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푸하에서 일어난 폭동을 진압 중인 사우디 경찰들. 출처: 로이터)
지난 토요일부터 이틀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 남부 외국인 노동자들의 밀집지역인 만푸하에서는 지난 11월 4일부터 시작된 불법체류 외국인 체포에 항의하는 에티오피아인들의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월요일까지 약 17,000여명의 에티오피아인들이 결국 항복한 가운데, 진압 과정에서 수십명이 다치고 에티오피아인 3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에티오피아 정부는 자국민들의 철수를 지원하겠다며 사우디 정부에 이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종종 포스팅해오긴 했지만, 사우디 정부와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이런 일들은 왜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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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사우디인들이 한국생활을 하다보면 물론 놀랄 일들이 많지만,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기름값과 전기요금입니다. 리터당 2천원대를 넘나드는 휘발유값에 놀라고, 특히 여름에 에어컨 맘껏 틀어놨다가 고지되는 전기요금 폭탄에 화들짝 놀라기 쉽상이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사우디에서는 휘발유값이 리터당 약 180원 정도 (휘발유값은 베네수엘라가 가장 싸다더군요;;;;)에 불과하고, 제 사우디 생활을 떠올려봐도 한여름에 에너지 효율 꽝인 구닥다리 에어컨 30대 이상을 24시간 내내 한달을 돌려봐야 청구되는 전기요금은 300만원 정도 밖에 않했을 정도니, 몇대 안돌리고도 그 이상 청구되는 요금에 기겁할 수 밖에요.
사우디를 비롯한 GCC국가들은 대표적인 "지대 국가 (Rentier State)"입니다. 고정적인 석유 수입이 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베푸는 입장이다 보니 국민의 권리를 크게 강조할 수 없는 나라 형태를 말합니다. (사우디도 개인소득세법이란게 있기는 합니다만 실제로는 적용하지 않고, 대신 업체들에게 자카트세 (사우디 업체들), 또는 법인 소득세 (외국인 투자회사들)를 익년 4월말까지 전년도 회계연도 결산 후 떼어가긴 합니다.) 보조금이라는 명목으로 현금이나 쿠폰, 아니면 아예 할인가의 형태로 국민들에게 뿌립니다. 위에서 언급한 휘발유값과 전기요금도 결국은 사우디 정부의 보조금이 반영되어 할인된 후에 일반인들에게 제공되는 가격인 셈이죠. 기름값,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물가 인상의 핵심 요인들을 정부가 커버해주면서 물가 인상폭을 억제하는 결과로 이어지곤 합니다. 사우디는 세계에서도 물가가 싼 편에 속하는 나라가 되었을 정도로 말이죠. ([젯다] 젯다가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싼 10대 도시에 포함돼! 참조)
문제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 매년 인상되다보니 지금에 와서는 사우디 뿐 아니라 모든 GCC 국가의 재정운용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더러 정부 내부에서 조차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내년 예산 중 160억달러 상당의 보조금 편성을 위한 특별 위원회를 설치하려는 쿠웨이트의 경우 정부 예산에서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2%라고 할 정도니 말이죠. 산업 다각화, 교육, 지속가능한 성장 비전 제시 등 다양한 명목으로 쓰일 수 있는 자금들이 결국 국민들을 위한 보조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인것이죠. 그나마 지금까지는 어떻게 견뎌오고 있기는 하지만, 몇년 뒤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최근 IMF 등은 GCC 국가에서 이러한 추세로 보조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2017년부터는 석유 수익보다 보조금 지출이 더 많아지는 재정 적자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현 추세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만약 유가마저 큰 폭의 하락(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을 겪게 되면 과거 저유가 시대에 겪었던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보다 빨리 맛보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현재까지는 비교적 편하게 먹고 살았던 자국민들이 스스로의 경제활동을 통해 먹고 살게 해줘야 보조금 삭감으로 인한 휘발류, 전기세, 수도 요금 등의 인상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산업 기반이 거의 없는 사우디에서 전력 사용량의 70%를 차지하는 것이 에어컨 가동에 있다고 하니 단순히 전기를 줄여라...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절박해지면 이집트 등에서 경험했던 아랍의 봄과 같은 혁명이 발생하여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만큼 예전처럼 맘편히 팔짱끼고 있을 상황도 아닙니다. 정부가 선심을 쓰는 것도 가면 가수록 한계에 직면하게 될 수 밖에 없구요.
그래서 GCC 국가들은 사우디제이션, 이마라티제이션, 카타리제이션, 오마나이제이션 등의 형태로 성과는 지지부진하지만 사기업에서 자국민들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고, 이 중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이를 강행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권고사항이었던 사우디제이션 정책을, 고용달성률에 따라 업체들에 대한 이익과 처벌을 동반한 강제사항으로 업그레이드시킨 니따까 (2011년), 사우디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업체들에 대해 외국인 1인당 매년 2,400리얄 (약 70만원)의 외국인 초과고용 과징금 징수 (2012년), 그리고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지난 4월 1주일 간 먼저 실행했다가 7개월간의 사면기간을 준 후 다시 시작된 불법체류 외국인 색출작전 (2013년 11월) 등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석유 수출국이자 산유국들의 왕초 노릇을 하면서 기세등등한 사우디가 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을까요? 이는 사우디의 독특한 인구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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