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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내 첫 공개되는 사우디 영화, 제14차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와즈다"

둘뱅 2013. 4. 8. 21:43



4월 25일부터 5월 3일까지 전주에서 개최되는 제14차 전주국제영화제는 폐막작으로 사우디 여성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의 작품 "와즈다 (وجدة)"를 선정했습니다. 와즈다는 작년에 만들어진 사우디/독일 영화로 사우디 여성감독이 사우디 내에서 모든 촬영을 마친 최초의 작품으로 그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극장이 없는 나라 사우디에서, 게다가 여성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습니다. UAE에서 찍은 최초의 극영화로 알려진 "시티 오브 라이프 (CIty of Life)"와도 차이가 있는데, 시티 오프 라이프가 부와 기회를 찾아 전세계에서 두바이로 몰려온 사람들간의 묘한 인과관계를 다룬 작품이라면, 와즈다는 사우디에서만 찍을 수 있는, 사우디의 특수성을 영화로 살린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서 국내에도 소개되는군요!


영화명: 와즈다 (Wadjda / 2012)

제작: 게르하르트 마이스너, 로만 폴 (독일)

감독&극본: 하이파 알 만수르 (사우디)

출연:  림 압둘라 (어머니 역), 와아드 무함마드 (와즈다 역), 압둘라흐만 알 고하니 (압둘라 역), 아흐드 카말 (훗사 역), 술탄 알 아스아프 (아버지 역),

공식사이트 : http://razor-film.de/en/projects/wadjda/ 

전주국제영화제 소개 페이지: http://www.jiff.or.kr/f00_movie/f20_screen_detail.asp?idx=2948

언어:  아랍어 

최초 공개일:  2012년 8월 31일 (베니스 국제영화제)

국내 상영일:  2013년 5월 3일 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상영시간:  98분

상영등급:  전체관람가


(공식 트레일러)



1. 줄거리

리야드 외곽에 사는 11살의 소녀 와즈다는 학교 등하교길에 매일 지나치게 되는 상점에 전시되어 있는 녹색 자전거를 가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됩니다. 그녀는 이웃집에 사는 친구 압둘라와 자전거 경주를 해보고 싶어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고, 어머니는 그녀를 위한 자전거 구입 요청을 거절합니다. 사실 그녀의 어머니에게도 와즈다 못지않게 큰 고민이 있는데, 바로 아내를 사랑하지만 아들을 보고 싶다며 두번째 결혼을 준비하는 남편을 설득하는 일에 온정신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와즈다는 다양한 테이프를 판매하고 학교 운동장에서 다른 금지된 활동을 통해 자전거 구입에 필요한 돈을 스스로 모아보려고 시도하지만 오히려 엄격한 훗사 교장 선생님과 충돌을 빚게 되고, 쿠란 암송대회에서 1등을 하면 부상으로 자전거를 사기에 충분한 현금 SR1,000 (약 30만원)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쿠란 암송대회에 도전하게 되는데....



2. 논란의 중심에 선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1974년생인 하이파 알 만수르는 사우디 내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의 중심에 서있는 감독이며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입니다. 그녀는 시인 압둘라흐만 만수르의 12남매 중 8번째 자녀로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알게 되었으며, 그의 격려 속에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AUC (Americal University in Cairo)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고, 그 후에 호주 시드니에 있는 영화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사우디 최초의 여성 영화감독 하이파 알 만수르. 출처: CineZapping)


그녀는 "누구?" (Who?), "씁쓸한 여행" (The Bitter Journey), "유일한 탈출구" (The only way out) 등 3편의 단편 영화를 통해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했으며, 세번째 작품인 유일한 탈출구로 UAE와 네덜란드에서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걸프지역 여성들의 숢겨진 생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 없는 여성" (Women Without Shadows)가 17개 영화제에서 소개되며 세계 영화계에 사우디 최초의 여성감독으로 본격적으로 소개됩니다. 와즈다는 그녀의 첫 장편극영화이자 다섯번째 작품입니다.


