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사우디 리그에 관심없는거 아는데 그래도 기사쓸 땐 제대로 알고 쓰자!

둘뱅 2012. 7. 14. 15:09

이천수가 알 나스르로 이적했던 지난 2009년부터 제 블로그를 통해 사우디 리그 소식 및 관련 정보를 꾸준하게 전해 온 국내의 거의 유일한 소식통으로 자부하는 블로거로써 (심지어는 일면식도 없는 선수 가족들이 비자가 해결되어 사우디로 출국하기 전까지 제 블로그를 통해 국내언론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선수들의 소식을 접한다는 얘기도 가끔 들었을 정도라죠....)스포츠 기자들을 볼 때면 한심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설기현, 이영표, 이천수, 송종국, 유병수처럼 국내에서 나름 지명도가 있는 선수들이 리그에서 뛰고 있다고 해도 사실 프리미어리그 정도 아니면 국내에서 경기 실황을 제대로 볼 수도 없고, 정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꾸준하게 기사화하기 힘든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어쩌다 한 번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 기억에는 이적과 관련되어 나온 스포츠 조선의 일부 기사를 제외하고는 기사다운 기사를 볼 수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가장 한심하게 느껴졌던 건 한때 남들이 봐도 일개 개인에 불과한 제 블로그의 글과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은 기사를 작성했던 박 모 기자의 기사들이었습니다. 제 글은 기사형식을 빌지 않고 자유롭게 써오기에 기사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은 표현과 뉘앙스가 제법 있는 편인데도 기사 속에서 그런 표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거든요.

 

이에 못지않게 한심한 건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쓰는 기사들입니다. 한 언론에서 앞장서서 사실 확인이 안된 기사를 작성하면 그걸 그대로 복사해서 약간의 편집만 가해서 기사화하기에 모든 언론들이 잘못된 기사를 쓰게 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로 오늘 새벽에 있었던 맨시티와 알 힐랄의 평가전을 다룬 OSEN의 기사입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클릭!) 이 기사의 가장 큰 오류는 "지난 6일 CFR 클루이(루마니아)에 0-5로 대패했던 알 힐랄은 이날 승리로 체면을 세우게 됐다."는 부분입니다. 사실대로 기사를 쓰려면 "알 힐랄은 이날 승리로 지난 7일 슈테른베르크 (독일)에 10-0으로 대승을 거둔데 이어 2연승을 달리고 있다."라고 써야 합니다.

 

기사의 승부 조작? 경기 조작? 왜 이런 오류가 생겼을까요? 6일 시합은 CFR 클루이 1군 대 알 힐랄 2군의 경기였고, 7일 시합은 알 힐랄 1군 대 슈테른베르크 1군의 경기였는데 이 글을 쓴 기자는 경기에 참가했던 팀이 알 힐랄 1군인지, 2군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기사를 쓰려고 보니 몰라서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정확한 표현이 되려나요. 기사를 쓰기 전에 제 블로그만 둘러봤어도 이런 오류가 나오지 않았을텐데요.... ([ZSPL] 알 힐랄 첫 평가전에서 10대 0 대승 외... 참고)

 

이 기사는 다른 관련 기사들처럼 타 언론에서 복사&붙여쓰기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재밌게도 이 기사가 올라온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아래와 같이 캡처되어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 내 팬포럼에 번역되어 소개되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우디 리그 소식과 관련하여 잘못된 기사를 본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별도의 공개 포스팅을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의 제보에 의하면 자신이 직접 유병수 소식과 관련하여 잘못된 내용에 대해 언론사측에 수정요청을 보내본 적이 있지만 고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 팬포럼에 소개된 OSEN의 맨시티-알 힐랄전 기사. 원래 페이지를 보시려면 http://vb.alhilal.com/t1109323.html)

 

 

이 포스팅을 한 이는 "(한국의 OSEN) 사이트: 알 힐랄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을 꺾었고, 유병수는 부상을 당했다"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아랍어로 번역하여 아래와 같이 소개하였습니다. 

 

"알 힐랄은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친선 시합에서 후반 23분 골망을 흔든 나와프 알 아비드의 결승골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에 승리를 거두었고, 이 승리는 (빈센트 콤파니, 카를로스 테베즈와 야야 투레와 같은) 팀 내 유명한 선수들이 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패한 프리미어 리그의 영웅에게 상처를 입혔다. 양 팀은 경기 내내 선수들과 진형을 바꿔가며 경기에 참가했다. 

 

이 시합에서 한국인 선수 (유병수)는 허벅지 부상을 당해 후반 18분 교체되었다." 


기사 원문에서 가감된 표현이 것이 있는 것으로 보아 팬심이 듬뿍 담겨있을 아랍어 번역글에는 이 기사의 가장 큰 오류를 당연히 삭제해 버렸습니다. 요근래 사우디나 걸프 쪽에도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국어와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우디와 걸프지역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한국어도 많이 익히고 있기에 이런 잘못된 부분들을 금방 확인해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기사를 반가운 마음에 번역하던 알 힐랄 팬/직원은 1군과 2군도 구별 못하면서 체면을 운운하는 기사가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느껴졌을까요?) 특히 사우디의 알 힐랄 축구팬들 중에는 다가올 ACL 8강전에서 맞붙게 될 울산 현대나 사우디 리그에서 활약해 온 한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K리그에 관심을 가지는 이도 적지 않은데 말이죠. (알 힐랄 구단주와 팬들의 가장 큰 소원은 ACL에서 첫 우승!!!- 현재의 제도로 개편된 이후 우승해 본 적이 없거든요) 

 

우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널리 알려야 하는 것처럼 다른 이들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아무리 관심없어도 명색이 기자들이라면 적어도 기사를 쓸 때는 경기 결과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부터 확인하고 기사를 썼으면 좋겠네요! (사우디 리그에 대해서는 아랍어를 모르는 한 접할 수 있는 정보가 풍족하지 않지만 제 블로그, 위키피디아 (구단과 선수 정보), Goalzz.com (경기결과 확인) 등의 사이트 몇 개만 둘러봐도 오류없는 기사를 쓸 수 있는 간단한 정보는 얻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