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라마단] 한여름의 라마단, 금식시간이 가장 긴 지역은 어디일까?

둘뱅 2013. 7. 15. 21:46

 

(하루의 금식이 끝나고 이프타르를 즐기는 사람들)


현재 라마단 중인 걸프지역의 무슬림들은 가장 힘든 금식월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는 7월 10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이 지독하게 더운 한여름에 시작하는데다 한여름의 긴 일조시간으로 인해 올해 라마단의 첫 주 금식시간은 15시간이 넘을 정도로 가장 긴 금식시간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걸프지역에 사는 무슬림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들이 겪는 긴 금식시간이 다른 지역에 사는 무슬림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짦은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하루 왠종일 해가 떠있는 북유럽 국가에서 사는 무슬림들의 금식시간은 20시간을 넘기 때문입니다. 올해 라마단의 경우 이들 국가 중 수도와 그 인근 지역을 포함한 남부지역의 금식시간은 그나마 평균치에 속하는 편입니다. 그나마 스웨덴 북부나 아이슬랜드에 비하면 그나마도 짧으니까요.


다시 말하자면, 스웨덴 북부나 아이슬랜드 지역은 6월의 대부분 시간에 해가 지지 않기 때문에 라마단이 6월하순부터 시작될 2015년 라마단부터 향후 몇년간은 24시간 내내 금식해야 된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특히 라마단이 6월 초순부터 시작될 2017년 라마단은 시작일부터 마지막날까지 해가지지 않는, 원칙대로라면 한달 내내 금식해야한다는 사실이죠. 


라마단 금식시간은?

라마단 기간 중 금식시간은 해가 뜰무렵의 파즈르 예배부터 해가 질 무렵의 마그립 예배 사이입니다. 이슬람의 예배시간은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실제 해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나라마다, 심지어는 같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일부 오늘 (7월 15일) 기준 예배시간을 아래와 같이 도표로 정리해 봤습니다. 나라로는 사우디, 대한민국, 핀란드를 선정했고, 사우디는 동서쪽 끝 지역을, 핀란드는 남북 지역을 기준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아래 설명과도 연결되니까요. 그럼 한 번 보시죠.

젯다 (사우디)담맘 (사우디)서울 (대한민국) 헬싱키 (핀란드)로바니에미 (핀란드)
파즈르 마그립 파즈르마그립 파즈르 마그립 파즈르 마그립 파즈르 마그립
04:24 19:09 03:26 18:35 03:3419:54 02:33 22:29  01:52 00:09
14시간 45분15시간 9분16시간 20분19시간 56분 22시간 17분

(출처: Islamic Finder)


이슬람은 금식에 대해서 매우 확실한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슬림들은 해가 떠서부터 질 때까지 음식 섭취, 흡연, 음료수마시기, 성교 등 사람들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지만, 이슬람은 항상 융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들이 있다고 이슬람 전도자 셰이크 압둘 바시트 디라위는 말합니다. 라마단 금식은 심신이 정상인 무슬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여행자, 임산부, 노약자 등 정상적인 금식이 불가능한 무슬림들은 나중에 상황이 허락할 때 대신하는 것으로 금식을 깨고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종교도 먹고 살자고 있는 거니까요. 그럼 이런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해가 지지 않는 곳에 사는 건강한 무슬림들은 어떻게 식사를 해야할까요? 이들의 금식시간은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까요?


그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 가령 금식 중인 무슬림들이 비행기로 여행하고 있을 때 태양이 져야할 시간에 뜨게되는 경우 논리적으로 추정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특히 해가 절대 지지않는 곳에 사는 무슬림들은 해가 지는 인근 도시나 국가의 시간흐름을 따르거나 만약 가능하다면 근처의 이슬람 성직자들에게 문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남미에 사는 무슬림들은 금식시간이 짧아집니다. 아르헨티나에 사는 무슬림들의 평균 금식시간은 스웨덴에 사는 무슬림들의 평균 금식시간의 절반도 채 안되는 9시간에 불과합니다. 많은 무슬림 공동체들이 존재하는 호주의 금식시간은 남미보다는 약간 길지만, 걸프지역에 사는 무슬림보다는 짧은 10시간에 불과합니다. 