그녀 자신은 자신의 작품들이 여성문제에만 포커스를 맞출 의향은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감독의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보수적인 세력들로부터 다양한 협박 메일과 비난을 받고 있는 반면, 그간 금기시되어 왔던 주제들을 다루는 사실 자체에 고무된 많은 사우디인들부터의 응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3. 제작과정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에 따르면 이 영화를 제작하기까지 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 지원과 촬영허가를 받는데 다 보냈다고 합니다. 사우디 국내에서는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뉴스 코퍼레이션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아랍권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로타나 그룹의 지원을 받아낸 후, "극장이 없고, 제대로 된 영화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사우디의 현실"을 감안하여 외국 공동 투자처를 물색하다가 아랍권을 소재로 하여 화제가 되었던 영화 "파라다이스 나우"와 "바쉬르와 왈츠를" 제작한 라조 필름과 연결이 되어 자연스레 독일 회사들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의 극본은 비토리오 디 시카의 "자전거 도둑들",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나 "로제타"와 같은 네오리얼리스트 시네마의 영향을 받았으며, 당초의 원안은 완성된 작품에 비해 훨씬 암울했다고 합니다. 사회성있는 메세지를 담기 보다 잠깐이라도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지금의 작품이 나왔다고 하네요. 하이파 알 만수르 감독은 극장에서 와즈다와 갈등을 빚는 엄격한 훗사 교장 선생님을 통해 남성보다 때로는 더 보수적이고 완고한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주인공 와즈다의 캐릭터는 그녀의 한 사촌딸과 감독 자신의 성장 경험담에서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와즈다가 원하는 자전거로 대변되는 자유와 아들을 갖기 위해 두번째 부인을 들이려는 아버지에 대해 이를 원치않는 어머니의 감정적인 호소를 포기하게 되는 것에 대한 공포라는 양대 메인테마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갑니다.


(영화 속 한 장면. 출처: Films fix)


와즈다는 리야드 시내에서 촬영되었으며, 사우디 내에선 현실적으로 공공장소에서 남자 스탭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밴 뒤에서 촬영을 지휘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니터 속에 비치는 배우들의 영상만 보고 워키토키로 디렉션을 내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감독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리허설을 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 씬간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많은 시간을 두고 준비한다고 해도 감독이 배우들을 직접 볼 수 없었을테니 말이죠. 주인공을 와즈다역을 맡은 와아드 무함마드는 이번 영화가 첫 주연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4. 개봉 및 수상기록

와즈다는 지난해 8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고, 공동 투자국인 독일에서는 코흐 미디어를 통해 2013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지역별 주요 배급사로는 프리티 픽쳐스 (프랑스, 극장개봉만), 소니 픽쳐스 클래식 (미국, 극장개봉만), 와일드 분흐 베네룩스 (네덜란드, 극장개봉만), 더 매치 팩토리 (미국 외, 영화, 방송, DVD/블루레이 등 전체 미디어), 소다 픽쳐스 (영국, 전체 미디어)가 있고 다수의 영화제에 출품하여 많은 수상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주요 수상내역은 IMDB 페이지 참조) 하지만, 정작 영화를 촬영한 사우디에서는 OSN 같은 위성채널을 통해 방영되지 않으면 극장에서 보기 힘들겠죠;;;;

 


5. 사회적 영향: 여성의 자전거 이용 금지조치 해제!

여성들에게 금기시 된 공공장소에서의 자전거 즐기기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녀의 노력은 영화가 아닌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 1일 사우디 종교당국은 지난 1990년 이래 금지해오던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 금지조치를 폐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얌전한 의상착용과 남성 보호자 동반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둔 조건부 승인조치이긴 합니다만, 사우디 여성들의 활동무대가 일반 가정이 아닌 사회로 확장되어 가는 일련의 개혁조치가 나오고 있는 타이밍과 맞물려 적절한 영향을 끼쳤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자세한 내용은 [사회] 여성운전허용의 신호탄? 공공장소에서 사우디 여성의 자전거, 사륜차 사용을 허용하기로! 참고)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기념으로 국내 극장 상영이나 DVD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만, 어떻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