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연예] 아랍 아이돌 2013이 배출한 영웅, 무함마드 앗사프

둘뱅 2013. 6. 23. 00:07


모든 아랍 세계의 시청자들은 오늘 밤 생방송으로 진행 될 "아랍 아이돌 2013"의 최종 우승자가 가려지는 마지막 회를 보기 위해 TV 앞에서 채널을 고정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Top 3는 이집트에서 온 아흐메드 자말, 시리아에서 온 파라 유스프, 팔레스타인에서 온 무함마드 앗사프입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주목을 받고 있는 참가자는 팔레스타인에서 온 참가자 무함마드 앗사프 단 한 명뿐입니다. 


팔레스타인 출신 최초 아랍 아이돌 본선 진출자라는 점 외에도 그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것만 같은 일화가 가미되어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습니다. 팔레스타인 내 양대 조직인 파타흐와 하마스도 자신들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그를 우승시켜 팔레스타인을 알리기 위해 대동단결할 정도니까요.


무함마드 앗사프의 실력을 보여주는 일화

올해 초 가자 지구에 있는 자신의 고향마을을 방문한 한 팔레스타인 사업가가 자신의 가족행사에 즐겁게 해 줄 가수를 요청했을 때, 그 사업가는 스포츠 바지와 점퍼를 입고 낡은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호텔로 걸어 들어오는 한 청년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그 가수는 밴드없이 혼자 왔고, 20분 후에 그는 낡은 청바지와 류트 (옛 현악기)를 들고 온 또다른 젊은이와 합류하게 됩니다.


가수를 요청했던 사업가와 그의 친척들이 그들이 예전엔 결코 보지 못했던 작은 밴드를 쫓아내기 위해 경비원들을 불렀지만, 그 가수를 불러 온 손님들 중 한 명이 호텔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가족행사 참가자들을 달래면서 자신이 불러온 가수의 노래를 일단 들어보시라는 요청을 하게 됩니다. 


그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 그의 목소리는 허름해 보이는 모습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명품 목소리였으며, 노래를 듣자마자 이 남자가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고 손님으로 참석한 아부다비 출신의 사업가는 그때를 떠올립니다. 그의 밴드는 류트 하나만 있는 보잘 것 없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연을 선보였으며, 노래가 끝난 후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는 자신의 꿈이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고 합니다. 그가 바로 칸 유니스 난민 캠프에 살고 가자 대학 (Gaza  University)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던 22살의 팔레스타인 청년 무함마드 앗사프였습니다.


그는 리비아의 미스라타에서 1989년에 태어났으나 네살 때부터 귀국한 부모님과 함께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서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학 선생읜 그의 어머니 인티사르는 그가 다섯 살때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또래답지 않은 원숙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기억합니다. 그는 가수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는 못했으나, 타고난 가창력을 살려 결혼식 등 행사용 가수로 경험을 쌓았고, 인기있던 현지 TV 프로그램에 나가 진행자의 칭찬 속에 민족적인 노래를 부르던 2000년에 대중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해 종종 현지 음반기획사로부터 계약제의를 받을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기 전에는 본업인 학업에 더 충실했었다고 합니다.


(문자 메세지 투표를 독려하는 통신사의 광고 현수막)


너무나도 험난했던, 그러나 행운이 깃든 그의 오디션 응모기

그 행사로부터 두 달 후 무함마드 앗사프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우디 소유의 MBC에서 방영하는 아랍권 최고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는 길은 너무나도 험난했습니다.


무함마드 앗사프는 아랍 아이돌 오디션에 응시하기 위해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육로로 이동했는데 국경에서의 문제로 이틀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나마도 이집트인 국경요원을 겨우 매수한 끝에 가능한 일이었죠. 그렇게해서 오디션이 열리는 호텔에 겨우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마감시한이 지난 뒤여서 호텔 문은 닫혀져 있었고, 진행요원들은 더 이상의 응시 지원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그는 호텔 벽을 넘고 겨우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기에 벽을 넘고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번호표를 받지 못해 다른 참가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홀 안에 희망없이 앉아 참가자들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한 팔레스타인 참가자가 그의 노래를 듣고는 "나는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하지 못할 것임을 알지만, 당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며 자신이 받았던 번호표를 그에게 건네주면서 극적으로 응시할 수 있게 되었고, 팔레스타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Top10에 진출하게 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아랍 아이돌에서 쏟아진 가수들의 극찬

아랍 아이돌의 한 회에서 레바논의 유명가수 라게브 알라마의 노래를 부른 이후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이끌어낸 것 이상으로 그의 공연에 감명을 받은 원곡자 라게브 알라마가 그에게 자신의 노래 "야 라이트 피이 카비하"를 부르고 싱글로 낼 권리를 주었습니다. 아울러 그의 목소리가 로켓과도 같다며 로켓이란 별명을 붙여주기까지 했습니다.



