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회] 노동법에서 스폰서 표현 삭제 등 기존의 스폰서제 폐기준비 중!

둘뱅 2012. 7. 12. 23:36

 

(현재의 사우디 이까마. 밑에 노란색 줄로 그은 부분이 현행 시스템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존재 근거이자 법적 구속력을 가진 스폰서의 명칭이다.)

 

 

사우디 노동시장에는 스폰서제가 있어서 사우디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들은 의무적으로 스폰서를 찾아야 하고, 스폰서는 이들을 데려오는 대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각종 제약을 가함으로써 실질적인 노동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사우디인을 보호하는 정책을 유지해 왔었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우디인들이 외국인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도망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체류 허가증 (이까마)를 주는 대신 여권을 보관하는 등 근본적인 신분제약 외에 사우디 스폰서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제약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약해져 왔습니다.

 

제가 처음 사우디땅을 처음 밟은 2000년 가을에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타지역 이동 제약이 없어지긴 했지만, (가령 서울에서 부산을 가기 위해서는 스폰서의 승인서가 필요했던....) 스폰서의 승인 없이 외국인들이 핸드폰, 자동차 등 사유재산 취득이 불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투자법 등을 개편하면서 이러한 제약이 보다 현실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 투자면허를 취득한 해외 법인에 대해 사우디인/업체와 마찬가지로 스폰서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우디인/회사만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스폰서 권한이 확장되었으며, 스폰서 승인제도를 간소화하여 부동산을 제외한 핸드폰 (후불제), 자동차 등을 외국인 노동자 개인 명의로 쉽게 취득하게 바뀌었으며, 지난 해인가는 원칙적으로는 금지되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부동산 소유권을 인정하도록 바뀐바 있습니다. 이러한 완화 조치들은 WTO 가입 등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기 위한 명분도 있지만, 사유재산 취득을 제한함으로써 사우디에서 애정을 느끼거나 저축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외국인 근로자들 (특히 장기 체류한 고소득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수입을 사우디에서 풀지 않고 자국으로 송금시키는 것을 줄여 경기 부양에 일조하려는 실리를 챙기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이러한 완화정책의 최종 단계로 사우디 노동부는 올해 초부터 현재 사우디 외국인 노동시장의 근간이 되고 있는 개인 스폰서제 (카팔라)를 폐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준비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현행 스폰서제 하에서의 일부 기술적인 용어- 가령 "스폰서 이전 (나끌 카팔라)"을 "서비스 이전"으로 바꾸는 등-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하여, 스폰서가 외국인 근로자의 여권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족을 데려오기 위해 스폰서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현재의 부당한 조건을 없애는 것 등을 포함합니다.

 

사우디 노동부는 새로운 노동법을 준비하면서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와의 관계에 대한 일부 조항들을 변경하고 있으며, 새로운 조항에는 기존에 있었던 스폰서제를 언급하는 내용을 없애고 스폰서에 의해 외국인 근로자에게 부과할 수 있었던 각종 제한을 없앨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스폰서-고용주-고용인의 관계를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로 단순화시키면서 노동법 상에 스폰서라는 용어를 완전히 없앤다는 것이죠.

 

사우디 노동부는 스폰서제 폐기와 각종 제한 완화조치가 노동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사우디 인력시장에 자유롭게 들어와 직업을 구할 수 있는 전적인 자유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우디에 자유롭게 진입하게 되면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리 제한이라는 그간 사우디 노동시장을 지탱해 온 근간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지금과는 달리 미국처럼 규범화되고 체계화된 노동시장을 갖춰나감으로해서 고용주들의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리를 무시했던 과거와 달리 점진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해 나가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고질적인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여 자동이체 제도를 의무화할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현찰로 직접 지불하여 체불문제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은행 자동이체를 통해 급여지급 흐름을 살피고 불성실한 업체를 제재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제도를 통해 사우디 노동부는 내/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급여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게 되면서 GOSI (내/외국인의 근로 중 상해보험 및 사우디인의 연금보험) 보험료나 향후 도입할 수도 있는 조세제도 책정 자료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월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사우디 노동부는 스폰서제를 없애고 구인업체를 활용하여 인력시장을 구축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마쳤습니다. 스폰서를 대체할 구인업체에게는 지금처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이 아닌 인력시장을 규제하는 형태가 되겠지요. 최종적으로는 스폰서제를 완전히 없애는 것으로 법률과 시장을 이에 맞춰 완전히 개편하는데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네요.

 

이러한 정부의 조처는 2012년 말 이전에 최종 승인될 것으로 보이며, 노동부의 연구는 전통적인 스폰서제를 끝내고 새로운 외국인 노동문제를 조사할 노동부 산하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습니다. 리야드에 본거지를 둔 위원회는 젯다와 담맘 같은 사우디 내 주요 도시에 지사를 낼 예정입니다. 이 새 시스템에서는 고용주가 근무 밖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으킨 사고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게 됩니다. 또한 이 연구는 외국인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재정적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무 보험제의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이 보험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 의해 발생된 손해, 체불된 임금의 지급, 항공임과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보장하는 것으로 스폰서제 도입의 정당화를 무력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노동부는 외국인 노동시장의 개편 뿐 아니라 자국민들의 일자리 제공 증가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데, 작년 새로운 사우디제이션 제도인 니따까 제도 도입 이후 1년간 54,000명의 여성을 포함한 242,000명의 사우디인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여성의 취업이 시작된 이래 지난 몇 년간 71,000개의 여성 일자리를 창출한 것에 비하면 진일보한 결과입니다만, 이는 남성들 일자리에는 채용 할당량 미달성 시 회사 폐쇄, 신규 인력 충원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로 사업체를 압박하고, 여성들의 취업시장이 극적으로 확대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쿼터가 강화된 만큼 인력들의 질적 수준이 비례하여 높아진 것은 아니기에 사우디인 고용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명의만 빌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업체도 있는 등 일자리가 늘었다고 해서 그것이 실질적인 노동으로 이어지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