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리비아 사태를 보면서...

둘뱅 2010. 8. 4. 03:38

(그냥 녹색이 아니라 리비아 국기다...)

 

 

1. 첫 사우디 생활을 하였을 때, 성매매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것도 바로 동네 파출소에서...

사람들이 워낙 사고를 자주 쳤던 탓에 통역 겸 행정요원으로 현장 사무소를 대표해서 인근 경찰서를 자주 들락날락했었다. 한국에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던 경찰서를 그렇게 자주 다녔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다.

여하튼 어느날, 역사나 사람들이 친 사고로 인해 그 경찰서를 가게 되었는데, 어떤 놈 하나가 날 자기 방으로 따라오라고 불러낸다. 경찰서 안에서 경찰이 부르는 데 따라 들어가는 수 밖에... 방 안으로 들어서니 문부터 닫으라고 시키고는 내게 물었다.

 

"너... 굶었지??? 여자랑 자고 싶지 않냐????"

 

아무리 촌동네라지만, 사우디 안에서 그런 얘길 들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런게 걸리면 큰 죄 중 하나인걸 아는데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더니, 그 넘 왈...

 

"내가 이 동네 경찰서 넘버 2야!!!! 내가 뒤를 봐주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그럴꺼야? 생각 있음 얘기해...!!!"란다...

 

사실 사우디는 공권력이 쎌 수 밖에 없는 나라기에, 사우디 넘들도 경찰들 앞에선 꼬랑지를 내린다. 하다못해 촌동네 경찰서의 위상은 건드릴 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 하지만 난 끝까지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야 말았다.

 

전기없는 동네에 전기를 넣고 있었으니 우리를 워낙에나 잘 봐주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것이 영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뭔가 관계가 틀어졌을 땐, 그 달콤한 제안이 부메랑이 되어 날 날려버릴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알면서도 빌미를 스스로 만들어주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내 무덤 스스로 파는 일을 왜 해?

 

2. 바가지 씌우기로 악명높은 이집트 상인들에게서 물건을 사려고 흥정하다 보면, 이 상인들이 가격대를 어느 정도 선으로 생각하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가격을 흥정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표정이 굳어지거나 정색을 하면서 더 이상의 대화가 어려울 것 같은 반응을 보일 때가 있는데... 그 가격대가 그들이 생각하는 최소 가격대일 경우가 많다... 더 후려쳐서 사는 거야 흥정하기 나름이겠지만... 웃으면서 흥정할 때와 정색하면서 흥정할 때는 확실히 다르다.

 

3. 인샤알라나 외치며 마냥 느려터질 것만 같은 사우디인들이 어떨 때 화를 내거나 성질 급한 모습을 보게 될까? 누군가가 자기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할 때 평소에 보기 힘든 모습으로 화를 내고, 자신의 이익 관계가 걸려있을 때, 그리고 상대방에게 선택권이 없음이 눈에 보일 땐 우리 이상으로 성질 급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마찬가지만 아무리 허접하게 여겨지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생각한다면 무섭게 화를 내고, 남의 이익에는 "인샤알라"지만, 자신들의 이익이 걸렸을 때는 "얄라얄라" (빨리빨리)다. 평소모습이 상상안 될 정도로 독촉하기에 바빠진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자신에게 이익이 걸려있다고 생각되면 그만큼 일을 더 잘 해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뭔가 협상하는 도중 상대방이 여러가지 사정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 상황임이 빤히 보일 경우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더욱 급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에 쫓겨 결과를 보고자 하는 우리네 방식으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중구난방처럼 몇 가지 경험담을 소개했지만, 이 주제없어 보이는 경험담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하나다. 바로 지금 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 무분별한 선교사의 망종으로 벌어진 것으로 소개되었고, 1조원 대의 댓가 요구설 등 뭔가 대형 사고를 친 것은 분명해 보이는 바로 그 곳의 상황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니 알 수 없다지만, 나름 우호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던 그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는 덴... 뭔가 그들에게 꼬투리를 잡힐 빌미를 제공했고, 그 빌미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통상적인 정보, 첩보 활동은 우리만 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한테 유독 이러는 것은 그들에게 민감한 곳을 건드렸기 때문일테니 말이다. 우리보다 더 민감하게 리비아의 동향을 주시할 나라들도 있을 텐데, 그들보다는 좀 덜 해도 될 것 같은 우리가 뒤집어 쓰고 있는 걸까... 폭발하는 아랍인들을 볼 수 있는 위의 예로 든 사례가 다 해당되는 최악의 상황이랄까? (물론, 리비아인을 아랍인이라 퉁쳐서 부르기는 어렵다... 그냥 무슬림 형제다!로 보면 모를까...)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를 몰아치는 건 결국 그들이 우리에게 얻어낼 무언가가 있고, 그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밀어붙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북한과의 돈독한 관계 속에서도 리비아와 몇 십년 동안 나름 괜찮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해 오면서도 정작 더 가까워지지 못하고 신뢰를 완전히 얻기 힘들었던 양국 간의 화기애매한 분위기는 그만큼 위험하고, 뭔가 생겼을 때 훨씬 더 깨지기도 쉽다... 속까지 돈독한 북한과 리비아와의 관계보단 겉으로만 돈독한 한국과 리비아의 관계가 더 단단하지 못한 것도 사실일테니...

 

흔들리고 있는 양국간 관계, 과연 이 정부는 리비아에게 무엇을 내주고 이 상황을 마무리할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자국민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집단이 밖에 나가서라도 소통을 잘 할리는 없고, 글로벌 호구라는 말에 모든 의미가 다 담겨 있듯이 이미 기대할 수 없는 이들임을 충분히 보여줬기에 더 무서운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