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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SPL] 사우디 알 나스르. 이동국을 아시아 쿼터 영입후보 1순위에 올려놔...

둘뱅 2011. 8. 29. 23:31

(알 나스르 홈피에도 소개된 이동국 관련 기사)

 

 

며칠 전 트위터를 보다 조금은 낯선 이동국의 멘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아랍사람들이 팔로우를 하고 갔다는....

 

(무슨 말인지 알면 그야말로 대단한 일입니다요.... 아랍애들도 공부 않하면 멘션 못 날린다능;;;;)

 

 

뭔 일 있었나? 다소 의아하긴 했지만, 라마단의 귀차니즘 속에 빠져있어 더 알아보질 않았는데, 종종 방문하는 모 커뮤니티 회원으로부터 받은 쪽지를 통해 그 의아함을 풀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쪽지를 받을 일이 없는데 알 나스르와 이동국에 대한 기사라며 내용을 확인해달라는 문의를 받았거든요. (내용은 저 위에 보이는...)

 

뉴스를 요약하자면 지난 시즌 아시아 쿼터를 활용하여 임대 영입 후 쏠쏠한 재미를 봐서 완전 영입, 내지는 임대 연장을 하려고 시도했던 쿠웨이트 현역 국대 공격수 바드르 알 무뜨와의 계약연장에 실패하면서 아시안 쿼터를 활용하기 위해 알 나스르에서 점찍어두고 있던 영입대상 목록 중 1순위로 이동국을 올려놨다는 기사입니다. 믿을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한 신임 구스타보 코스타스 감독과 구단 수뇌부의 의지가 맞아떨어졌다고 하네요.

 

이와 관련하여 다른 기사들을 살펴보니 구체적인 연봉까지 언급되어 있어 알 나스르측이 검증된 공격수 영입에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약 15억원이라는 연봉액에 대한 언급은 한국 언론에 의한 것이라며 소개되어 있는데, 찾아보니 8월초 스포츠 조선에 이와 관련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더군요. 예전과 달리 유병수 이적건에서도 그랬지만, 예전에는 사우디 언론에서 먼저 소개가 되었는데, 요즘은 스포츠조선에서 나온 기사를 사우디 언론이 인용하는 것이 이번 이적시장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설기현, 이영표, 이천수, 송종국 등의 활약으로 구단의 여건이 안되서 아무 팀이나 데려오지 못할 뿐, 믿고 쓰는 한국선수들이라는 이미지가 박힌 사우디 리그 시장에서 알 힐랄이 뜬금없이 영입한 유병수의 프리시즌 골폭죽을 보면서 같은 리야드를 연고지로 하고 있는 알 샤밥과 알 나스르도 이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여러가지 사정으로 계약이 중간에 파기되었지만 알 나스르에서 뛰었던 이천수나 알 샤밥에서 뛰었던 송종국도 나름 준수한 활약을 펼쳤었거든요. 그렇기에 알 샤밥은 한국 선수는 아니지만, FC서울에서 뛰었던 제파로프를 영입완료했고 (등번호 10번이라는군요...), 알 나스르의 이동국 영입설이 나오는 거 아닐까 싶네요.

 

이동국은 워낙 궁합이 잘맞고 있는 전북과의 재계약이 유력해 보이지만,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설령 두 배 이상의 급여를 준다고 해도 (현재 오퍼가 대략 두 배라죠...) 알 나스르의 오퍼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알 나스르 구단을 지켜봤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첫째, 인내심이 눈꼽만큼도 없는 냄비근성의 구단.

최강희 감독 밑에서 이동국이 대활약을 펼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안 나와도 믿고 써주는 최강희 감독의 믿음이란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하지만 알 나스르에선 최강희 감독과 같은 믿음을 보여줄 감독이 없습니다. 자기 목도 언제 달아날지 모르니까 말이죠. 아랍의 축구구단들이 성적 안 나오면 감독을 바로 경질시키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알 나스르는 좋은 성적을 낸 감독과도 헤어질 수 있는 구단이니까요. 이천수가 뛰었던 09/10 시즌 알 나스르 구단을 몇 시즌만에 극적으로 리그 3위에 올려놓으며 AFC챔피언스리그 진출권까지 획득하게 만들어 준 조지 다 실바 감독과 시즌 종료와 동시에 떠나보낸 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를 교체해서 새로 영입했던 젱가 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정작 AFC챔피언스리그에선 팀을 맡아보지도 못한채 6개월만에 교체되기도 했었죠.

 

둘째, 불분명한 금전 관계, 선수관리의 문제

이천수가 야반도주 수준으로 팀을 이탈했었을 만큼 알 나스르는 선수들 관리에도 문제점을 보인 구단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겐 이천수건만 알려져있지만, 09/10 시즌 당시 여러가지 문제로 몇몇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정작 시즌 막판에는 주전급 선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었거든요. 그 다음 시즌인 10/11시즌 한 시즌동안 알 나스르를 거쳐간 감독과 선수가 10명을 넘을 정도니 팀이 얼마나 심하게 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기간을 채우고 필요하다 생각하면 연장안도 제시해가며 고정된 스쿼드를 몇 년간 유지해나가고 금전관계에서는 깨끗하게 마무리짓는 알 힐랄과는 또 다르죠. 물론 재정적인 여력이 다르다는 것도 이유가 되긴 하겠지만요.

 

셋째, 설령 그런 것들을 감수하고 가더라도....

전북이야 별 다른 이변이 없는 한 바로 직행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이번 시즌 오랜만에 출전했다가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이미 탈락한 알 나스르에게 내년 시즌 출전권은 없습니다. AFC챔피언스 리그에 참가하려면 이번 시즌 아주 잘해서 2013년에 나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알 나스르에서 최소한 1년반은 사우디에서만 뛰어야 하는 상황이죠. 위에 언급한 이유들을 감수하고라도 굳이 가야 할 메리트가 있을까요?   

 

2010시즌 K리그 득점왕을 영입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알 힐랄에 대해 2009시즌 K리그 득점왕을 영입해서 맞불을 붙어보려는 알 나스르가 가진 경쟁심리가 엿보여 의지가 양팀간의 긴장관계가 얼마나 팽팽한지 새삼 느껴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리야드 더비는 알 힐랄-알 샤밥 이복형제 더비보단 알 힐랄-알 나스르 더비가 더 재미있거든요.

 

축구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지만, 알 나스르의 이동국 영입설은 그야말로 설로만 끝나길 기대해 봅니다....(차라리 알 잇티하드라면 또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