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리그 13/14시즌 결산] 최고의 해를 경험한 알나스르, 사상 첫 강등을 맛본 알잇티파끄

	우승	준우승	3위	4위
슈퍼컵	알파티흐 (초대 대회 우승)	알잇티하드
압둘라티프 자밀 리그	알나스르 (통산 7회 우승)	알힐랄	알아흘리	알샤밥
왕세제컵	알나스르 (통산 3회 우승)	알힐랄	알파티흐 알샤밥
국왕컵	알샤밥 (초대 대회 우승)	알아흘리	알잇티하드 알잇티파끄

1. 2014 아챔 예상 출전팀 (2013년 배정 기준): 알나스르, 알샤밥, 알힐랄, 알아흘리

2. 리그 득점왕: 나세르 알 샤므라니 (알힐랄/21골, 최근 7시즌 중 5번째 득점왕)

3. 1부리그 승격팀: 하지르, 알칼리즈

4. 2부리그 강등팀: 알잇티파끄, 알나흐다

5. 14/15시즌의 큰 변화: 13/14시즌 왕세제컵과 국왕컵이 대대적으로 확대개편되었기에 큰 변화는 없을듯. 구단들의 재정난 개선방안이 현실화 될 것인가?

지난 시즌 대이변을 일으키며 우승을 차지했던 알파티흐가 처음 신설된 슈퍼컵에서 챔피언스킹컵 우승팀 알잇티하드를 꺾으며 계속 기세를 이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막상 리그가 시작되면서는 지난 시즌의 위용을 선보이지 못하고 졸전을 계속한 끝에 중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알파티흐의 이변은 그저 한 시즌에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첫 출전한 아챔에서도 다른 리그 클럽들과의 수준차를 재확인하며 출전에 의의를 두어야만 했습니다.

알파티흐의 이변이 멎은 사이 이번에는 오랫동안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던 알나스르가 무패행진을 벌이면서 리그는 일찌감치 알나스르와 알힐랄의 양강 체제로 굳혀졌고 결국 알나스르는 19시즌만의 리그 우승과 40년만의 왕세제컵 우승을 차지하며 더블을 달성하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알나스르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두 대회 모두 지역 라이벌 알힐랄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는 사실입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로 비교하자면 맨시티가 맨유를 꺾고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캐피탈 원 컵을 들어올린 셈이랄까요? 

(공중볼을 블로킹하듯 손으로 막는 고의성 다분한 플레이를 눈 앞에서 보고도 심판은 핸드링 파울을 불지 않는다. 알나스르를 향한 관대한 판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

하지만 알나스르가 더블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판정 논란이 계속되며 시끄러웠던 것은 옥의 티였습니다. 알나스르 선수들의 어지간한 오프사이드, 핸드링 반칙 앞에서 심판은 관대했고, 관대한 판정 속에 골을 넣으며 승리하는 경기들이 하나둘씩 늘어가자 타팀 감독들은 이래서는 도저히 알나스를 꺾을 수 없다며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강하게 토로했으며, 상대팀 팬들은 알나스르를 향한 심판들의 관대한 판정 순간과 알나스르 구단주와 사우디 축구협회장이 교감하는 듯한 제스처를 매경기 캡처하여 SNS를 통해 공유하며 알나스르 구단과 사우디 축구협회를 조롱하는 모습이 반복되었습니다. 팬들이 사우디 축구협회를 조롱한 이유는 현 사우디 축구협회장이 어렸을 때부터 골수 알나스르 서포터즈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논란에 알나스르의 파이살 빈 투르키 구단주는 자신들도 심판 판정으로 승점 6점을 잃었다며 억울해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뭐..........

알힐랄- 전반기를 지켰던 조성환, 부상복귀 후 아챔에서 철벽수비를 과시한 곽태휘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스 출신 레전드인 사미 알 자베르에게 감독을 맡긴 알힐랄은 7연패에 도전했던 왕세제컵을 알나스르에게 내주고, 알나스르에게 유일한 시즌 패배를 안겨주며 끝까지 뒤쫓았지만 결국 따라잡지 못한채 더블을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랜만에 우승 트로피를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일찌감치 대형 영입을 성사시키며 역전 우승에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전반기에 헛점을 많이 드러냈던 조성환과 사우디 선수 조합의 중앙 수비진을 강화하기 위해 디가오 다 실바와 곽태휘를 영입했지만, 뜻하지 않은 곽태휘의 장기 부상으로 리그가 끝날 때까지 두 선수를 동시에 볼 수는 없었던 것도 한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부상으로 국내 대회에서 볼 수 없었던 곽태휘가 아챔을 통해 복귀하면서 조별 예선 5차전부터 처음 선보인 곽태휘-디가오 듀오는 4차전까지 4경기에서 7실점하며 불안했던 알힐랄의 수비진을 강화시켜 16강전까지 네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탈락 위기에 있던 팀을 조1위로 조별예선을 통과하여 8강까지 진출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진가를 드러냈습니다. 

