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스포츠의 생명력은 생생함에서 나온다고 본다면, 축구팬들에게 있어서 우리나라의 방송 현실은 참으로 암울하기만 하다. K리그 팬들에게도, 유럽이나 남미축구 팬들에게도 말이다. K리그 팬들에게는 우리보다도 허접하다고 생각하는 리그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무중계, 어쩌다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엽기적인 복불복 방식의 후반 생중계를 참고 봐야하는 현실이 좌절스럽고, 유럽 축구 팬들에게도 특정 리그의 중계권 없음으로 인한 무중계, 혹은 같은 시간대에 열리는 경기들 중 딱 한 경기만을 생중계로 보고 나머지 경기는 이미 인터넷으로 결과를 안 뒤에나 볼 수 있는 딜레이 중계를 봐야되는 현실이 그렇다. 그런 현실에서 제대로 사용도 못할 컨텐츠를 독점으로 획득하고 다른 채널을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가 아닌 다른 채널로 바꾸기로 한 모 방송국이 욕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K리그가 실력면에선 비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축구리그보다도 아시아축구연맹의 평가기준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팬들을 모으지도, 팬들에게 노출되지도 않는 프로축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UEFA 챔피언스리그 중계권을 획득한 이후로 기존의 6개 채널 (무료 2개, 유료 4개)을 11개 채널 (무료 2개, 유료 8개, HD 1개)로 확장한 알자지라 스포츠. 신규 5개 채널은 유럽 리그 시작에 때맞춰 8월 15일부터 본격적인 방송을 시작했다.)
아무리 재미없는 사우디 생활이라지만, 그 속에 한가지 낙을 찾는다면 바로 축구 중계를 보는 것이다. 물론 무료 위성채널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돈을 들여 유료 채널을 시청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 리그에서 같은 시간에 여러 경기가 열려도 채널만 바꿔가며 생중계로 볼 수 있고, 한국에서는 편성에 밀려서 중계하지도 않을 다양한 경기를 생중계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아랍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료 스포츠 채널로는 선발주자인 ART 계열의 ART Sports와 Showtime 계열의 Show Sports, 그리고 최근들어 급성장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Al-Jazeera 계열의 Al-Jazeera Sports가 있다. (다 보려면 시청비도 만만치 않지만, 마땅히 할게 없는 사우디에서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1. ART Sports
(ART Sports의 홈페이지)
유료 방송 초창기부터 활동해왔던 대표적인 스포츠 채널로 ART Sports 1~9, ART Prime Sport, ART Al-Jaeem 의 자체 채널과 ESPN, ESPN America, ESPN Classic, Ten Sports 등의 외부 채널을 가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UEFA 챔피언스 리그 중계권을 보유하였으나, 후발 주자인 Al-Jazeera Sports에 밀려 영향력이 많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현재는 사우디 리그를 위시한 중동, 북아프리카 주요 프로축구 리그를 중심으로 유럽의 프랑스 리그, 아시아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아시안 챔피언스 리그, 아시안컵, 클럽 월드컵 등의 각종 대회에 대한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채널, 레알 마드리드 채널과 같은 구단 방송 채널처럼 구단 채널인 알-자임 채널을 가지고 있다. 알-자임은 현재 이영표 선수가 뛰고 있는 알 힐랄의 별칭으로 사우디내 알 힐랄의 인기를 대변하고 있다. 알 힐랄의 열렬한 팬이라면 ART Sports 카드는 필수로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료 채널에서는 어쩌다 한 번 볼 수 있는 알 힐랄의 시즌 전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시즌부터 알 힐랄의 팬이면서 UEFA 챔피언스 리그를 즐겨보는 시청자들에겐 카드를 하나 더 구해야 한다는 사실이 슬플 것이다.
2. Show Sports
EPL 팬들이라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 바로 Show Sports 1~4 채널들을 볼 수 있는 Showtime 카드다. 왜냐하면 스코틀랜드, 포르투갈 리그나 다른 리그의 경기들도 가끔 볼 수 잇지만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EPL 전경기에 대한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Show Sports이기 때문이다. 다른 리그에 대한 중계권을 포기하고 프리미어리그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른 채널들이 여러 리그 중계권을 갖고 있어 단일 리그의 전경기를 보여줄 수 없는 대신, Show Sports에서는 프리미어리그의 전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채널이 4개 밖에 없는데 5~6 경기가 동시에, 혹은 1시간 차이로 중계시간이 겹칠 땐 어떻게 하냐고? 그럴땐 Showtime 계열의 다른 채널들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아래와 같이 작년 박싱데이의 중계방송표를 보자.
(작년 박싱데이의 중계예정표)
하지만, Showsports에게도 안 좋은 소식은 지난 시즌까지 가지고 있었던 2부리그 챔피언쉽 중계권을 Al-Jazeera Sports에 넘겨줬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영국 1~2부 프로리그의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프리미어리그 밖에 안 남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떠났다. 축구 외에 이종격투기인 UFC와 골프, 다트 등 다양한 종목의 경기 등을 볼 수 있다. Al-Jazeera Sports가 새로운 채널을 추가할 즈음 Showtime은 다른 방송 사업자인 Orbit와 합병을 발표했다. 참고로 스포츠 채널로만 따져봤을 때 Orbit의 장점은 Fox sports와 NBA TV였지만, NBA TV 중계권도 지난 시즌으로 끝났다.
3. Al-Jazeera Sports
(8월 26일 알자지라 스포츠 +3의 중계 편성표. 생중계가 없을 시간에는 어제 생중계로 보여줬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재방송하고 있다. 이 경기들 중에서 한국에서 생중계로 볼 수 있는 경기는 얼마나 될까?)
비교적 후발주자인 Al-Jazeera Sports는 이번 시즌부터 중동-북아프리카 스포츠 중계시장에서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스페인 리그, 이탈리아 리그, 네덜란드 리그, 아르헨티나 리그, 영국 칼링컵, FA컵 등의 중계권 외에 ART Sports가 가지고 있던 UEFA 주관 챔피언스 리그와 유로파 리그의 중계권, Show Sports가 가지고 있던 영국 챔피언쉽 리그 중계권을 획득했고, Orbit가 가지고 있던 NBA TV의 중동-아프리카 지역 파트너쉽을 가져오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대한 컨텐츠의 획득에 힘입어 이를 충분히 소화하기 위해 8월 15일부터 채널을 5개 더 추가하여 정식으로 개국했다. 프리메라리가, 세리에 아 팬들에게는 챔피언스 리그까지 보기 위해서 Al-Jazeera Sport와 ART Sports 카드를 각각 가지고 있어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로 다 볼 수 있으니 가장 큰 이득이 아닐까.
위의 3대 사업자들의 채널들만 해도 20개를 가볍게 넘는다. 이런 채널들을 통해 주요 축구경기들을 거의 생중계로 즐길 수도 있을 뿐더러, 기타 등등의 무료 채널들까지 더하면 사업자들의 특성을 살려 한국에서보다 다양한 종목의 경기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스포츠 중계만 집중해서 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식의 대형 스포츠 채널이 탄생하기를 바란다면 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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