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이야기/아랍의 이모저모

[영화] UAE에서 과도하게 삭제된 편집본을 상영하여 더욱 논란이 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둘뱅 2014. 1. 14. 01:21

새해들어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남겨 준 영화, 바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였습니다. 주가조작으로 화끈하게 벌어 질펀하게 쓰다 무너지는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죠. 마약에 찌들어가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명연기는 너무나도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난 주에 이 영화가 개봉된 UAE에서는 그의 명연기를 볼 수가 없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일단 UAE와 우리나라 극장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정보를 보면 문제점이 바로 나타납니다.


(두바이의 릴 시네마와 한국의 메가박스 사이트에서 발췌한 영화 정보. 차이점을 발견하셨는지?)


15세 이상 vs 청소년 관람불가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인데 UAE에서 15세 이상 관람가가 나올 수 있을까요? 아무리 유혈이 낭자하는 폭력성이 강한 작품이라도 그러기는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그런 폭력성보다는 대사에 Fxxx이 총 546회 나와 영화사장 가장 Fxxx을 많이 남발하는 영화로 기록될 정도의 욕설, 선정성, 마약 중독의 수위가 높기로 유명한 영화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15세 이상 관람가가 나왔을까요?


135분 vs 180분


그렇습니다. 현재 UAE에서 상영되고 있는 건 원본에서 45분을 삭제한데다 각종 욕설을 무음으로 처리한 버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 영화에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을 다 들어내 버리면 영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거죠. 어지간한 대사에 욕설이 포함되어 있어 대사도 이상해지는데다 이야기가 전개되어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샷이 튀어 엉뚱한 장면으로 연결되니 말이죠. 아울러 약빤 디카프리오의 명연기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요!


심지어 일부 영화관에서는 편집되었다는 사실조차 소개하지 않고 상영되면서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불만이 증폭되면서 논란은 가열되었습니다. 영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당초 이런 편집질에 대해 심의기관인 UAE 국립 미디어 위원회가 삭제를 지시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지만, UAE 국립 미디어 위원회는 자신들은 영화 삭제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언론들의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이 심의 당시 배급사인 걸프 필름으로부터 받은 것은 영화 원본이 아닌 편집된 버전이었으며, 배급사측에서 자체 검열한 버전을 심의에 제출하면서 UAE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GCC 국가에서도 상영할 목적으로 편집한 것이라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 당국 관계자는 자신들이 걸러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요구하는 삭제하는 시간이 이처럼 과도하게 길지는 않으며, 자신들조차 45분이나 삭제된 버전은 이해할 수도 없었을 정도로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UAE와 다른 GCC 국가들의 삭제 규정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배급업자가 보수적인 다른 GCC 국가의 규정을 적용해서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UAE 미디어 당국의 주장에 영화 배급사측은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라고는 하지만요.


아랍지역에 체류하면서 TV나 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경험으로 볼 때, 

잔인한 장면 => 무삭제 (국내 공중파에서 걸러질 정도로 잔인한 장면조차 무삭제)

섹스나 노출 등 => 대부분 삭제

마약복용 => 대부분 삭제

욕설 => 상황에 따라 삭제나 무음처리, 가끔은 삭제되지 않을 때도 있음.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단, 이 모든 삭제 및 검열 과정에서 예외인 곳은 "무삭제, 무 중간광고"를 표방하는 유료 위성방송 채널인 OSN입니다. (단, 시청료는 비쌉니다. 한 달에 10만원 정도?) 사우디에 있을 때 OSN을 통해 봤던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 나오는 배두나와 신하균의 섹스씬이나 케이트 윈슬렛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에 나오는 케이트 윈슬렛의 노출씬과 섹스씬들이 여과없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나름 문화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른 아랍 영화채널에서는 다 짤렸을 장면들이었거든요.  


UAE 미디어 당국은 이를 계기로 영화 배급업자들에게 앞으로 나올 모든 영화들은 배급사 마음대로 자체 검열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심의를 받으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UAE에 체류하시면서 이 영화를 보고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극장에서 보지마시고 나중에 무삭제판이 블루레이나 DVD로 나오거나 OSN에서 방영해줄 때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참조: "UAE media authority denies making cuts to The Wolf of Wall Street" (The Natio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