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중국 CCTV Al-Arabiyah 채널의 개국을 지켜보며...

둘뱅 2009. 7. 26. 19:50

얼마전, 방에 있는 위성 수신기를 업데이트하고 채널을 재설정하는 과정에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채널이 검색되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곳에서 볼 수 있는 한중일 3개국의 방송채널이 워낙 많지 않기 때문에 눈에 확 들어왔던 것이죠. 방송 리스트에는 CCTV-A라고 적혀 있었던 낯선 채널. 채널을 들여다 보니 CCTV Al-Arabiyah (CCTV العربية) 로고가 좌측상단에 박혀있고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는 채널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시험방송 중이었더군요.

 

(25일부터 정규 방송을 시작한 중국 CCTV Arabiyah 채널)

 

 

중국 관영 중앙 방송 CCTV가 7월 25일 토요일부터 아랍 및 무슬림 세계와의 관계를 확장하려는 중국 정부 노력의 일환으로 중동 지역과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한 CCTV Al-Arabiyah 라는 이름의 아랍어 채널을 개국한다고 발표하고 서비스에 들어갔습니다. CCTV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시 안내를 통해 24시간 채널은 아랍어를 모국어로 하는 22개 국가들과 약 총 3억명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되는 것이며, 지역 내 주요 위성인 NilesatArabsat을 통해 시청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장창밍 CCTV 부사장은 이 CCTV Al-Arabiyah  채널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이어 우리가 송출하는 네번째 외국어 채널입니다라고 말한 장 부사장은 CCTV Al-Arabiyah  채널이 중국과 아랍 국가들 사이의 교류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중국은 CCTV Al-Arabiyah 채널을 통해 진정한 중국을 아랍 세계에 보여주기를 희망한다며 “저희는 아랍 및 무슬림 세계에 저희 나라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프로젝트 진행을 희망합니다.”라고  덧붙였다.

 

66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CCTV AL-ARABIYAH 채널은 뉴스, 특집 방송, 연예 및 교육 프로그램을 송출할 예정입니다.

 

이 새로운 채널의 방송을 지켜본 사우디의 무사아드 알 자야니 기자는 이 CCTV Al-Arabiyah 채널이 중국과 아랍지역을 전보다 더욱 밀접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포괄적인 흐름으로서 새로운 채널의 개국이 아랍 시청자들에게 중국 문화와 유산을 알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은 아랍어 채널이 공식 개국하자마자 북경발 기사를 통해 중국은 해외 시장에서 국가 이미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CCTV,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을 확장하는 중이라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아랍어 채널에 이어 러시아 채널을 준비하고 있다는군요.

 

이 CCTV Al-Arabiyah 채널의 개국은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세계적인 영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의 일환에서 온 것입니다. 아랍지역 국가들은 투자유치를 위해 중국에 기대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수입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절반 이상을 중동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많은 분석가들은 양대 지역간 상업적인 유대감의 강화가 지정학적인 면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을 통해 이 기사를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옆나라에서는 자국의 이미지를 강화시키고 다른 세계에 자신들을 널리 알리겠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외국어 방송국을 개국하고 있는 와중에 같은 시기 우리나라에서는 또 어설픈 명분을 앞세워 일부 언론재벌들과 대재벌들의 이익을 통해 자신들의 정권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초법적인 행위와 종합 격투기로 미디어악법이라는 것을 통과시킨다고 쌩쑈를 했으니 말이죠.

 

언젠가 국가 브랜드를 다르게 바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만, 브랜드명 바꾼다고 해서 한국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건 아닙니다. 더더욱 세계를 가깝게 한 위성과 인터넷을 통해 어떤 모습을 눈에 인식시켜주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죠. 백마디 멋드러진 브랜드명이 있어봤자 저런 수준 이하의 쌩쑈 한 방이면 상대방에게 그나마 쌓아두었던 이미지를 보다 확실하게 실추시키는데도 말이죠. 외국언론의 뉴스앵커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웃었다는 것처럼요. 

 

요즘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이 중동지역 자원 외교에서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은 단기적인 이익이 기대되지 않더라도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미래를 위해 그만큼 뿌려둔 밑밥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된 후 최악의 90년대를 보내면서도 비산유국에까지도 투자해가며 친일 지식인들을 키워오는 일본이나 전방위적인 오랜 교류활동 끝에 아랍어 방송국을 개국하는 중국의 노력에 비하면 우리는 한 것이 거의 없으니까요. 

 

이집트에 "겨울 연가", 이란에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높은 시청율 속에 방영된 바도 있습니다만, 이를 통해 갖게 된 한국에 대한 호감과 우호적인 이미지를 보다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는 취약한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대한 우호세력을 키워야 할 추가적인 조치가 정부차원에서 이어져야 할텐데, 이러한 것에는 관심이 크질 않으니까요. 엉뚱한 곳에 삽질할 돈은 많은 것 같지만요.

 

예전부터 해외생활을 하게 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 제품을 접하기는 쉬워도 한국이란 나라를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관심권 밖에 있는 이쪽 생활을 하다보면 더더욱 느끼게 되는 거지만요. 한국에 대해 알 수 있는 KBS World, Arirang, YTN 등 몇 가지 위성 채널들은 해외 동포나 관심있는 영어 사용자들을 위한 방송이지, (그나마 YTN은 영어방송이 거의 없는 동포용 채널이죠) 특히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를 소개하기는 힘들거든요. 물론 하루에 몇 시간인가 아랍어 등 지역별 주요 외국어 자막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아랍어 글자조차 못 읽는 사람들이 많은 아랍에서는 자막이 있어도 이해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힘들죠.

 

여기에 비하면 자막이 아닌 아랍어 음성을 송출하는 BBC, CNBC, 최근의 CCTV 같은 방송들이 이들에게 얼마나 가깝게 느껴질지는 생각해보면 금방 아시게 될 것입니다. 아랍사람들에게 어쩌다 가끔 아랍어 자막이 나오는 KBS World/Arirang 같은 한국 채널과 항상 아랍어 방송을 해주는 CCTV 중 하나를 보라면 무엇을 보겠다고 할까요? (게다가 일부지역에서 KBS World는 유료방송이기까지 하죠...) CCTV를 보게 될 아랍인들은 동북아 정세에 대해 어느쪽 시각을 받아들이게 될까요? 이러한 정책들이야 말로 진정한 자국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중국인들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우리끼리 백날 떠들어봤자 세계를 향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이들과 비교하기 힘든 미약한 움직임일 뿐이라고 봅니다. 

 

주변 정세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평소에 관심도 안두고 있다가 자그마한 이익에 눈이 멀어 직접 끼어서는 안될 자리에 대놓고 나서서 사진이나 몇 방 찍어댄 후 잘했다고 큰소리치다 정작 보다 큰 이익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자그마한 국내 시장을 장악해서 권력이나 유지하고 말겠다는 얄팍한 방법을 쓰는 것 보다는 기왕이면 세계를 향해 스스로의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그야말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고용 창출 및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국가의 이익엔 별 도움이 안되는 여의도 한량들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개념부터 보수가 필요한 세력들에게는 기대하지도 않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