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쌀람! 풋볼/AFC챔스리그

[ACL] 울산-알 힐랄 8강 1차전 원정석 직관기

둘뱅 2012. 9. 20. 10:26

(초승달이 뜬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을 찾았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울산입니다. FC서울 시즌권을 끊고 다니는 팬이어도 원정경기까지 쫓아가지는 않는데, 올시즌에만 무려 두번이나 지방 원정을 다녀왔습니다. 지방 원정을 떠난 첫 경기는 대전과 FC서울의 K리그 25라운드 경기였고, 두번째 경기는 어제 있었던 울산과 알 힐랄의 아챔 8강 1차전 경기였습니다. 이 두 경기의 공통점은 친분은 없다지만 이 블로그를 통해 사우디 리그 소식을 전해드리며 알게 된 선수들 때문이었습니다. 대전과 FC서울의 경기는 알 나스르에서 뛰었던 김병석의 K리그 데뷔전이었고, 울산과 알 힐랄의 경기는 유병수가 오랜만에 한국팬들 앞에 뛰는 경기였으니까요.

   

 

울산문수축구경기장까지의 초행길. 울산대 앞에서 경기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한무리의 사우디인들을 만났습니다. 신호대기 중 이들이 떠들어대는 아랍어와 울산분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동시에 들리는 장면은 참으로 묘하더군요. 말문을 트고보니 그들은 울산대에서 공부하는 사우디 학생들이었습니다. 알 힐랄 열쇠고리를 보여주며 알 힐랄을 응원하러 서울에서 왔다고 했더니 반가워하며 표를 끊었냐고 물어보더군요. (어차피 매진될 경기는 아닌걸 알기에 현장에서 표를 구할 생각이었기에 표살꺼라고 했더니)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티켓북에서 한 장을 끊어 줍니다. 그리고 도착한 경기장 앞에서 그들이 예배도 드리고 친구들을 기다린다며 어디론가 간 사이에 응원복으로 갈아입었더니 이번엔 양복을 입은 사우디인이 아는 척을 합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서울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에서 내려온 직원같아 보였습니다. 사우디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표가 있다는데도 굳이 표를 또 줍니다 (하지만 표는 다 다른 종류였다는 점~). 그래서 얼결에 표를 두 장이나 얻은채 경기장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원정 서포터즈석으로 말이죠....

 

(경기 전 몸 푸는 선발 선수들)

 

 

(경기 전 몸푸는 후보 선수들)

 

경기를 앞두고 서울과 울산, 심지어 리야드에서 온 알 힐랄 남자팬들이 한 구역에 모여 홈팀 서포터즈들보다 더 목소리 높여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팬들이 모여있는 구역과 반대쪽에는 몇 명의 여성팬들이 경기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아직도 남녀가 유별한 사우디이기에 응원도 한데 모이지 못하고 따로 떨어져서 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여기는 사우디가 아닌 외국이기에 그나마도 가능한 거지만요. 사우디였다면 아직까지는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들은 운동장 출입이 금지됩니다. 2014년인가 부터는 그 입장금지 조치가 해제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만....

 

(화면 가운데 조촐하게 모여있는 사우디 여학생들)

 

제가 원정응원을 위해 준비한 응원복은 위에서 얘기했듯이 표를 한 장 더 얻었을 정도로 사우디 알 힐랄 팬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그 응원복은 이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해드렸던 무패우승 및 리그 2연패를 자축하며 알 나즈란과의 10/11시즌 최종전 딱 한 경기에 입었던 10/11 챔피언스 홈 유니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경기는 알 힐랄에서 활약하던 이영표가 마지막으로 출전한 리그 경기이기도 했으며, 이영표가 트위터를 통해 미리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유니폼입니다.

 

한국인이 알 힐랄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것도 흔치 않은데 (저 포함해서 두명???), 게다가 그 유니폼조차 나름 레어 유니폼인지라 더 눈에 띌 수 밖에요. 그래서 본의아니게 좀처럼 사진 찍히길 좋아하지 않는 저도 사우디 팬들, 알 힐랄 사진사들의 사진 모델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알 힐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해주는 뉴스에 이름모를 한국인 알 힐랄팬으로 얼굴을 팔리게 되었죠.... 사실 얼마전 알 힐랄의 팬포럼에도 한차례 등장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제가 블로그를 통해 전해드리는 알 힐랄 소식들이 울산전을 앞둔 그들에겐 울산에서 자신들의 전력을 캐기위해 심어놓은 간첩쯤 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는 한국의 그 어떤 언론도 다뤄주지 않는 사우디 리그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말이죠.    