조성환 (시즌 15경기 출장/1골 1어시스트/4경고) 활약상: http://tvpot.daum.net/mypot/View.do?ownerid=hk6-VCLydAU0&playlistid=3938099

곽태휘 (시즌 20경기 출장/2골 /1퇴장 1경고) 활약상: http://tvpot.daum.net/mypot/View.do?ownerid=hk6-VCLydAU0&playlistid=3936979

알아흘리- 극성스런 사우디 언론의 희생양이 되었던 석현준

지난해 8강에 진출했던 아챔에서의 우승을 노리며 FC포르투의 무패우승을 이끌었던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영입했던 알아흘리의 시즌 전반기는 최악이었습니다. 사우디 리그 개인 통산 100골을 눈앞에 뒀던 주포 빅토르 시모에스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되었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이 직접 데려온 석현준 역시 프리시즌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개막전에서 골을 넣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2라운드에서 발목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전반기 전력에서 이탈하는 등 부상 악령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전력을 구축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아챔 일정까지 당겨지며 실전 경험이 없는데다 주력 공격수들이 다 이탈해버린 상황에서 FC서울과 맞붙은 8강전에서는 무득점으로 탈락해 버렸고,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과의 계속된 갈등 끝에 빅토르 시모에스와 브루노 세자르를 내친 가운데 왕세제컵 8강에서도 탈락하면서 알아흘리는 최악의 12월을 맞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겨울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루이스 레알, 에릭 페레이라마저 교대로 부상당해 이탈하는 등 풀전력을 제대로 가동해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1월 이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여 리그에서 순항하며 시즌을 3위로 마감하며 내년 시즌 아챔에 도전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샤밥과 맞붙은 사우디 국왕컵 결승전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로 비토르 페레이라는 결국 경질되었고, 그가 데리고 온 석현준 역시 쿠웨이트 알까드시야에서 영입한 쿠웨이트 리그 득점왕 출신의 시리아 공격구 오마르 알 수마로 대체되고 말았습니다. 

석현준 (시즌 19경기 출장/2골 2어시스트/2경고) 활약상: http://tvpot.daum.net/mypot/View.do?ownerid=hk6-VCLydAU0&playlistid=3936978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알아흘리에서의 감독생활에 후회는 없지만, "사우디 언론들이 석현준을 참살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이 직접 데려온 석현준이 좋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지나친 압박에 눌려 재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아쉬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알아흘리에서의 오랜 활약으로 많은 팬들과 언론의 지지를 받고 있던 빅토르 시모에스가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과의 불화로 사실상 방치된 상황에서 공격력 부족으로 알아흘리의 성적마저 부진하자 한국 언론들 이상으로 호들갑스럽고 극성스러운 사우디 언론들은 빅토르 시모에스에 대한 애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을 비난하는 기사들을 양산하며 갈등을 부추겼고, 그 갈등의 불꽃이 그가 데려온 석현준에게까지 튀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발목부상에서 복귀하기 직전 구단 홍보팀마저 석현준이 팀훈련 도중 동료 선수와 충돌하여 방출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퍼뜨렸을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움 살랄로 이적한 빅토르 시모에스가 연속골을 넣으면서 강등위기의 팀을 구해내며 클래스를 과시하자 그의 이적을 아쉬워했던 사우디 언론들의 다시 한번 석현준을 먹잇감으로 삼아 압박을 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벤치에서 잠시 눈감고 있는 장면이 방송 카메라에 잡히자 "경기장에서 자고있네?"라며 조롱하는 캡처 이미지가 신문기사를 통해 확산될 정도로 지나친 압박에 눌릴 수 밖에 없었던 그의 플레이는 점점 위축될 수 밖에 없었고 루이스 레알이 완전히 살아난 리그 막판에는 조커로 투입되며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6. 둘라가 선정한 13/14시즌의 골: [26R] 알잇티파끄를 강등시킨 무함마드 알 라쉬드의 자책 골

리그 최종전. 인저리 타임이 끝나가고 경기 종료를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알아흘리와 비기고 있던 알잇티파끄는 다른 경기장에서 동시에 펼쳐진 경기 결과에 따라 1부 리그 잔류가 아슬아슬하게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팀들을 만나 질거라고 예상했던 강등권 경쟁팀들이 이기거나 비기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안심할 수 없었던 상황. 경기 중 부상으로 잠시 피치를 빠져나가는 선수가 있던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된 알아흘리의 마지막 프리킥. 무스타파 바사스의 프리킥은 문전에 있던 석현준을 향해 날라갔고, 신장면에서 그와 공중볼 경함이 가능했던 알잇티파끄의 공격수 무함마드 알 라쉬드는 석현준을 막기 위해 같이 뛰어올랐으나, 석현준 대신 그의 머리에 맞은 공은 야속하게도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골로 알잇티파끄의 창단 이래 첫 2부 리그 강등이 결정되었다.