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C/사우디

[사회] 사우디 내 여성운전금지 해제를 요청하는 "10월 26일 운전" 캠페인 시작

둘뱅 2013. 9. 24. 23:02

 

("여성의 자동차 운전, 의무가 아닌 선택"이라 적혀 있는 캠페인 로고)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는 사우디의 사회운동가들이 여성운전금지 해제를 요청하는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10월 26일 운전 (Oct 26. Driving)"이라 명명된 캠페인은 공식 사이트를 통해 9월 21일부터 지지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하여 포스팅하고 있는 현재 97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서명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캠페인에 대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여성운전 허용을 촉구하는 의미로 10월 26일 위 로고를 자동차에 부착하고, 한편으로는 여성들에게 운전을 배우게 하며 가족 구성원들에게 여성들이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해 줄 것을 촉구하는 운동입니다. 콕찝어 10월 26일을 지정한 것은 공무원들의 이드 알아드하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슬람이 태동하던 당대에 자동차라는 개념자체가 없었고, 당대에는 말을 타고 다니는 여성이 있었기 때문에 쿠란이나 하디스 등 샤리아의 근간이 되는 서적에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갈리가 없지만, 이에 대해 보수적인 성직자들의 지나친 과다 해석과 유추를 통해 사우디에서는 여전히 여성들의 운전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사회] 왜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을까? 그 이유와 이에 대한 비판, 그리고... 참조) 하지만 사우디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 나가게 되면서 체류기간 중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운전을 배우게 된 여성들이 매년 수천명씩 꾸준하게 증가해왔고, 공권력의 손길이 닿기 힘든 오지 마을에서는 운전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일로만 여겨져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여성운전 허용 요구 움직임은 지난 2011년 수십명의 여성들이 결성한 "운전하는 여자 (Women 2 Drive)"라는 단체가 생기면서 사우디 밖 세상에까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아랍세계를 강타하고 일부 국가에선 변화를 이끌었던 "아랍의 봄"과 같은 시민운동의 힘과 네트워크의 힘을 빌어 손쉽게 자신들의 행동과 목소리를 공유하게 만든 SNS가 결합되어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또한 사우디제이션과 맞물려 외국인 노동자들을 축소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알왈리드 왕자는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지입장을 밝혀오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된 "House Driver"라는 직종군을 없애버림과 동시에 약 75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 House Driver들을 돌려보낼 수 있다면서 말이죠. ([사회] 알 왈리드 왕자, 여성들의 운전 허용해야 & 기아차 1,000대 기증 참조)


공교롭게도 지난 2011년부터 압둘라 국왕의 점진적인 개혁정책 추진에 따라 지난 2년간 사회로 진출하기 위한 여성의 권리가 진일보하고 있어 여성단체들의 기대감도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보수적인 종교세력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4년 선거에 여성들의 참정권을 인정해주기로 한 것과 올 2월부터 시작된 6기 슈라 위원회에 사상 처음으로 30명의 여성위원을 지명한 것이 그 예입니다. ([정치] 여성들의 위원회 진출로 화제가 된 사우디 슈라 위원회란? 참조) 여성 위원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여성운전허용을 요청하는 탄원서가 다시 한 번 슈라 위원회에 제출된 바도 있었죠. ([사회] 슈라 위원회에 제출된 여성운전을 요구하는 탄원서의 운명은??? 참조) 


비록 여성운전 허용으로 직업 이어지지 않았지만 첫 사우디 올로케 극영화 겸 사우디 여성 감독의 첫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며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을 받게 된 영화 "와즈다" ([영화] 국내 첫 공개되는 사우디 영화, 제14차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 "와즈다" 참조)의 영향으로 올 4월에는 비록 제한조건을 걸긴 했지만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전거 및 사륜차 운전을 즐길 수 있게 된 바 있습니다. ([사회] 여성운전허용의 신호탄? 공공장소에서 사우디 여성의 자전거, 사륜차 사용을 허용하기로! 참조)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해 달라는 다각적인 압박 속에 무뚜와 (종교경찰)로 익히 알려진 사우디 권선징악청 (Committee for the Promotion of Virtue and Prevention of Vice) 청장인 셰이크 압둘라티프 알 앗셰이크는 지난 목요일 로이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우디 통치체제의 근간이 되는 이슬람 샤리아에는 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으나, 자신은 법을 제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정된 법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기에 근본적으로 이러한 방침을 바꿀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난 해 압둘라 국왕에 의해 청장에 지명되었으며, 그가 최근 일선 종교경찰들에게 여성들의 운전을 막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를 부인한 바 있습니다.


압둘라티프 알 앗셰이크 청장의 이러한 발언은 압둘라 국왕이 여성운전금지조치를 해제하면 따르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압둘라 국왕 개인적으로는 여성들의 운전허용을 찬성하는 입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우디의 한 축을 맡고 있는 그랜드 무프티는 각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성운전 허용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국가특성 상 종교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성들의 운전이 허용된다면 압둘라 국왕과 그랜드 무프티의 의견조율이 이뤄져야만 가능해지겠죠.


여성들의 자가용 운전이 금지되고 있는 사우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기장 ([사회] 사우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 그리고 사우디 최초의 여성 기장 참조)과 항공운항관리사 ([사회] 사우디, 첫 여성 항공운항관리사 배출! 참조)를 이미 배출한 바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의 인권신장 및 권리가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제도가 철폐되어야 합니다. 첫째가 이번 글에서 다루고 있는 여성운전금지 제도이고, 둘째가 여성이 독자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게 제약하고 있는 남성 보호자 제도입니다. 과연 이 제도들은 언제 철폐가 될까요?



참조: "Saudi Group Campaigns Against Ban on Women Driving" /

        "Saudi driving ban not part of sharia - morality police chief" (Arabianbusin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