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젯다] 1년 2개월만에 물난리를 또 겪다...

둘뱅 2011. 1. 17. 02:49

사우디 복귀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4일밤 밤늦게부터 숙소 밖은 시끄러웠습니다.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거든요. 왠 천둥소리인가 싶더니 제법 굵은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습니다. 잠깐이면 그칠줄 알았는데 제법 오랫동안 빗소리가 창문을 두들겼습니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잠들어 다음날 아침 일어났는데,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숙소 문을 열고 나가보니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숙소 앞 공터에 제법 많은 빗물이 넘실거리고 있었거든요.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은 출근길에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출근길에 있는 도로의 대부분이 침수되어 있었거든요. 가능한 물이 없는 길로 피해다니다 보니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면서 출근길은 30분이나 걸리고 말았습니다.

 

외근을 위해 부득이하게 시내 중심가로 가는데 도로 침수로 인한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평소 몇 분이면 통과할 수 있는 교차로 하나를 지나는데 한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시내 교통망 전체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할 정도였습니다.

 

이는 밤에 내리던 비가 젯다 시내에 또 한번의 물폭탄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최소 123명이 죽은 것으로 기록된 2009년 11월 25일에 이어 근 1년 2개월 만에 또 한차례의 폭우였기 때문입니다. 공식기록으로는 4시간 동안 45mm의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젯다의 겨울 (11월~1월) 평균 연강수량은 51mm라고 하니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젯다의 강우량 치고는 많이 퍼부었습니다. 제가 휴가차 한국에 있는 동안에도 두어차례 비피해가 있었다고 하던데, 이번 폭우의 전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나눠서 오지 않고 한방에 퍼부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2009년에 있었던 젯다 물난리 (관련 포스팅 [젯다] 90mm 비에 물폭탄 맞은 젯다 풍경 http://blog.daum.net/dullahbank/15707528 참조) 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물난리 이후 젯다 관계 당국은 건설면허 취득요건을 강화하고 여러가지 부대조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배수시설이 취약한 젯다 구조상 이를 완전하게 대비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두시간 내린 폭설로 시내가 마비되고 며칠 뒤까지 공항을 정상운행 시키지 못했던 영국을 생각해보면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지난 물난리의 경험으로 나아진 점은 물 빼내는 실력인 것 같네요. 물이 넘쳐났던 주요 도로의 대부분은 하룻만에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니까요.

 

가장 취약한 지하도로로 인한 교통혼잡은 이틀째 계속되었지만요. 지하도로 주변의 교통혼잡이 심한 것은 주요 도로가 막히는 탓도 있지만, 그 지하도로 안을 구경하려고 1차선에 차를 대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지난 물난리 때인지, 이번 물난리 때인지 모르겠지만, 좀 쎄게 내리면 이렇게 됩니다....)

 

 

웹에서 이것저것 긁어본 물난리 현장을 사진으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비가 온다면 여긴 다 아작나버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