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연예] "평화의 로켓" 무함마드 앗사프, 아랍 아이돌 시즌 2 최종우승!

둘뱅 2013. 6. 23. 10:30

(큰절 같지만, 자세히 보면 기도. 최종 우승자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무함마드 앗사프)


많은 아랍팬들, 그 누구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바랬던 작은 희망이 이뤄졌습니다. 토요일 밤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생방송으로 방영된 아랍 아이돌 시즌2 최종회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동단결을 이끌어 낸 칸 유니스 난민캠프에서 온 웨딩싱어 무함마드 앗사프가 이집트에서 온 아흐메드 자말과 시리아에서 온 파라흐 유스프를 제치고 최종 우승자로 확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드라마틱한 참가 과정부터 시작되는 스토리와 준수한 외모와 가창력 등으로 "평화의 로켓", "아랍의 탐 크루즈"라는 별명을 얻으며 엄청난 화제와 정치적, 사회적 반향과 함께 해외 언론들의 관심까지 불러왔습니다.


(아랍 아이돌의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과  우승소감... 그리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UNRWA에서 친선대사 임명까지...!)


팔레스타인 내 재계와 이통업체까지 가세하여 문자 투표전을 독려할 정도로 국민적인 지지운동을 펼쳤지만, 인구수로만 따져도 팔레스타인은 상대가 안되기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팔레스타인인으로서의 자부심과 파타흐와 하마스 등 정파를 초월한 국민통합을 느낄 수 있는 보기드문 희열을 만끽하며 그의 우승을 축하했습니다. 그들에게는 극적인 오디션 응시를 통해 팔레스타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랍 아이돌 본선무대를 진출한 무함마드 앗사프가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지들 중 하나가 아닌, 팔레스타인 국가대표였고, 국제사회의 암묵 하에 이스라엘의 억압과 탄압에서 사는 그들에게 그의 입을 빌어 자신들의 현실을 전해주고 있는 아랍 아이돌이 단순한 연예 프로그램들 중 하나가 아닌 사회적, 정치적 현상이 되었으니까요. 우리가 월드컵 본선을 치룰 때 많은 사람들이 시청광장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는 그 이상의 반응은 당연한 것입니다.


무함마드 앗사프의 이름이 최종 우승자로 호명되는 순간 웨스트 뱅크와 가자 지구 곳곳에서는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불꽃놀이가 펼쳐졌으며, 두 지역 내 곳곳에서 야외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방송을 지켜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것 이상으로 환호작약하며 팔레스타인을 연호했고,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거나 집에 있던 사탕들을 밖에서 보는 사람들에게 던져주는 등 기쁨을 표출했습니다.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뉴스)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팔레스타인 국민들)



(그의 우승을 축하하는 팔레스타인 국민들)


밝은 웃음과 따뜻한 웃음을 가진 그는 아랍 아이돌이 진행되는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부심을 무대 중심으로 끌어왔습니다.


고국의 상황을 알리고 싶어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인 격자무늬 스카프 '케피에'를 두르고 노래를 부르고 무대 밖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무력 탄압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던 그가 최종회를 앞두고 진행된 금요일 공연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에 대한 찬가 "케피에를 들어라"를 불렀을 때 베이루트에 있는 MBC TV스튜디오에 있던 수많은 방청객들이 벌떡 일어섰으며, 야외에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냈으며, 우승 소감을 통해 수십년간 이스라엘의 억압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오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경의를 표현했습니다.


("케피에를 들어라"를 불렀을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반응)


무함마드 앗사프가 본선에 올라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Top3에 가까워지면서 언젠가 정식 국가가 건국되기를 희망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는 웨스트 뱅크, 가자 지구와 동예루살렘에는 희열과 국가적 자부심이 세워지고 있었습니다. 재능이 돋보이는 그의 공연은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갈려진 그들의 아픔을 잠시 잊고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을 느껴주기에 충분했죠.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반대쪽에 있는 웨스트 뱅크, 동예루살렘으로부터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가하고 있는 지난 10년간의 여행제한은 이들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지난 2007년 하마스가 맡게 되면서 가자지구는 더욱 고립되었고 이슬람 세력 하마스와 웨스트 뱅크를 다스리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파타흐 간의 증오는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지난 2006년 펼쳐진 10년만의 총선에서 하마스가 과반수 의석을 장악하며 제1당이 되었으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다루기 무난한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이들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마흐무드 압바스에게도  하마스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들어간 셈이죠.


하마스는 지난 달까지만 해도 대편인을 통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름과 성격이 불경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가자 지구에 몰아닥친 아랍 아이돌의 열풍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슬람은 창시자 무함마드의 얼굴도 그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알라 외의 우상 (아이돌) 숭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선전과 가자 지구에 대한 그의 발언에 힘입어 더욱 거세진 대중들의 여론을 묵인해주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인식전환의 신호로 가자에 있는 변호사 예히예 무사는 이번주 그를 "팔레스타인 예술 대사"라고 칭송할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보수적인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 대중들이 쇼에 빠져 독립쟁취를 위한 투쟁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렸다며 이러한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했지만요. 


그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 생방송 중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그에게 친선대사로서 외교관 자격을 부여했으며, UN 팔레스타인난민 구호기구 (UNRWA)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위한 지역청년대사 (Regional Youth Ambassador for Palestine Refugees)로 지명했습니다. (“Arab Idol” Winner Mohammad Assaf named UNRWA Regional Youth Ambassador for Palestine Refugees 참조) 보도된 바에 따르면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그에게 외교여권을 발급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우승 확정 후 마지막 노래)


한편 그의 아버지 자베르 앗사프는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아사프에게 계속 음악활동을 하고 싶으면 더 이상 가자 지구에서는 살면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가자 지구 내에는 공인된 음악 학원 등이 없고, 사람들은 공연을 하기 위해 스스로 자금을 투자해야만 하기에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오히려 해가 되니까요. 아랍 아이돌에 참가하기 전 무함마드 앗사프는 가자 지구 내에서 공연을 열거나 웨딩 싱어 등 행사용 축가를 불렀으나 돈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