 

(출처는 경기장에서 관전한 알 힐랄 팬들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알 힐랄 공식 홈페이지 뉴스의 사진모음. 경기 이모저모를 소개한 사진모음에도 등장한....)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한 사우디팬으로부터 응원도구도 덤으로 받았습니다. 한개면 충분하다고 했더니 공짜로 주는 거니 신경쓰지 말라며 몇개씩이나 주더군요. 이 팬은 울산과의 경기를 보기 위해 리야드에서 직접 왔다더군요. 경기보고 내일 다시 리야드로 돌아갈 거라면서...

 

 

때로는 홈팀인 울산 서포터즈들보다 더 격정적인 응원을 보여줬던 알 힐랄 팬들의 모습을 방송 카메라에 경기 중 종종 잡혔습니다. 카메라가 들이댈 때마다 더욱 오버해서 응원하기도 했었지만요. 

 

 

 

 

 

 

 

드디어 경기가 시작됩니다.

적응이 덜 된 탓인지, 긴장한 탓인지 알 힐랄 선수들의 폼은 울산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을 예상하지 못한 듯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선수들간 유기적인 연결도 이뤄지지 못해 전방의 유병수는 고립될 수 밖에 없었고, 수비진은 전반전의 함정이었던 까데르 망간과 미드필더인 아딜 헤르마치를 포함해서 전부 집중력과 속도에서 현저하게 울산 공격진들에게 말려버렸으니까요. 전반전 같은 플레이로는 1골만 실점했던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었을 정도로 경기력은 바닥이었습니다.

 

(울산 대 알 힐랄 전반전)

 

이 경기를 보러 온 사우디 팬들이 모두 알 힐랄 팬들은 아니었습니다. 알 잇티하드팬도, 알 나스르팬도 사우디를 대표해서 온 알 힐랄을 응원하기 위해 왔더군요. 사실 저 팀들은 사우디 리그 최고의 더비로 1, 2위를 다투는 상대팀들인데도 말이죠. (1위는 알 힐랄과 알 잇티하드의 알 클라시키, 2위는 알 힐랄과 알 나스르의 리야드 더비) 

 

(왼쪽에 서있는 알 나스르 팬)

 

 

(왼쪽과 가운데 중간에 서 있는 알 잇티하드팬)

 

경기장에는 제법 많은 관중들이 찾았습니다. 홈팀 서포터즈들보다 일반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았더군요.

 

(홈팀 서포터즈석의 풍경)

 

 

(일반석의 풍경)

 

전반에 고전했던 알 힐랄은 후반들어서는 몸이 풀렸는지 전반과는 다른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후반 중반 이후로는 적절한 선수교체가 이뤄진 탓인지 알 힐랄이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하며 주도권을 잡으며 끝까지 맹공을 펼쳤습니다. 김영광의 선방 등이 맞물리면서 동점골을 넣치 못하고 결국 1차전을 1대 0으로 패하고 말았지만요.

 

(울산 대 알 힐랄 후반전)

 

후반 중반 알 힐랄의 주장 야세르 알 까흐따니가 교체를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을 때 사우디 팬들은 소리높여 "야세르"를 외치며 득점을 기대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못했죠.

 

(알 힐랄 팬들의 야세르 콜)

 

후반 막판의 맹공으로 인해 더욱 아쉬웠던 0대 1 패배였지만 원정인데다 후반 초반까지 삽질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인 시합이었습니다. 약간의 운이 뒷받침되었더라면 1대1 동점으로 끝날 수 있을 것만 같아 아쉬워들 했지만, 경기 중후반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펼쳤던 모습에서 그들은 리야드 홈에서의 역전승에 대한 희망을 가질수 있었던 모습들이었습니다.

 

알 아흘리는 원정에서 무승부를, 알 잇티하드는 홈에서 4대 2로 승리하면서 8강에 진출한 사우디 클럽들 중 가장 8강 탈락에 가까운 상황에 놓인 알 힐랄, 과연 알 힐랄은 팬들의 희망대로 리야드에서 역전승을 이뤄낼수 있을까요??? 만약 4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 경질될 가능성이 높은 콤부아레 감독은 알 힐랄에서의 감독직을 계속 연장해 나갈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