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의 올라야 지구에 문을 연 BBQ치킨 리야드 1호점. 출처: BBQ Saudi Riyadh 페이스북 페이지)
비교적 오래전부터 사우디에도 리야드나 젯다 등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식당들이 영업을 해오고 있지만, 이들은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영세한 업체들입니다. 중국 음식점들이나 일본 음식점들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혹은 대규모의 기업형 식당, 혹은 프랜차이즈로 들어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진출은 거의 없었습니다.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더더욱 시장성이 없다고 볼 수도 없지만, 진입하기 힘든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요...
2010년대들어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사우디 시장에 문을 두드린 업체들이 생겼습니다. 2011년에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는 BBQ치킨과 작년에 계약을 맺었다는 카페베네가 그 주인공들입니다. 그리고 BBQ치킨은 얼마 전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된지 근 2년만에 드디어 리야드 올라야 지구에 첫 지점을 내고 본격적인 사우디 진출을 시작했습니다.
(BBQ치킨 브로우셔)
여하튼 한국 식당 프랜차이즈의 첫 진출은 치킨입니다. 사우디에서 가장 많이 소화되는 육류가 닭고기일 정도로 KFC 같은 서양의 프랜차이즈부터 Tajaz, Albaik 같은 현지 프랜차이즈, 그리고 동네 캅사 (볶은밥 위에 닭고기 얹어파는...)까지 다양한 종류의 업체들이 난립해있는 시장입니다.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가격대의 튀긴, 혹은 구이닭들이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젯다 인근 서부지역에서 주로 영업하고 있는 Albaik는 KFC가 꺾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로컬 프랜차이즈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서부 지역 (젯다, 메카, 메디나, 얀부, 타이프)에만 지점을 두고 있어 매장이 없는 지역의 누군가가 그 상표를 도용하여 영업했다가 걸려서 이름을 바꿔버린 해프닝도 있고, 별로 가격도 비싸지 않은 동네 캅사집 (닭만 산다면 반마리에 3,000원 이하로 구매가 가능합니다.)이 꽤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따라서, 굳이 한국업체임을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도 있지만, 영세한 동네 개인 식당들의 힘도 무시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살아남기도 쉽지 않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닭 반마리 캅사에 밥, 그리고 콜라에 11리얄/약 3,300원)
광고지나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보니 사우디 BBQ치킨의 마케팅 포인트는 늘상 강조해오는 "100% 올리브 오일"입니다. 기존의 업체들 중 사용하는 오일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운 곳은 없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최근 많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평균적인 관심은 비교적 떨어지는 시장에서 어떻게 어필하게 될지 기대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닭고기는 워낙 대체할 식당들이 많기 때문에 입맛에 맞고 가격대가 싸면 대박칠 수 있거든요. 위에 언급한 Albaik가 대표적인 예구요.
카페베네가 첫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번 6월이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된지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반드시 필요한 요식업 면허라던가 할랄 인증서 등을 취득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았나...라는 추측을 해보게 됩니다. 홈페이지에는 Genesis BBQ (Saudi Arabia) Pte Ltd.라는 회사명이 걸로 봐서는 별도 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렇게하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더 걸리죠.
지난 달에 이미 개점했다는 소식을 듣긴 들었는데, 가장 궁금했던 가격이나 메뉴 등을 알 수 없어서 궁금해하던 차에 한 필리핀 블로그에서 포스팅한 리뷰가 올라온 것이 있어 어떤 가격대의 어떤 메뉴들을 팔고 있는지 대충은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블로거는 팀으로 활동해서 그런듯 정말 이것저것 다 시켜먹고 리뷰를 썼더군요.....
(혼합 음료수. 왼쪽부터 사과, 블루베리, 체리. 14리얄/약 4,200원)
아무래도 아랍시장이다 보니 훔무스가 포함되는 메뉴들이 있네요. 치킨 메뉴들의 가격대는 살짝 높은 편입니다. 리야드에 지점이 없어 경쟁할 일이 없는 Albaik에 비하면 많이 비싼편이거니와 (10~11리얄이면 훨씬 배불리먹을 수 있는 세트 메뉴가 있습니다.) Tajaz 같은 로컬 체인이나 KFC 같은 서양식 체인에 비해 비슷하거나 살짝 비싸다는 느낌이 드네요.
(자메이칸 바베큐 치킨, 19SR/약 5,700원)
(한국식 숯불구이 치킨, 20리얄/약6,000원)
(파리스 치킨, 38리얄/약 11,400원)
볶음밥류는 푸드코드에 있는 중국식당, 일본식당 등에서 볼 수 있는 것들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구요. 다른 곳에선 보기드문 계란 후라이가 올라가 있다는 점이 특이하긴 합니다만...
(해물 볶음밥, 29리얄/약 8,700원)
(치킨 볶음밥, 26리얄/약 7,800원)
피자, 파스타류는 사우디에 있을 때 잘 안먹어봐서 비교하긴 쉽지 않지만 푸드코트에 있는 식당들보단 확실히 비싼 편인데, 푸드코드 밖 식당이라면 그런대로 무난한 가격대를 책정한 듯 하네요.
(새우 스푼 피자, 44리얄/약 13,200원)
(판 크림 파스타, 49리얄/약 14,700원)
(오크 라유 파스타, 43리얄/약 12,900원)
(아이스크림과 칩스, 12리얄/약 3,600원)
현지 애들에게 인기있는 Albaik도 입맛에 안 맞는다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곳을 리뷰한 블로거의 댓글 중에도 입맛에 맞지 않은데 가격대는 좀더 비싸더란 의견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인 가격대가 다소 높게 책정되어 있는 만큼 사람들의 입맛을 잡지 못한다면 쉽지 않은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에 사진 속 매장에 걸어놓은 플래카드처럼 입맛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그저그런 치킨집 중 하나로 끝나고 말테니까요.
BBQ치킨이나 카페 베네나 딱히 한국식을 내세우지 않아도 가능한 체인들이죠.과연 이들의 첫 진출이 좋은 결실을 맺게될지 궁금해지네요.
아울러 중식당이나 일식당처럼 한식당 프랜차이즈가 진출하게 되는 날이 오게될까 궁금해 지기도...
참조 및 사진 저작권: 블로그 The Pink Tarha (사진 속 메뉴들의 시식평도 링크된 블로그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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