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방송] 다음 시즌 아랍지역 EPL 중계 방송사는 어디로??? 널뛰는 아랍지역의 축구 중계권료

둘뱅 2013. 5. 14. 18:45

(11/12~12/13 시즌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EPL 독점 중계권을 갖고 있었던 아부다비 스포츠)



지난 1998년 월드컵까지만 해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월드컵을 보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중계권료, 혹은 재전송권을 바탕으로 요르단이나 시리아 같은 나라에서도 국영티비를 통해 전경기 생중계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2002년 월드컵 때부터는 유료 방송국들에게 넘어가서 시청할 권리를 제한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2010년 월드컵 때는 중계권을 갖고 있던 알자지라 스포츠에서 가난한 나라 방송국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재전송권료를 제시하여 알자지라 스포츠 외에 타방송국에서 사실상 볼 수 없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개막식을 중계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걸어 한동안 검은 화면만 나오고 먹통이 되는 해프닝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K리그 팬들에게도 아랍어 중계를 친숙하게 만드는 아챔 역시 마찬가지여서 지난 시즌까지는 알자지라 스포츠로부터 소스를 받아 국영 스포츠 티비를 통해 무료로 경기를 생중계로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 아챔부터는 재송출권료를 확 인상시켜 버리는 바람에 알자지라 스포츠와 알카스 1&2 (아챔 중계를 위해 새로 채널을 추가해서 알자지라 스포츠 카드에 묻어서 편성된 채널)에서만 생중계를 해주는 상황으로 변하고야 말았습니다. 리그 경기는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중계를 보는데, 아챔은 어쩔 수 없이 아프리카TV를 통해서 볼 수 밖에 없더군요. 


서두에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은 중동-북아프리카 축구팬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EPL의 중계권을 놓고 심각한 문제에 속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중동-북아프리카 독점 중계권은 팔렸으나 아직까지 이를 중계할 방송사가 결정되지 않았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과연 다음 시즌 개막전부터 제대로 못 볼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원인은 중계권료 때문이긴 한데... 중계권 소유자는 있는데 중계를 할 수 없다는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릴까요?



1. 전통의 OSN 시절 (07/08~09/10시즌)

중동지역 유료 위성방송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ART가 2000년대 중반 이후 몰락하면서 유료 사업자 시장은 Orbit와 Showtime이 합병한 OSN Network와 알자지라 스포츠로 양분되었습니다. 중동-북아프리카 EPL 독점 중계권은 우리나라처럼 방송국 맘대로 선별해서 생중계, 녹화중계, 딜레이중계 등 입맛대로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전 380경기 생중계를 해야만 했기에 유럽 주요 리그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는 알자지라 스포츠가 중계권을 갖지 못하고 EPL만큼은 다른 사업자를 통해서 중계되었습니다. 2000년대 후반, 07/08~09/10시즌까지 세 시즌에는 OSN이 중계권을 갖고, 알자지라 스포츠는 FA컵과 칼링컵 같은 컵대회 중계권을 나눠가졌습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맨유시절 박지성의 경기를 보려면 OSN (EPL)과 알자지라 스포츠 (FA컵, 칼링컵, 챔피언스리그)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OSN의 경우 단순 스포츠 채널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채널이기 때문이라 시청카드 두 개면 유럽의 주요 경기와 최신 영화나 오락 프로를 보기에 충분했었죠.



2. EPL 중계와 더불어 스포츠 방송 사업자로 세력을 키운 아부다비 스포츠 시절 (10/11~12/13시즌)

하지만, OSN의 계약이 만료되고 10/11시즌부터 12/13시즌까지 세 시즌의 중계권을 아부다비 스포츠가 가져가면서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전용 수신기 등 풍부한 채널을 바탕으로 운영을 해올 수 있었던 OSN과 달리 아부다비 스포츠는 중계권을 사기전만 해도 무료채널 두 개만을 갖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그러던 아부다비 스포츠가 덥썩 EPL 중계권을 물게 되면서 시즌 전경기 HD 생중계를 걸고 셋탑박스를 포함한 패키지를 함께 팔게 됩니다. HD 셋탑박스를 포함한 1년 시청료 1,000리얄, 갱신시 연 399리얄 (사우디 기준)에 말이죠. 다시 얘기하면 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다 즐기고 싶으면, 기존의 OSN, 알자지라 스포츠에 아부다비 스포츠까지 사야한다는 의미였습니다!!!