UAE의 가수이자 이 쇼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아흘람 알 샴시는 그가 노래를 부를때 자신은 방청객이고 그는 그 쇼의 스타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을 했고, 레바논의 낸시 아즈람은 그의 한 공연을 본 후 "진정한 가수"라고 불렀으며, 핫산 엘 샤페이는 그가 자신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컨트롤할 줄 안다며 그의 목소리를 튜너에 비유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험난했던 오디션 응시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그는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Top3에 올랐고 아랍 세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알려진 스타가 되었습니다. 아랍 아이돌 방송이 제작되는 레바논에서는 그를 "아랍의 톰 크루즈"라는 별칭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문자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아랍 세계를 넘어 이름을 알리다.

고국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격자무늬 스카프 '케피에'를 두르고 노래를 부르고, 무대 밖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무력 탄압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는 이 미남 청년은 이스라엘 언론에서도 스타가 되어 이스라엘의 한 신문은 그의 인기와 영향력에 대해 "앗사프는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다. 그는 모든 팔레스타인들을 단결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는 파타흐와 하마스 정파에 관계없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 뿐만 아니라 수상을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관계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라고 보도할 정도였습니다. 


런던에서는 엄청난 발행부스를 자랑하는 가디언지조차도 "그의 강렬한 목소리와 훌륭한 공연으로 아랍 아이돌 최종 우승자가 될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평가 속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최종회를 앞두고 서구의 수많은 언론들이 그에 대한 기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Top10에 합류하게 되었을 때 일부 국내 언론에서도 그의 소식을 다루었죠.


(거리에서 아랍 아이돌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그를 응원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전세계 팔레스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

고향인 칸 유니스시 거리 곳곳에는 휴대전화 투표 때 꼭 아사프의 지지 번호인 '3번'을 눌러달라는 내용이 담긴 아사프의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은행은 팔레스타인에서 문자메세지 35만개를 이끌어내겠다는 캠페인에 투자하여 가자와 웨스트 뱅크의 주요 교차로에 그의 사진이 있는 간판을 달아놓은 것은 물론 "투표하세요! 팔레스타인 은행도 당신과 함께 투표합니다!"라는 내용의 라디오 및 TV상업방송도 펼치고 있습니다. 문자 메세지로 행해지는 인기 투표에 참여토록 독려하기 위해 양대 팔레스타인 이통업체들은 문자 메세지 발송비-1.5셰켈 (40센트)까지 이미 깎아준 상황입니다.


아사프의 한 친구는 "가자지구가 테러와 범죄만 횡횡하는 장소가 아니고 멋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아사프는 팔레스타인의 젊은 세대에게 꿈이 됐다"고 강조했으며, 정파를 초월한 정치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고 그를 "팔레스타인인과 아랍 국가의 자부심"라고 칭하며 해외에 있는 팔레스타인 대사관에 해당국에 있는 팔레스타인 이주 근로자들에게 그를 위해 투표할 것을 독려하라는 지침을 하달할 정도입니다.

한편, 그의 팔레스타인 내 정적이자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이슬람 그룹 하마스는 평소 비이슬람적인 노래와 TV탈렌트 쇼 등 서구적인 스타일의 프로그램에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유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마스 조차 그의 공연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승인하며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가자 지구에서 자유롭게 노래를 부르며 존경받는 가족 출신이라고 말하면서 케피에를 두르고 노래를 불렀기 때문입니다.



앗사프에 대한 문자 투표를 계속해서 독려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이통업체 자왈은 가장 많은 문자 메세지를 보낸 고객에게 현찰 US$10,000을 상품으로 내걸고 있으며, 일부지역의 카페에서는 손님들이 주문하는 매 커피 잔마다 문자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팔레스타인을 대동단결시켰다며 엄청난 성원을 받고 있는 그가 아랍 아이돌에서 최종 우승자로 결정될 경우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역의 거리마다 엄청난 축하행렬이 기대됩니다.....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뛰어넘어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하나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영웅이 된 무함마드 앗사프. 이스라엘의 가혹한 압박에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는 더 큰 희망을 안겨주게 될까요??


(그를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동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코미디언 정원호가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참조: "Mohammed Assaf" (Wikipedia) / "'Arab Idol' Mohammed Assaf Favorite Among Palestinians" (Newsmax) / "Arab Idol grand finale: 'Rocket from Gaza' - Palestinian Tom Cruise - already winner" (Emirates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