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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리야드 & 첫 코리안 더비, 알 힐랄 대 알 나스르

둘뱅 2009. 9. 30. 05:58

현지 시각 29일 저녁 8시 5분 리야드 킹 파하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알 힐랄과 알 나스르의 리야드 더비가 있었습니다. 현재 3연승으로 리그 2위인 알 힐랄에게는 리그 우승을 향한 상승세를 타기 위해, 비록 한 경기를 덜 치뤘지만 현재 1무 1패로 리그 10위인 알 나스르에게는 1승이 절실한 그런 시합이었습니다.

 

올 시즌에서는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두 팀이기에 며칠 전부터 스포츠 신문 등에서는 이 경기에 대한 기사를 다뤘을 정도로 사우디 리그 축구 팬에게는 중요한 경기이기도 합니다. 사우디 리그와 별로 상관없던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 현재 양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 선수와 이천수 선수가 처음으로 맞붙는, 사우디 리그 사상 최초의 한국 선수들이 맞대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경기이기도 했으니까요.  

 

여러가지 분위기상 알 힐랄의 우세가 점쳐졌던 경기였지만, 더비 경기 답게 예상 외의 전개가 시합 끝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전후반 내내 첫 승에 목마는 알 나스르 선수들의 의지가 표출되는 듯 먼저 골을 넣으면, 알 힐랄이 따라붙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경기는 2대 2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전반 4분] 알 나스르의 선제골!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의 페널티킥

첫 골은 예상 외로 빠른 시간인 시합 시작 후 4분만에 나왔습니다. 혼전 상황에서 알 힐랄의 중앙 수비수 마지드 알 마르쉐디 선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은 알 나스르의 공격수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가 골키퍼를 속이며 골을 성공시켜 경기를 앞서 나가게 됩니다.

 

(페널티킥 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무함마드 알 사흘라위) 

 

알 나스르가 의외로 빨리 터진 선제골 때문에 경기의 흐름을 잡아나갈 것처럼 보였지만, 워낙 안정적인 전력 및 팀워크를 보이고 있는 알 힐랄은 보다 위력적인 공격을 선보이며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됩니다.

 

[전반 33분] 알 힐랄의 만회골! 아흐메드 알 프라이디의 단독 드리볼에 이은 골

전반 33분 알 나스르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이용하여 알 힐랄의 미드필더 아흐메드 알 프라이디가 센터서클에서부터 단독 드리블해 나가다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두 명의 수비수 사이로 슛을 날려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습니다. 특별히 빠른 드리블도 아니고 수비수 6, 공격수 3명이 있던 상황에서 패스를 할 것으로 생각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직접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던 수비수들의 판단이 아쉬웠습니다.

 

  

전반전은 1대 1로 마무리 됩니다.

 

[후반 18분] 알 나스르 주장 후세인 압둘 가니의 중거리슛!

팽팽하게 이어져 온 1대1의 균형은 후반 18분 주장 후세인 압둘 가니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으로 깨지고 맙니다. 골대 주변에 3명의 공격수와 6명의 수비수가 얽혀있는데다 공격수들이 수비수들보다 앞에 있어 패스를 시도할 경우 오프사이드가 뻔한 상황에서 주장 후세인 압둘 가니가 날린 기습적인 강슛을 골키퍼가 펀칭해내는 듯 했지만, 튕겨나온 공이 그대로 골대로 들어가면서 다시 앞서 나갑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골대로 뛰어들던 이천수 선수가 눈에 띕니다. 

 

 

[후반 21분] 알 힐랄의 공격수 아흐메드 알 스와일리히의 만회골!

알 나스르에게 꾸준히 골을 허용하면서도 알 힐랄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3분 후 미드필더 무함마드 알 샤흘룹의 크로스가 오프사이드 함정을 뚫고 문전으로 뛰어가던 공격수 아흐메드 알 스와일리히에게 연결되어 가슴 트래핑에 이어 골키퍼를 속이면서 가볍게 만회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놓습니다. 그리고 양팀은 무승부로 올 시즌 첫 리야드 더비를 마무리합니다.  

 

  

풀타임 연속출장을 하고 있는 두 선수답게 오늘 시합에서도 선발로 출전하여 두 선수 모두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출전한 이영표 선수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하여 양쪽 측면을 누볐던 이천수 선수는 감독의 전술에 따라 약 50분간 (전반 초반 35분, 후반 막판 15분) 서로 파울을 주고 받으며 경합을 벌였고, 경기 종료 후 처음으로 악수를 나누며 승자없는 코리안 더비의 첫 경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두 선수의 볼경합 중 길었던 장면이 전반 33분 경 있었습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벌어진 두 선수의 치열한 볼경합)

 

(이 볼경합 끝 파울은 누가 얻어냈을까요?)

 

이 볼경합 후 감독의 작전에 따라 이천수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어 양 선수간의 맞대결은 끝나는가 싶었습니다만, 후반 75분경 다시 왼쪽으로 돌아와 다시 볼경합을 하며 경기를 마무리한 후 가까이 있었던 두 선수는 끝나자마자 서로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리드 당하는 상황에서도 따라잡고야 마는 리그 우승을 재탈환하고자 하는 알 힐랄의 안정적인 전력이 돋보이는 데 비해 간만의 리드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며 매경기 실점을 허용하고 있는 불안한 수비력과 파괴력이 둔화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는 알 나스르의 전력이 비교되는 시합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쨌든 이천수 선수가 골을 넣으며 첫 승을 따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활발하게 측면에서 공수를 소화하면서도 K리그에서 보여주던 사기 유닛으로서의 모습은 아직은 나타나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양팀의 다음 리그 경기는 10월 18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