(노르웨이의 풍경)


날씨 효과

북반구 무슬림들의 금식시간은 훨씬 길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날씨가 선선하다는데 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는 평균 40~48도, 간혹 50도를 넘나들 정도로 가장 뜨거울 한여름에도 북유럽에서는 25도를 넘지 않으니까요. 만약 아라비아반도와 같은 기후를 가진 곳에서의 금식시간이 스웨덴 수준이라면.... 아무래도 견디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은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날씨가 선선하다고 해도 하루종일 한달을 금식하는 건 엄청난 일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이들 지역에 사는 무슬림들 사이에도 해가 거의 지지않는 한여름의 금식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금식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스웨덴과 핀란드 내 무슬림들의 자세

최근 스웨덴에 있는 한 무슬림 학자는 라마단 중 금식의 의미와 개념은 분명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무슬림들은 하루 종일 금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셰이크 마흐무드 칼라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낮의 구별이 있고, 반대로 한 겨울에는 해가 떠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이 기간 중의 금식을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라마단이 한겨울에 왔다고 가정하고 2013년 12월 22일의 금식시간을 아래와 같이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실제로 12월 22일이 라마단 기간에 속하는 해는 2031~2033년입니다.) 위에서 예를 든 지역의 금식시간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젯다 (사우디)담맘 (사우디)서울 (대한민국)헬싱키 (핀란드)로바니에미 (핀란드)
파즈르마그립파즈르마그립파즈르마그립파즈르마그립파즈르마그립
05:3617:4704:5916:5306:1017:1806:3715:14 06:5113:24
12시간 11분11시간 54분11시간 08분8시간 37분 6시간 33분

(출처: Islamic Finder)


금식을 원칙대로 엄격하게 지켜야한다는 주장이 스웨덴에 있는 무슬림들에게는 가혹하게 들릴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금식은 무슬림들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사하라 같은 매우 뜨거운 나라에서 금식을 수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은 금식을 수행한다고 주장하며 사람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의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지식 이상의 장점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금식을 통해 의지와 인내를 강화시킬 수 있고, 마음속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되며,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함께 겪으며 연대의식을 강화시켜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스웨덴 이슬람 연합의 오마르 무스타파 회장은 북유럽에 사는 무슬림들이 어떻게 금식을 수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최근 스웨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이맘들과 조직들이 이에 대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지킬 것인지는 개개인의 결정에 달려 있지만, 계속 금식해야 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핀란드의 한 현지 신문은 한 방글라데쉬 무슬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지난해 라마단 기간 동안 평균 21시간을 금식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약 830여킬로미터 떨어진 로바니에미 (Rovaniemi) 지역에 사는 방글라데쉬 무슬림 샤 잘랄 미아 마수드는 인터뷰를 통해 이곳은 해가 지지도 않고 지평선 위에 항상 있기에 늘 똑같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겨우 밤 11시나 되어서야 해가 지평선 밑으로 잠시 지기 시작할 뿐이기에 바깥만 봐서는 실제로 지금이 몇시쯤 되었는지 가늠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덧붙이면서요.


핀란드에 있는 무슬림 이맘에 따르면 금식시간을 줄일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나마 해가 뜨고 지는 수도 헬싱키 등 핀란드 남부지역의 일출과 일몰시간을 따르는 것입니다.


북핀란드 이슬람 협회장인 이맘 압둘만난은 이러한 현상에 대처할 것인가를 놓고 두 개의 학파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집트 학자들은 만약 단식시간이 18시간 이상일 경우 메카나 메디나 시간대, 또는 인접한 무슬림 국가들의 시간을 따르자고 주장하는 반면, 사우디 학자들은 금식시간이 몇시간인징 상관없이 현지 시간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참조: "Ramadan Fast: 15 hours in UAE, 20 in Sweden, just 9 in Argentina" (Emirates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