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시간 29일 밤 8시, 한국 시간으론 30일 새벽 2시에 리야드 킹 파하드 스타디움에서 사우디 리그 사상 첫 한국인 더비가 있습니다.
(왼쪽으로 부터 알 힐랄 로고, 킹 파하드 인터내셔날 스타디움, 알 나스르 로고)
이영표 선수가 소속된 알 힐랄과 이천수 선수가 소속된 알 나스르 간의 자인 사우디 프로페셔날 리그 4주차 경기입니다. 이영표 선수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던 시절에 박지성 선수와 첫 한국인 맞대결을 벌였던 것에 이어 사우디 리그에 와서도 상대만 바뀌었을 뿐 첫 한국인 더비의 주인공이 되었네요.
훈련 중 게이츠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이영표 선수와 팀 동료들 (Copyright ⓒ ARRIYADIYAH)
꾸준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알 힐랄에 비해 전성기였던 1990년대 중반 이후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알 나스르지만, 사우디 리그에서 나름 중요한 리야드 더비이기도 합니다. (알 힐랄, 알 나스르, 알 샤밥이 리야드를 연고지로 하는 팀으로 이 세 팀 모두 사우디 리그 우승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방송국에서 중계가 예정되어 있고 한 스포츠 신문에서는 전체 16면 중 5면을 이 경기에 대해 다룰 정도로 오늘의 메인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리그는 지난 8월 18일에 개막은 했지만, 개막 4일 후에 시작된 라마단 기간과 비극의 월드컵 예선 바레인과의 플레이 오프 등으로 인한 1달 간의 휴식기로 오늘 경기가 4주차 경기 (9월의 두번째 경기)로, 알 나스르의 경우 개막전이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지연되는 바람에 3번째 경기입니다.
시합을 앞두고 팀동료들과 훈련 중인 이천수 선수. 사우디 리그에서 보기 드문 염색한 금발머리가 눈에 튄다. (Copyright ⓒ ARRIYADIYAH)
토일이 주말 시합, 수목이 주중 시합으로 진행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사우디는 토요일부터 일주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늘 시합이 주말 시합이 아닌 주중 시합입니다. 참고로 사우디 리그 11~12위 팀은 2부리그 강등대상입니다. 작년까지는 10~11위 팀간의 플레이오프전이 있었는데 올해는 없어진듯하네요. (그 덕분에 제가 있는 지역팀이 지난 시즌 10위를 했으나 플레이오프 패자팀으로 강등되어 이천수 선수와 이영표 선수를 경기장에서 직접 볼 수 없게 되었지만요.)
12개 팀이 소속된 사우디 리그에서 3주차를 마친 현재 알 나스르는 3전 전승으로 득실차는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레알과 피스컵 개막전을 치뤘고, 현재 ACL 8강전을 치루고 있는) 알 이티하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알 나스르는 개막 후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채 1무 1패로 10위입니다.
양팀의 대결을 소개하는 스포츠 신문 ARRIYADIYAH지의 오늘자 1면 (Copyright ⓒ ARRIYADIYAH)
지난 7월 부임 이후 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라이벌이자 난적 알 힐랄을 만나게 된 다 실바 알 나스르 감독의 모습은 자뭇 비장해 보인다.
지난 시즌 준우승, 현재 FC서울과의 8강전 2차전을 앞두고 있는 움 살랄에게 ACL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바 있는 알 힐랄은 리그 시작과 더불어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6명의 선수가 고른 득점을 기록하는 등 지난 시즌에 알 이티하드에게 놓친 리그 우승 재탈환을 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알 이티하드가 한 수 위로 보입니다. 양팀의 골본능이 폭발했던 지난 2주차 경기서 알 나스르는 나즈란을 상대로 5대0 승리를 거두었던 반면, 알 이티하드는 지난 시즌 2부 리그 1위 자격으로 승격한 알 까디시야를 상대로 7대 1로 이긴 바가 있거든요.)
알 나스르는 사우디 리그에서 총 5회 우승하여 사우디 리그 최고의 인기팀이자 11회 우승에 빛나는 알 힐랄, 8회 우승의 알 이티하드에 이어 세번째로 우승을 많이 한 팀이긴 합니다만, 1995년 이후의 우승기록이 없으며 한동안의 재정 위기와 침체기를 벗어나면서 의욕적으로 선수를 영입했지만, 아직까지는 그 성과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스쿼드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선수는 이천수와 한때 이영표의 동료였던 호삼 갈리가 있습니다.)
올시즌 들어 리그 첫 승이 절실한 알 나스르의 분위기가 더욱 긴장될 수 밖에 없어서 상대적으로 알 나스르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Copyright ⓒ ARRIYADIYAH)
지난 3경기서 9골을 뽑아낸 알 힐랄에 비해 2경기서 1골을 뽑아낸 알 나스르의 빈약한 공격력도, 지난 주말 경기에서 6위인 알 웨흐다에게 2대 1로 이긴 알 힐랄에 비해 알 나스르는 현재 3위인 알 샤밥에게 빈곤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0대 2로 패했기 때문에 분위기 자체로는 알 힐랄이 유리한 분위기입니다.
전경기 생중계는 유료 방송으로만 시청가능할 뿐, 무료 방송에서는 어쩌다 생중계를 해주는 알 힐랄의 경기는 본 적이 없어 "영표 리, 잘 하더라..."는 동료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전부지만, 다행히 시간을 잘 맞춰 생중계로 볼 수 있었던 이천수 출전 경기에서는 제법 눈에 띄는 플레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알 나스르가 현재까지 리그에서 기록한 1골을 어시스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두 경기 내내 유일한 금발머리 선수라 외모로도 눈에 띄더군요. (어시스트를 기록한 이천수의 리그 데뷔 경기는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519 를 참고)
리그 초반이기는 하지만, 출전에 기복이 있었던 설기현 선수와 달리 두 선수는 높은 평가 속에 풀타임 연속출장을 이어가는 등 주전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오늘 시합에서도 선발출전이 기대됩니다.
사우디 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맞대결이 기대되는 오늘 시합은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시절 첫 한국인 맞대결에서 패배를 당했던 이영표는 오늘 웃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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