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추태] 중동문화원 해프닝을 접하며...

둘뱅 2009. 1. 24. 00:50

 

(평온한 금요일 오후 예배 시간의 동네 풍경)

 

 

우리나라에서 특정 개인이나 시민 단체가 아닌 일개 지자체가 무슨 생각으로 일을 벌였을까 궁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뭐... 없어서 나쁠 건 없다지만, 평소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관심을 생각해 보면 정말 의외일 수 밖에 없는 일이었거든요. 멋진 청사진 속에 외국의 귀빈을 모셔놓고 화려하게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의 인식에 뭔가 작은 변화가 생겼나 보다.. 했습니다.

 

역시나 불안한 예상은 빗나가질 않아서 시작한지 1년만에 애매모호한 이유로 그만두겠다는 발표를 합니다. 개인이나 시민 단체가 벌인 일이라면 개인적인 사정, 혹은 역량 부족 등의 이유를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일을 벌인 사람들은 지자체입니다. 그것도 작은 소도시도 아닌 큰 광역시에서 말이죠.

 

당사자들은 그 이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 속에는 특정 종교 단체의 외압을 떠올립니다. 모양새 좋은 말로 다른 형태의 확장을 얘기하며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관련 당사자들은 그대로 강행할 뜻을 보였습니다..........만, 얼마가지 않아 자신들의 발표를 번복하며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노라는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들에게 가해졌던 외압보다 더 큰 압력이 그들을 위협하고 있었으니까요.

 

한 줄 요약하면 개원 1년만에 12월말 폐원 발표, 2달도 채 안되어 1월 초순 재개원 발표

 

지자체의 졸속행정이 외교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준 이 황당한 사고의 주연, 극본, 연출을 맡은 이가 바로 인천광역시입니다. 거창하게 시작해놓고 1년 만에 폐관한댔다가, 한두달도 못가서 다시 열겠다고 발표하는 등 중동문화원의 존속 여부를 놓고 몇 달 사이에 벌인 추태죠.

 

아랍에 대해선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면서도 의외로 무관심한 현실 속에 중동 문화원이란것 자체가 지자체에서 생기는 게 의외였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었더니, 시작부터 혹심이 있었던 겁니다.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의 지원도 받을 겸 호감도 사는 일거양득의 노림수였겠죠. 그 덕에 아시안 게임도 유치했겠다 중동 국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더 큰 곳으로 확장하겠다며 개원식에 중동지역의 지도층 인사들도 초청하여 화려하게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습니다.

 

모든 거래와 상도의 원칙은 주는 것이 있으면 받아야 하고, 받는 것이 있으면 주어야 하는 것이죠.

 

그렇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었으면 그만큼 해주는 것이 단순한 기본이자 원칙입니다. 그게 정상적인 것이죠. 일단 의미있게 문을 열고 닫는 것도 웃기는데 아시안 게임도 지나고 한참 후에나 닫으면 그나마 이해라도 가겠습니다만, 문 연지 1년도 안되서 닫겠다고 발표를 하다니요. 얼마나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었는지, 기왕에 소통의 물꼬를 트고 호감을 산 것 좀더 놔두면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도 시원찮을텐데 말이죠.   

 

인천시에서야 노코멘트로 일관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일부 기독교인들의 압력을 큰 원인으로 추측했었습니다. 이러한 추측을 뒷바침하는 어이없는 주장들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다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죠.

 

"중동 문화원을 거점삼아 이슬람 선교활동을 확장한다." 여기에 한술 더떠서 "2020년까지 한국을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이 그것이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점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단체들이 바로 국가망신을 시키고 있는 외압의 주인공들일 거란 추측은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의 무슬림수는 전체 국민의 1%도 채 안되는, 통계에서도 기타에나 들어갈 소수 종교입니다. 몇 년 전에 들었던게 뻥튀기해서 긍정적으로 보았을때 4만이라고 했으니 0.1%도 안되고, 설사 많이 늘었다해도 1%도 안될 것입니다. 많이 늘어봤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면서 늘었으면 몰라도, 한국 사람중에 얼마나 많은 이가 개종을 했을까요?

 

얼마 전 정부에서 불교와 천주교 신자가 늘고 개신교도가 감소했다는 2008년도 종교 통계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계는 통계일 뿐"이라며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만, 우리나라의 3대 종교라고 할 수 있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신자들의 수를 다 합쳐도 전체 국민의 과반수, 혹은 이에 약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뿌리를 내려왔다는 종교들 조차도 신규 신도를 더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하물며 0.1%도 안되는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가득 받는 종교가 어떻게 10년만에 그 세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자신들부터 반성하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온갖 유리한 환경 속에서도 못해왔던 일을 누군가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기간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면, 거기엔 자신들이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니까요.

 

가만히라도 있음 중간이라도 했을텐데 말이죠... 결국은 문 닫은지 한 달도 채 안되어 계속하게 될 걸 닫는다고 난리를 쳐서 스스로 신뢰 잃어가며 이미지를 실추시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쌩쑈를 했는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네요. 어차피 망신을 살 거 알면서도 문닫을 생각을 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였어야 했는데, 졸속 폐원 결정만큼이나 졸속으로 재개원 결정을 내렸더군요. 얼마나 졸속이냐면 재개원을 하는데 예산도 없이, 그나마도 운영 주체를 바꿔가면서 한다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시에서 하는거 예산없이 뭘 할 수 있으리란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데다가 추경예산을 잡는다고 하는데 얼마나 예산이 책정될 지도 알 수 없는 일이죠.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운영 주체가 바뀐 것에 있다고 봅니다. 무슨 유럽이나 미국, 일본처럼 그 지역의 문화를 아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도 아닌 특별한 지역을 사람들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죠. 그러한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유치준비를 위해 나름 노력했을 사람들을 한순간에 신뢰할 수 없는 바보로 만들어 놓고, 앞으로 이 지역을 전혀 모르고, 유대 관계도 새롭게 갖춰나가야 할 사람들이 주체가 될 것이라니 말이죠... 대인관계 속에서도 신뢰가 중요한데, 무한이기주의에다 변덕이 죽끊는 듯 하는 이런 지자체, 혹은 정부를 그 어떤 누가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단기간에 폐쇄와 부활의 길을 걷게 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생소한 문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여전히 배타적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하는 글로벌 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수준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사실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