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동방신기와 아랍팬들을 이상하게 만든 한국 언론들의 무모함을 보며

둘뱅 2011. 3. 12. 23:36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아랍쪽에 불고 있다는 한류에 대해서 별로 체감을 못하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쪽 지역에도 K-Pop이 알려지고 있기는 한가 봅니다. KBS World와 같은 위성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뮤직뱅크가 방송되고 뮤직비디오가 전파를 타니까요. 타 공중파 방송국도 위성방송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지인의 페이스북에 링크된 동방신기의 KBS World의 아랍권 팬들을 위한 프로 출연 기사를 보다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원문을 읽어보시죠. "유노윤호, 아랍팬에게 선물받은 히잡 두른 모습 ‘깜찍’" 이 제목과 기사를 봤을 때의 첫 느낌은 "깜찍"이 아니라 "끔찍"했습니다! (물론 이 기사 외에 똑같은 내용의 기사들을 쓴 매체들이 제법 있죠....다들 기본적인 개념도 없고, 알아볼 생각도 없긴 매한가지겠습니다만...))

 

사진 없이 아랍어로 번역된 기사만 본다면 아랍인들은 둘 중 하나의 생각을 갖게될 겁니다.

1. (동방신기를 모를 경우) 얘네들 여자 가수인가?

2. (동방신기를 알 경우) 남자애들이 왜 히잡을 착용하지? 얘네들 뭥미?

 

그러다 기사를 사진까지 같이 보면 한결같은 생각을 하겠죠. "이게 히잡? 이 기사 쓴 사람 히잡이 뭔지를 모르는구만...."

 

왜 이런 반응이 연상될까요?

남녀의 구분이 명확한 아랍팬들이 아무리 선물이래도 동방신기에게 히잡을 선물할리는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그랬다면 어느 쪽엔가의 성정체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구요. 왜냐구요? 히잡은 기사에서조차 잘 설명해준대로 여성들이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남녀구별에 있어선 여전히 보수적인 아랍권에서 남자에게 히잡을 선물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되는 일이거든요.

 

    

(이런게 히잡!!!! 요즘은 히잡도 패셔너블해지고 있는 추세죠...)

 

 

히잡이 아니라면 사진 속에서 유노윤호가 두른 것은 무엇일까요? 저것은 여성용 히잡이 아니라 남성용 슈마그입니다. 아랍지역, 특히 걸프지역에서는 여자들이 히잡을 두르는 것처럼 남자들도 여전히 머리에 슈마그, 또는 구트라를 두릅니다. 슈마그는 사진에서 나와있는 것처럼 흰색과 붉은색이 교차배열로 이뤄진 두꺼운 천을 말하며, 구트라는 흰색의 얇은 천입니다. 구트라는 무더운 여름이나 특별한 행사때 많이 착용하고, 슈마그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착용하고 다닙니다. 단순한 머리 커버 외에 마스크 겸용으로도 입도 가리고, 급할 땐 짐보자기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거든요. (걸프지역 남성들의 성장에 대해선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이런 기사는 아랍사람들이 머리에 두르면 무조건 히잡인 줄 아는 기자의 무지가 만들어낸 오류입니다. 요즘은 번역기로도 아랍어로 번역해서 볼 아랍팬들이 있는데 저런 식으로 기사를 썼다는게 안타까울 뿐이죠. 게다가 친절하게 히잡의 용도까지 설명해주는 센스까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동방신기와 그 팬들의 성정체성을 의심해보게 만들 수도 있는,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좀 많이 위험한 기사가 실렸네요.

 

아랍권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기회가 늘어나는만큼 우리도 이쪽 문화를 이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시대의 기본 마음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그들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