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여러 생각들...

[칼럼] 오늘날의 UAE와 사우디를 보는 둘라의 단상...

둘뱅 2014. 4. 9. 13:25

(부르즈 칼리파 전망대 At the top에서 내려다 본 셰이크 자이드 로드의 야경. 더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1. 2005년인가 2006년쯤 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서적들이 한동안 나왔을 무렵 두바이 관련 서적출판에 열의를 보이던 출판사 관계자분들과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다수의 두바이 관련 책들에 대한 출판권 계약을 맺었다며 계속해서 신간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들 앞에서 두바이도 좋지만 아부다비나 카타르를 주목해보라는 화두를 던진 적이 있었다. 당시 두바이의 발전상을 국내에 적용시키려는 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탓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2007년 당시에 느꼈던 생각에 대해서는 ([칼럼] 두바이 발전에 대한 단상... 참고) 여하튼 몇년 뒤 두바이가 파산 직전에서 겨우 살아나오는 바람에 출판사의 의지는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당시 두바이가 아부다비와 UAE 중앙은행에서 빌린 상환기간 5년 연이자 4%로 빌린 200억불의 부채는 여전히 갚는 중이다. 지난달 이들은 연이자를 1%로 낮춰주고 상환기간을 5년 더 연장해주는데 합의했다.)


2. 지난해 여름방학이 끝나기 몇주 전 원고청탁 받은 두바이에 대한 글을 쓰겠다는 핑계로 1주일간 두바이와 아부다비를 다녀왔었다. ([스카이뉴스] 역발상의 도시 두바이, 재도약에 나서다 (2013.09.08/제346호) 참고)아부다비는 지인을 보겠다고 넣은 일정이었을 뿐 대부분을 두바이에 머물렀지만, 정작 돌아올 무렵에는 두바이보다 잠깐 스쳐지나친 아부다비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음에 갈 일이 있으면 두바이보다는 아부다비나 다른 에미레이트 여행 일정을 더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전에는 좋게봤던 두바이의 지나친 인공미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탓이다. 워낙 보여줄 것이 없는데 사람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취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그래도 너무 과해졌다는 느낌 때문이랄까?? (문제는 이런 방식의 개발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있다는 것이지만....)


3. 요즘들어 개인적으로 그 어느때보다 걸프지역 정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 중 앞서나가는 곳은 UAE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두바이가 파산 직전까지 겉보기에 치중한 개발에 올인한 느낌을 받았던데 비해 요즘은 특유의 쇼맨쉽에 내실을 다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UAE 내 가장 부유한 에미레이트면서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아부다비의 영향이랄까, 두바이도 과거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두바이는 어떻게든 이겨보려 했으나 오히려 파산 직전 자신들을 구해준 아부다비 통치자 셰이크 칼리파의 지원에 감사하는 의미로 자신들의 자존심을 살리고자 부르즈 두바이라 명명했던 세계 최고층 건물의 이름을 그에게 헌정한 쓰라린 굴욕을 가지고 있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 개장식, 더 이상의 부르즈 두바이는 없다! 참조)첨단기술 덕후국가답게 서로 이질적인 종교와 과학을 접목시킨, 이슬람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도 최첨단 기술을 현실 생활로 접목시키는데 주저함이 없는 이슬라믹 하이테크(?)라는 하이브리드 정신을 살리고 있달까... 여전히 독재적인 왕정국가라고는 하지만 투명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인터넷 기반의 전자정부를 갖춘데다 이를 모바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계획을 1년전에 내놨을 정도로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정부보다 더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전자정부 수준에서도 좀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것이 현실! [사회] 셰이크 무함마드, 스마트폰 기반의 "m-Government" 프로젝트 공식 발표! & [IT] 우리와 비슷하거나 의외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우디와 UAE 전자정부 참고),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대국민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자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정체 모를 무인기 드론이 국내 여러곳을 찍었다고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나라도 있지만, 드론을 대국민 서비스 개발에 사용하려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는 나라도 있는 대조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니까...([사회] UAE정부, 무인 드론 쿼드콥터를 이용한 정부서류 배달서비스 계획 발표! 참고) 얼마전 뇌졸중 수술을 받은 바 있어 건강에 위험신호가 와 있는 아부다비 통치자 셰이크 칼리파나 그에 비해서는 여전히 정정한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모두 명확한 후계 구도를 갖추고 왕세제 셰이크 무함마드 (아부다비)와 왕세자 셰이크 함단 (두바이)을 시기적절할 때 정치 일선에 등장시키며 후일에 대비하는 것도 정부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정치] 타밈 국왕의 즉위로 본 이웃 GCC국가들의 차기 왕위 계승자들! 참고)



(리야드의 최고층 건물 킹덤센터 전망대 스카이 브릿지에서 본 리야드 시내풍경. 더 궁금하신 분들은.... 클릭!)


4. UAE만큼 민첩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압둘라 국왕이 통치하고 있는 사우디도 단계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는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하면서도 사우드 왕가 자체는 종교적으로 전통성을 내세우기 힘든 세속적 정권인 탓에 (사우디 건국사에 대해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시리즈] 참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칠해놓은 원리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이슬람 색채를 완전하게 지울 수 없는 한계 속에서도 조금씩, 그리고 2010년대 들어 특히 여성의 권리신장 측면에서 보다 과감한 개혁 정책을 추구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우디에서 전면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과거 사우디 왕가는 세속화에 반대하는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그랜드 모스크 점거 사건을 경험한 바 있다.) 오늘날의 사우디 모습은 2000년 가을 처음 밟았던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사우디의 양대 불안요소 중 하나인 초고령화된 왕실의 승계구도도 자신의 측근이자 21살이나 어린 무끄린 왕자를 부왕세제로 지명하면서 일단 안정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사우디, 제2부총리 무끄린 빈 압둘아지즈 왕자를 부왕세제로 지명! 참조) 정작 국왕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살만 왕세제나 무끄린 부왕세제의 정책 기조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왕실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들 중 하나였던 고 나이프 왕세제가 왕세제로 지명되었을 당시 많은 이들이 그가 국왕이 되면 조금씩 개혁 중인 나라가 다시 보수화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당분간은 후계구도가 명확해졌다고 해도 워낙 UAE나 카타르에 비해 왕가의 규모가 방대한 탓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선뜻 예상하기 힘들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요소이기도 하다. 자국민의 수가 2천만명이 넘어 정부의 복지정책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기에 부담될 수 밖에 없는 높은 실업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