3. 시작부터 불분명해 보이는 듣보잡 호갱님 MP&Silva 등장!? (13/14~15/16 시즌)

하지만 아부다비 스포츠와의 계약이 12/13시즌으로 끝나고, 지난 1월 EPL측에서 13/14시즌부터의 중계권을 MP&Silva (Media Partner & Silva)에 넘기면서 개풀 뜯어먹는 상황이 생겨버렸습니다. OSN도 아닌, 알자지라 스포츠도, 아부다비 스포츠도 아니면서 EPL 중계권을 사들인 그들은 기존의 중계권자들과 같은 방송국이 아닌, 방송할 능력 자체가 없는 중계권 거래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충분한 기반시설을 갖췄던 OSN이나, EPL 3시즌 중계를 위해 인프라 확충해서 전용 셋탑까지 팔아 방송환경을 구축했던 아부다비 스포츠와 달리 MP&Silva는 다른 사업자에게 되팔고자 중계권을 사들였는데, 실제로 여러 사업자들과 논의 중이라고는 하지만 협상이 생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문제는 바로 폭등한 EPL 중계료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업자들과 비슷한 상황인거죠.)



4. 판을 키운 아부다비 스포츠가 방송 사업자들에게 준 교훈

07/08부터 09/10까지 세 시즌을 중계하기 위해 OSN이 낸 중계권료는 1억2천만달러로 알려져 있었는데, 뜬금없아 뛰어든 아부다비 스포츠가 기존 3시즌의 세 배인 3억6천만달러를 지른 후 10/11~12/13 중계권을 가져가 중계권료 폭등에 불을 지핀 상황에서 MP&Silva가 계약한 13/14~15/16 세 시즌 중계권료는 7억9천만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는 연간 총매출액이 3억달러에 불과한 그들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업계 관계자들까지 있을 정도라는군요.


투자한만큼의 이익을 장담할 수 있어서 중계권료가 올라가면 그나마 모르겠지만, 정작 문제는 3억6천만달러를 들여 새로운 시장의 강자로 들어선 아부다비 스포츠는 투자한 만큼의 이득을 보지못했다는 것입니다.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업계 소식통들의 정보에 의하면 3년간 아부다비 스포츠가 확보한 시청자는 35만명도 채 안된다고 하니까요. 단순한 위성시청 외에 IPTV 시청 등 다양한 시청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OSN과 달리 아부다비 스포츠는 여러 중계권들이 있어도 EPL만큼의 유료 컨텐츠가 없어 수익구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OSN은 앞서 얘기했듯이 엔터테인먼트 채널으로서의 차별화된 수익원과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데서 차별화된 장점이 있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채널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OSN 유료 영화채널들은 중동-북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른데다 무삭제 방영으로 유명합니다. 어지간한 중동 채널에서 검열되어 방영되는 영화들과 달리 야해도 자르지 않거든요.


아부다비 스포츠가 얻은 경험을 통해 아부다비 스포츠든, OSN이든, 알자지라 스포츠든 방송 사업자들은 불필요하게 높은 중계권료를 내면서까지 EPL을 중계하고 싶지 않은 상황인거고, 미친듯이 비싼 가격에 질러버린 MP&Silva측은 방송국이 손해를 보건말건 신경쓸 상황이 아니기에 협상은 하고 있으나 여지껏 중계 방송사가 결정되지 않았고, 언제 최종 협상이 마무리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5. 독점 중계권 유지? 또는 파기? 중동-북아프리카 시청자들은 13/14시즌 개막전을 제대로 볼 수나 있을까...

이런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을 통해 단일 중계권자가 없는 상황에서 MP&Silva측은 지금껏 유지해온 "중동-북아프리카 독점 중계권"을 깨고 최대 4개 방송 사업자에게 나눠 팔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과연 그 비싼 중계권료를 감당할만한 곳이 얼마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EPL에 비하면 보잘 것 없을 아챔 재송출권료마저 알자지라 스포츠에서 폭등시켜버리자 이를 감당하지 못해서 사우디 스포츠 등 국영 스포츠 채널들은 중계를 포기해버렸고, 이익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걸 체험한 3대 메이저 업체에게도 만만한 금액이 아니니까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MP&Silva는 정작 중계권을 1월에 확보하고도 넉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사업자를 결정도 못하고, 심지어는 언제 결정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빠진 셈이죠. 아부다비 스포츠가 아니면, 다른 사업자들은 마케팅 전략부터 새로 짜야하는데 말이죠.

 

과연 어떤 사업자가 다음 시즌부터 중동-북아지역에 EPL을 중계해 줄 것인지, 개막전부터 중계가 가능할지 기대가 되네요. 특히 독점 중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엄청난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야말로 돈**을 할 호갱님이 등장하게 될지두요!


http://english.alarabiya.net/en/business/media/2013/05/14/Mideast-football-fans-warned-of-late-kick-off-as-EPL-rights-sale-drag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