요~!" 이런 식의 광고멘트가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우리 시장에선 아무것도 아니지만, 당시 그쪽 시장에선 특이한 광고였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초기 모델에는 문자 메시지를 아랍어로 보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한글이 없으면 우리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해 본다면 얼마나 허술한 전략인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일선 매장의 휴대폰 직원조차도 삼성 휴대폰은 괜찮아 보이는데 결정적으로 아랍어 문자가 안되서 팔기 힘들었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2) 작년 이맘때 쯤 나름 진보된 디자인의 후속모델이 출시될 거라고 들었던 것이 바로 울트라 에디션 씨리즈였습니다. 삼성에서 울트라 에디션 씨리즈를 밀기 위해 무지 애썼죠... 두바이 크릭을 가로질러 동쪽의 구시가지와 서쪽의 신시가지을 연결하던 유일한 다리인 알 마크툼 다리 양쪽 모두에 삼성과 울트라 에디션 씨리즈를 홍보하는 대형 선전용 깃발(?)을 꽂았을 정도니까요. 지금이야 교통체증을 줄이고자 부교를 임시로 설치하여 다리가 두 개로 늘어났지만, 그 전까지 알 마크툼 다리는 두바이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용해야 할 만큼 노출도가 큰 다리였거든요. 이렇게 열심히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E250만도 못한 실패를 했다고 합니다. 슬림함이 어필할 수 있는 다른 시장에 비해선 소비자들의 성향상 어필하기 힘든 곳에 슬림함을 강조하는 제품을 소개했으니 고전을 면하기는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는 거죠.

 

** SGH-E250 성공의 의의

1. 저가 제품에서 대박을 터뜨린 점.

SGH-E250은 다양한 기능을 담고 있으면서도 엔트리 프리미엄폰을 표방한 제품답게 저가폰에 속합니다. 시장마다 다르겠지만, 평균 120달러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거든요. 우리처럼 보조금이 활성화된 지역이 아니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다양한 기능에 비해선 얼마나 싼 가격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저가 시장의 제품에서 대박을 터뜨렸다는 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애니콜의 이미지를 새롭게 인식시켜 잠재고객을 더욱 늘릴 수 있는 또다른 기회란 의미기도 합니다. 삼성 휴대폰 하면 어설프게 비싼 폰으로만 연상할 사람들에게 싸고 좋은 폰으로 인식될 수 있으니까요.

 

2.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은 성공한다.

SGH-E250의 가장 큰 메리트라면 "다양한 기능이 담긴 저가의 폰"이란 사실일 것입니다. 바로 시장에서 성공한 근본적인 원인인 것이죠. 마케팅에 보다 많은 공을 들였으나 실패한 울트라 에디션 씨리즈를 생각해 본다면, 시장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제품을 물량공세로 마케팅하는 것 보다는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결국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단순한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 앞으로의 과제

1. SGH-E250의 성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현재 삼성에서는 SGH-E250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모델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식적인 후속 모델이 전 모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그 후속모델의 성공여부가 저가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좌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입니다. 성공하면 그 자리를 좀더 굳혀가며 보다 많은 잠재 고객을 흡수할 여력을 갖게 될 것이고, 실패하면 시장 확보에 또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겠죠.

 

2. 진정한 프리미엄폰을 초고가 시장에 진출시킬 수 있는가?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부분의 삼성 휴대폰은 프리미엄 제품군을 표방한 탓에 비싸면서도 실제적으로는 어중간한 시장에 제품 라인업을 형성했습니다. 초고가 시장에 들이밀 제품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니까요. 프리미엄 핸드폰 제조업체라고 자부하기 위해서는 초고가 시장에도 명함을 내밀 제품군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삼성이 세레나타 와 아르마니폰과 같은 명품폰들을 일부 출시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폰들은 뱅앤올롭슨(B&O)과 아르마니 같은 명품 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이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운 휴대폰이니까요. 이 제품을 관심갖거나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다가오는 이미지는 제조업체인 삼성이 아니라 공동개발한 이들 명품업체들의 것이겠죠... 결론적으로는 명품 업체들과의 공동개발에서 벗어나 초고가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삼성 고유의 명품폰을 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삼성 브랜드를 쓰던, 플래그쉽 라인업을 런칭시키기 위해 별도의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는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 혹은 아예 자회사로 두어 별도로 활동하는 초고가 핸드폰 제작업체인 노키아의 자회사 버투처럼 신규 브랜드가 되었던 간에 어떤 형태로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을 대표할 수 있는 초고가 명품폰을 출시할 수 있느냐도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초저가 시장과 초고가 시장에서 강력한 이미지를 심는다면, 그 중간의 제품군 판매촉진 및 시장 확보에도 유리한 역할을 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