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G. Scofield at Ras Tanura – Les Snyder
지금으로부터 75년전 오늘, 사우디 아람코의 전신인 CASOC (California-Arabian Standard Oil Co./캘리포니아-아라비안 스탠다드 오일. 1933년 설립)은 자신들의 첫 고객에게 판매할 석유를 탱커에 실었습니다. 만약 동네 빵집이었다면 자신들이 벌어들인 첫 달러 지폐를 액자에 걸어놓고 자랑스럽게 여길수도 있겠지만, 불행하게도 사우디 언론들은 사우디 아람코 역사상, 그리고 사우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일이 일어났던 1939년 5월 1일의 사건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부터 1년 전인 1938년 3월 4일 담맘 #7 유정에서 상업용 석유가 발견되었습니다. (#7 유정은 폐쇄될 때까지 30년 동안 매일 2천배럴 이상의 석유를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성과에 고무된 석유업자는 자신들이 석유를 채굴하는데 성공했으며, 14개월 안에 라스 타누라까지 연결할 도로와 35마일 구간을 파이프로 연결하겠다고 사측에 보고했습니다. 라스 타누라에는 해변 밖에는 없었지만, 정유 시설과 대여섯 곳의 대형 원유저장탱크 및 선적항을 세우고 그 곳에서 생활하기 위한 마을을 만들기엔 최적의 장소였으며, 이렇게 하는 것이 석유를 팔기 쉽게 만들 것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The king in his tent before the ceremony at the pump house – Les Snyder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가 30년간의 통일전쟁 끝에 1932년 9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을 선언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왕국 건국사 시리즈] 참조), 오랜 전쟁 끝에 세운 나라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했습니다. 하필이면 1929년부터 시작된 경제 대공황이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1년 뒤인 1933년 압둘아지즈 국왕의 오랜 친구였던 광물기사 칼 트위첼과 변호인 로이드 해밀턴이 캘리포니아 스탠다드 오일을 대표하여 사우디 내 석유 채굴권을 논의하기 위해 젯다에 도착하여 수개월 간의 지리한 협상 끝에 압둘아지즈 국왕의 최종 승인을 받아내면서 채굴 및 판매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습니다.
King Abdul Aziz boards the tanker – Tom Barger
그리고 채굴권을 넘겨주고 6년 뒤 압둘아지즈 국왕은 라스 타누라항에 계류 중이던 D.G. Scofield호의 갑판을 걷고 있습니다. 사우디에서 채굴하여 해외로 처음 판매하는 석유를 실어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석유 터미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탱커가 200만배럴을 실을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시 탱커는 약 10만배럴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출항 전 선상에서 점심을 먹은 압둘아지즈 국왕은 정유시설을 살펴보기 위해 하선하여 해변가로 돌아왔습니다. 플로이드 올라이어 CASOC 사장은 대규모의 압둘아지즈 국왕 일행을 이끌고 거대한 원유저장탱크들 중 한 탱크의 상단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올랐습니다. 이 포스팅 밑에는 그날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 영상 속에 보이는 압둘아지즈 국왕의 모습은 매우 행복해 보입니다. 아직은 불안하기만한 왕국의 앞날을 밝혀줄 석유을 채굴하고, 배에 실어 판매하는 것이 현실화되었으니 말이죠.
The king inspecting the tank farm – Tom Barger
펌프 하우스에는 첫 선적을 기념하는 메인 이벤트를 기대하며 왕실과 고위 인사들이 모여들어 혼잡했습니다. 압둘아지즈 국왕은 거대한 손을 뻗어 중요 인사들과 함께 밸브를 직접 돌리면서 20세기 산업시대의 부와 파워가 사우디에 흘러드는 것을 자축했습니다.
Floyd Oligher, Mohammed Ali Reza, H.M. Abdul Aziz ibn Saud, A.S. Russell (Chevron),
Abdullah Sulaiman (Finance Minister) and an unknown prince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Tom Barger
75년전 오늘, 1939년 5월 1일 CASOC는 D.G.Scofield호에 배럴당 약 1달러에 판매한 9만배럴의 석유를 선적했습니다. 1939년의 9만달러는 2010년 가치로 환산하면 $1,350,000 (당시 환율 약 15억원)에 상당하는 금액입니다. 현재 사우디는 전세계의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오지 못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날을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75년이 지난 2014년 5월 1일 CASOC에서 바뀐 사우디 아람코는 압둘라 국왕, 살만 왕세제, 무끄린 부왕세제 등 왈실 서열 1~3위의 최고위급 인사들가 국내외 귀빈을 초청한 가운데 자신들이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사우디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이 있는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를 공식 개장했습니다.
참고: "75 Years Ago Today – The Kingdom Changes" (Aramco ExP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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