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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City of Life, 두바이에서 얽히고설킨 세 사람의 운명

둘뱅 2011. 4. 22. 19:20

이 영화를 알게된 건 우연이었다. 새로나온 블루레이 타이틀이 뭐가 있을까 종종 가는 레드 씨 몰의 버진 메가 스토어에서 언젠가부터 신상 DVD 코너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눈에 띄었던 것은 보통 그 코너에 자리잡는 헐리우드 영화 타이틀과는 뭔가 다르고, 그렇다고 해서 종종 보는 아랍, 혹은 발리우드 타이틀과는 또다른 묘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헐리우드 영화타이틀이라고 보기엔 뭐하지만, 그렇다고 아랍, 발리우드 타이틀은 전혀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이 갈 때마다 시선을 끌게 된 것이었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알게 된 건 영화 제작과는 거리가 먼 UAE 영화라는 사실이었고 (전통적으로 아랍 영화하면 이집트의 코미디 영화가 유명하거든요.),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OSN네트워크의 PPV 채널인 OSN on DEMAND HD에서 상영한다는 광고를 보고나서였다. on DEMAND HD채널 자체가 헐리우드 영화와 WWE의 레슬매니아 등 스페셜 이벤트를 주로 상영작으로 선정하는 채널이기에 한 번 보고 싶어져서 DVD를 구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이 영화의 개봉 1주년 기념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상영된 적이 없어서인지 맥스무비의 데이터베이스에도 제대로 된 정보는 올라와 있지 않다.

 

 

영화명: 시티 오브 라이프 (City of Life / 2009)

제작: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외 3명

감독: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

스토리/극본: 알리 파이살 무스파타&게리 쉐퍼드

출연: 소누 수드 (바수 역), 사우드 알 카아비 (파이살 역),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나탈리아 역), 더 나르시스트 (칼리판 역), 제이슨 플레밍 (가이 역),

          나탈리 도머 (올가 역)  외

공식사이트 : http://www.cityoflifefilm.com/

언어: 아랍어, 영어, 힌디

 

 

 

온갖 건설 프로젝트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가 급발전의 후유증으로 인한 거품이 꺼지고 있는 UAE의 작은 도시 두바이.

그 도시에는 꿈과 희망을 찾아 전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작은 도시에서 얽히고 섥히는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는 영화.

 

(공식 트레일러)

 

 

1. 영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폐지를 주우러 다니는 한 아시아인의 궤적을 통해 영화의 무대가 되는 두바이 곳곳의 모습을 선보이며 영화는 시작된다. 여기에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세 명의 주인공들이 있다. 파이살, 바수, 그리고 나탈리아

 

파이살은 모든 차량에 777777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주메이라에 대주택을 갖고 있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이다. (UAE에서 특별한 번호판은 경매에 붙여지기에 부자들만 달 수 있다.) 그는 어머니를 잃고 자수성가하여 부를 축적한 보수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으며, 아랍 문화와 서양 문화, 부유한 친구들과 가난한 칼리판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동을 느끼며 아버지의 부를 바탕으로 놀고 즐기는 철부지와 같은 상태로 아버지는 이러한 아들을 안타까워하며 좀더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에게는 두바이 변두리 빈민촌에서 살고 있는 절친한 친구 칼리판이 있다.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 나나와 이제 성인이 된 여동생 파티마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파이살이 형제처럼 믿고 따르는 유일한 친구다. 파이살은 가난한 그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을 해주고 싶어하지만, 칼리판의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아 항상 안타까워 한다. 싸움도 잘하고 실전에선 파이살보다 영리한 그의 단점은 욱하는 성질. 이 성질이 모든 주인공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

 

바수는 집안을 위해 두바이에 온 평범한 택시기사이다. 여느 직업보다 두바이 택시기사의 생활은 쉽지 않은데, 방세를 비롯해 비싼 물가와 상대적으로 자신을 업신여기는 손님들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탄 택시에서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씨발노마!"를 외치며 한국에서도 일했었다고 얘기하던 두바이의 한 택시기사는 두바이에서의 삶보다 한국에서의 삶이 더 나았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힘든 택시기사 생활을 하는 그에겐 발리우드의 댄스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이 있는데, 유명한 스타 피터 파텔을 쏙 빼닮은 그의 외모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우연히 손님으로 만나게 된 인도인 백만장자 스레쉬 칸에 의해 그의 운명은 여러가지 의미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과거 발레니라를 꿈꾸던 나탈리아는 현재 항공사에서 롬메이트인 올가와 함께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다. 택시를 타고 숙소인 밀레니엄 타워로 향하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발레 교습소에 들르면서 그녀의 생활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발레리나의 꿈을 꾸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발걸음을 멈춘 그 곳에서 그녀의 삶을 뒤흔들어 버린 남자, 가이 버거를 만나게 된다.

 

작은 도시 두바이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의 삶에 조금씩 개입하던 세 주인공은 결국 두바이를 관통하는 주도로인 쉐이크 자이드 로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함께 엮이면서 자신들의 삶에 큰 변화를 맞는다.

 

 

2. 영화의 배경, 그리고 알리 무스타파

시티 오브 라이프는 영화 제작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UAE에서 UAE인이 감독해서 만든 가장 비싼 영화이자 첫 다국적 영화가 되었다. 자신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UAE 영화사에 새로운 족적을 남기게 된 이 영화의 제작/감독/극본을 담당한 알리 파이살 무스타파가 중심에 있다. UAE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런던에서 태어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그는 9살때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런던 필름 스쿨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작품인 단편 "Under the Sun"이 몇몇 단편 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고. 단편영화와 TV광고를 찍어오던 그의 이름이 좀더 업계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별도의 의뢰없이 자비로 직접 만든 자동차 광고에 반한 닛산이 이 광고를 사들이게 된 것이었다.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는 몇년전 우연히 방문한 인디언 클럽의 백스테이지에서 접하게 된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3성급 이상 호텔에서의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두바이에는 다수의 호텔들과 클럽들이 존재하는데, 서구식 클럽, 필리핀 클럽, 인디언 클럽 등으로 나뉘어지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인도에서 유명한 발리우드 스타와 그를 닮은 두바이의 허름한 클럽에서 활동하는 무명 가수에 대한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UAE에서 자라온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 종교적 가치관과 서구적 가치관 사이의 정체성에서 방황하고 있는 젊은 이마라티 (UAE 국적자)의 이야기, 로맨스가 바탕이 되는 서양인들의 이야기로 살을 붙여 두바이를 배경으로 하는 하나의 이야기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3. 의의

UAE인의 시선에서 두바이에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룬 시티 오브 라이프는 서양적인 제작 시스템에 따라 UAE에서 만들어진 첫 장편영화로 그 의의가 있다. 두바이 필름 페스티발이라는 국제적인 영화제가 있지만, 정작 자신들의 눈으로, 자신들이 만든 영화제작은 거의 없었던 UAE에서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서의 삶을 다룬 드라마이기에 영화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서구의 시각이 아닌 아랍인의 시각에서 보는 오늘날 두바이의 모습과 삶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바이는 작지만 그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고, 이슬람적인 전통과 개방을 위해 각종 금기사항을 철폐하고 개발 사업 등으로 인해 이마라티 간에도 빈부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생기는 정체성 혼란으로 고민하는 젋은 이마라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