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비평] 국내에는 전혀 반대로 소개된 알 아흘리와 알 잇티하드 선수들의 충돌사건!

둘뱅 2012. 11. 1. 23:25

 

 

어제 (현지 시간) 있었던 알 아흘리와 알 잇티하드간에 펼쳐진 아챔 4강 2차전 후반 막판에 벌어졌던 양팀의 충돌에 대한 기사가 다음 메인에 오른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년 아챔 4강에서 벌어졌던 일을 연상시키는 제목부터 선정적인 기사였습니다만, 새벽에 잠못자며 경기를 지켜봤던 저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전혀 반대로 보고 기사화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사를 보시죠.

 

‘비매너에 난투극까지’ 제 2의 알사드 우려되는 알 아흘리

   

이 기사에서는 아래의 캡처 사진과 함께 "상황은 후반 종료 직전 알 아흘리 수비수 만수르 알 하르비가 알 이티아드 수비수 이브라힘 하자지에게 발차기를 하면서 비롯됐다."고 소개하며, "지난 해에는 카타르 알 사드가 이와 비슷한 일로 챔피언스리그의 물을 흐렸다."며 알 아흘리를 알 사드와 같은 부류의 팀으로 엮는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왜 만수르 알 하르비는 이브라힘 하자지에게 날라차기를 했을까요?)

 

하지만 이 기사의 지적과 달리 경기를 중계하던 아랍의 스포츠 방송들은 경기 후 날라차기 한 만수르 알 하르비가 아닌 그에게 발차기를 당한 이브라힘 하자지와 인터뷰하였습니다. 날라차기에 맞은 그가 피해자여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그가 이 충돌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였기 때문입니다.  

 

(이브라힘 하자지가 만수르 알 하르비의 얼굴을 정통으로 먼저 가격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요...)

 

실제 사건의 발단은 만수르 알 하르비와 신경전을 벌이던 이브라힘 하자지가 만수르 알 하르비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하고, 이에 흥분한 만수르 알 하르비가 주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브라힘 하자지의 복부를 향해 날라차기했던 것입니다. 이에 격분한 이브라힘 하자지가 피치 위에 넘어진 만수르 알 하르비의 옆구리를 가격하면서 충돌은 더욱 커졌습니다. (만수르 알 하르비의 퇴장조치와 관련하여 알 아흘리 구단은 AFC측에 두 선수간의 충돌을 담은 사진과 방송자료를 참고자료로 제출하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경기 후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만수르 알 하르비가 어머니를 모욕하는 도발에 걸려 참지 못하고 공격한 것이며, 이유야 어찌됐던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인터뷰 동영상 제목도 "이브라힘 하자지: 만약 내 어머니의 평판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나는 남자가 아니다."라는군요.

 

(두 선수의 충돌 장면은 57초부터 1분 16초 사이에 나옵니다.)

 

사건의 주인공인 이브라힘 하자지는 경기 초반부터 끝날 때까지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던 선수입니다. 알 아흘리의 강한 압박 속에 공격진과 미들진이 털린 상황에서 펼쳐진 알 아흘리 공격진들의 맹공을 막아내기 위해 팀의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으니까요. 사실 이브라힘 하자지와 알 아흘리 간에는 악연이 있습니다. 그는 2002년부터 알 아흘리 유스 출신으로 뛰었지만,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카렐 자롤림 감독과의 불화가 커지면서 훈련 불성실 등을 이유로 작년 11월 12일 팀에서 퇴출당하고 개인의 과실에 의한 계약 파기로 인해 120만 리얄을 받지 못한바 있기 때문입니다. 

 

그 후 그는 퇴출 후 두 달 정도 지난 올해 1월 14일 동생인 공격수 나이프 하자지가 뛰고 있는 지역 연고 라이벌 팀 알 잇티하드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아챔 결승을 향한 문턱에서 자신을 버린 친정팀과의 맞대결이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뛰었고, 탈락이 확정되어 흥분한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도발에 넘어가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내년은 불참 확정이고, 후년의 아챔 출전을 아직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아챔 우량고객 알 잇티하드로서는 가장 중요한 시합에서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지며 일단은 안타깝게 아챔무대에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알 파이살리와의 리그 경기를 앞둔 마지막 훈련장에서 악수하고 있는 압둘라흐만 구단주와 콤부아레 감독. 2012년 10월 31일)

 

알 힐랄이 울산에게 처참하게 발리며 아챔에서 탈락한 그 다음날 상당수의 국내 언론들은 팀의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압둘라흐만 구단주가 사퇴했다는 보도를 냈습니다만, 그는 아직도 알 힐랄의 구단주입니다. 팬들에게 팀의 참패에 대한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관심도 없으면서 어쩌다 기사를 쓰니 선정성 넘치는 소설이나 팩트 자체가 틀린 허위보도까지 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