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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사우디 리그 데뷔 후 첫 골을 작렬시킨 이천수

둘뱅 2009. 12. 7. 22:51

지난 주말 사우디 리그 7위팀인 알 나스르는 리그 4위팀인 알 파티흐 FC를 상대로 이천수가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 속에 3대 1로 이겼었더군요. 이천수 개인으로는 사우디 리그 데뷔 7경기만에 첫 득점이자, 첫 MOM이 된 시합이구요.

 


사우디에 있어서 TV중계를 통해 이천수의 활약상을 종종 보곤 합니다만, 볼 수 없는 채널에서 중계하는 시합에서 맹활약 속에 골까지 터트렸다니 직접 보지 못해 아쉽기는 합니다. (Al-Jazeera Sports와 Showtime 시청카드를 2개 가지고 있지만, 다 유럽 리그/프리미어 리그를 보기 위한 것들이라...) 이영표가 뛰는 알 힐랄과 이천수가 뛰는 알 나스르의 경기들은 무료 중계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전 경기를 다 보려면 ART Sports를 시청해야 합니다. 간혹 Al-Jazeera Sports에서 중계해줄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생중계로 볼 수 있지요. (그래서 골 장면은 다른 곳에서 빌려왔습니다. 직접 봤으면 직캠으로 올렸을텐데요...^^)

 

후반 59분: 킥력이 돋보이는 리그 첫 골! ( http://yfrog.us/0vnasser20fatehkooora1comz )
 

후반 73분: 동료와의 호흡이 돋보이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두번째 골! http://yfrog.us/j2nasser30fatehkooora1comz )

 
현재까지 7경기를 소화한 알 나스르 경기 중 3~4경기를 생중계로 봤으니 그래도 이천수의 최근 활약상을 많이 본 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본 경기의 대부분은 풀타임 출장, 마지막으로 본 시합 (알 아흘리전)에선 하프타임 교체로 후반 45분을 뛰었습니다.

 

알 나스르는 7경기 중 10골 실점이라는 비교적 낮은 실점율에도 불구하고 Saudi Arabia Clubs Tour라 불리는 리그 시작 전 평가전 (8전 6승 1무 1패 / 31골 득점 / 게임당 평균 3.88골 / 이천수 페널티킥 1골 포함 4골), 그리고 조별 예선 통과를 확정짓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Gulf Clubs Championship에서 보여주고 있는 화끈한 공격력 (4전 3승 1무로 조별예선 통과 확정 / 11골 득점 / 게임당 평균 2.75골 / 이천수 1골)을 정작 리그에서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탓에 리그 7경기를 치룬 현재 2승 4무 1패를 기록중에 있습니다. 그간의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나 9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방출하며 진행 중인 리빌딩 (2009년 3월 이후 22명 완전/임대 이적 및 방출, 12명 영입 및 임대 복귀)의 효과를 보기라도 한 듯 평가전에서 보여준 좋았던 팀의 흐름이 정작 리그 개막전이 신종 플루로 인해 취소되었던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공교롭게도 이천수를 비롯한 팀의 핵심 선수들은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선수들입니다...)


이천수는 사우디 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금발인데다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 기질까지 살아 있어 확실히 시합에 뛰면 눈에 튑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알 힐랄에 임대되어 뛰었던 설기현보다도 한결 나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알 힐랄의 열혈 팬인 제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지금의 이영표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지만, 설기현은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니까요.

5경기에서 7골만 성공시키는 저질 공격력으로 EPL의 맨시티만큼이나 무재배의 달인이 될 뻔했던 (공교롭게도 현재까지 두 팀 모두 리그에선 1패만 기록 중) 알 나스르가 2경기 연속 3골을 퍼부으며 다소 답답했던 시즌초의 분위기를 벗어나 리그에서도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게 된 계기가 공교롭게도 이천수가 교체로 후반에 들어왔던 바로 전 경기인 알 아흘리와의 경기 후반부터였습니다.   

알 아흘리전은 알 나스르의 리그 전경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제가 본 경기 중엔 서브로 시작했던 첫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시작은 암울했죠. 그 시합 전까지 리그 5경기 동안 6골 밖에 실점않했던 수비진이 철저하게 농락당하며 전반 45분만에 3골을 허용했으니까요.

경기가 3대 0으로 무기력하게 끌려가자 하프 타임 첫 교체선수로 투입된 선수가 이천수였고, 공격 포인트는 올리지 못했으나 기대에 보답하듯 무기력한 팀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경기는 결국 극적인 3대 3 무승부로 끝을 맺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몇 번 놓쳤지만 (한 번이라도 잡았으면 영웅이 되었을텐데요...), 팀의 플레이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큰 몫을 했었죠. 

시합종료 후 TV에서 보여준 경기장의 분위기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남네요. 무승부로 끝났지만, 팀이 패배라도 한 듯 침묵을 지키던 알 아흘리 팬들과 대승이라도 거둔듯 환호작약하며 기쁨에 날뛰는 알 나스르 팬들의 분위기가 사뭇 대조적이었거든요.

3대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극적으로 무승부로 만든 기세를 몰아 알 나스르는 다음 경기인 알 파티흐 FC와의 경기에서 두 경기 연속으로 3골을 퍼부으며 리그에서의 두번째 승리를 따내더군요. 그 중심엔 리그 데뷔 후 첫 골을 터뜨린 이천수가 있구요. (그 두 골로 팀내 득점순위 2위가 되었으니... 참고로 팀내 선두는 3골. 현재 리그선두는 8골) 

 

* 팀내 득점 순위 (2009년 12월 7일 현재)

골    등번호                 이름                     포지션          

3         8       Víctor Alberto Figueroa         MF / 2009년 6월 영입 

3        10       Mohammed Al Sahlawi        FW / 2009년 6월 영입

2         7       Lee Chun-Soo                     FW / 2009년 7월 영입

2        24       Hussein Sulaimani              DF / 2009년 7월 영입 (주장)

1        3명

      ** 7경기 13골 득점 (경기당 1.86골) / 리그 1위 알 힐랄 10경기에서 28골 득점 (경기당 2.80골)


사우디 리그 소식이 국내에 잘 소개되지 않아 주목을 못받긴 합니다만, 이영표는 물론이거니와 특히 이천수의 경우 아직까지는 별문제없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마냥 벤치만 달구지는 않기에 경기력도 많이 회복되었을테구요. 이런 좋은 모습을 언제까지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던 국대 시절과는 달리 소속팀을 옮길 때마다 뒷말이 무성했던 악순환이 이번에도 계속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