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무지" 중 선지자 무함마드)
이슬람권을 다시 한번 반미시위의 열풍 속에 몰아넣은 14분짜리 문제적 동영상 "무슬림의 무지 (Innocence of Muslims)"를 보았습니다. 이 동영상은 이스라엘 출신 유대계 미국인 샘 바실이 100명 정도의 유대인에게서 500만 달러를 기부 받아 만들었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금융사기로 2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향후 5년간 보호관찰관의 허기없이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는 처분을 받은 이집트 콥트교도인 나쿨라 바슬리 나쿨라가 자신의 아들 아바노브 바슬리와 함께 이집트에 있는 아내의 가족으로 부터 충당한 약 5~6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12일만에 영화를 만든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실체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두시간짜리 영화의 압축본으로 알려진 이 동영상은 영화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조악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처음 주장한대로 500만 달러를 기부받아 만들었다면 제작자가 얼마나 횡령했을까 궁금해질 정도로 말이죠.
이 동영상이 전세계의 무슬림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선지자 무함마드를 소아성도착, 동성애자, 얼간이, 살인자 등으로 모욕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이슬람권의 반발을 샀던 과거 영국의 소설가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나 무함마드를 자살폭탄 테러범으로 묘사한 덴마크 일간지의 풍자만화 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악의적인 내용이니까요.
이 동영상을 보면서 이슬람권 곳곳에서 반미시위가 확산되는 빌미를 제공했지만, 며칠 전 발생한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타이밍 상으로는 절묘하지만, 어디까지나 이슬람권의 반미시위 확산과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은 별개의 사건입니다.
애시당초 유대계 미국인이 유대자본을 받아 이따위 쓰레기를 영화랍시고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니 안그래도 잠재되어 있는 반미감정에 불을 붙일 수 밖에 없는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이 사태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건 자신을 "이슬람 문제에 관심있는 아랍 사상가"로 표현한 듣보잡 사기꾼 나쿨라보다 더 문제적 인물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관여했기 때문입니다. 쿠란 소각사건으로 이슬람권에 악명을 날리며 목사의 탈을 쓴채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과 충돌을 끊임없이 부추겨온 극단주의자 테리 존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하지만,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을 이에 반발한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보복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첫째, 왜 많고많은 이슬람권 국가 중에 하필 리비아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야만 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연관성이 없고, 둘째, 9/11의 의미를 축하한다던가, 또는 리비아 내부에서 이런 사건을 벌일 수 있는 세력들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공격당한 것은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이 동영상에 아랍어 자막을 입혀가며 유포에 나선것이 바로 전미 콥틱 연합회 회장으로 알려진 모리스 사덱이라는 콥트교 행동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에서 발생한 콥트교와 미국인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죠. 심지어 제작자도 콥트교도로 밝혀졌죠. 이에 비하면 리비아는 동영상과는 그 어느 쪽으로도 연결성이 없어요.
하지만 리비아 피습사건의 경우 사전계획된 조직적인 공격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동영상 확대 유포로 인한 반미시위 확산과는 시기적으로 무관하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확실한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 드론 폭격에 대한 보복", "알카에다 2인자 아부 야히아 알 리비 사망 보복", "9/11 테러 11주년 기념"설 등 밝혀지고 있는 동기 자체가 무함마드 모욕 동영상과 무관한 다분히 정치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9/11 기념일-무함마드 모욕 동영상 유포-리비아 미 영사관 피습사건-이슬람권의 반미시위 확산"이라는 일련의 사건이 절묘한 타이밍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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